<이사람>폭주족들의 염라대왕 김홍주 팀장

2012.07.13 10:56:56 호수 0호

여름밤 불청객 ‘폭주족’, 잠자던 ‘천적’ 깨웠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야 타!” 90년대 중후반에 유행했던 일명 ‘오렌지 야타족’. 바이크와 스포츠카 할 것 없이 폭주문화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대규모로 집결했던 폭주족은 현재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소규모로 폭주를 즐기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 1998년 처음 편성된 교통부 범죄수사(폭주족)팀의 김홍주 팀장도 학창시절 오토바이 폭주를 즐겼던 청소년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폭주족의 천적이 돼 ‘폭주족 잡는 폭주대마왕’으로 불리고 있다. <일요시사>가 그를 통해 현 폭주족의 세태와 시대에 따라 진화하는 폭주진압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부 범죄수사팀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세 명이 폭주를 한 혐의로 걸려 들어왔다. 폭주에 대한 처벌법을 잘 인지하지 못한 그 남학생들은 경찰서에 온 것을 신기해하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판을 치는 폭주족. 한때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으로 폭주를 즐겼던 교통부 범죄수사팀의 김홍주 팀장은 경찰이 되고 역으로 폭주족을 잡는 전문 폭주잡이가 됐다.

경찰 따돌리고 부릉~

“저도 학창시절에는 오토바이를 매우 사랑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폭주를 하는 사람들은 스릴을 즐기려고 하지만 그만큼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그런 점을 갖고 단속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죠. 하지만 스릴만 추구하는 지나친 폭주는 교통법규위반과 각종 위험한 교통범죄로 확산될 수 있고, 치명적인 여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 단속반을 개설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수십 대에서 수백 대에 이르는 대규모 오토바이 부대로 몰려다녔던 폭주족들이 현재는 경찰의 특별단속으로 인해 소규모로 청소년들 위주 폭주족으로 변형됐다. 그들은 아직 판단능력이 미숙하고 호기심만 왕성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범법행위에 대한 처벌에 무지하다.


이에 경찰은 검거된 폭주족들에게 엄벌 경고를 하는가 하면 그들에겐 목숨과도 같은 오토바이를 무조건적으로 압수하는 등 폭주진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팀장은 “여의도와 강남 일대에 형사부·수사부·여성청소년부 등 각 부서에서 10명이상으로 구성된 TF팀을 창단했다. 그리고 소규모 집단을 형성해 폭주를 뛰는 폭주족을 단속하기 위해 일선 서에서 2인 1조로 단속반을 편성하는 등 폭주족 척결에 힘을 쏟고 있다. 폭주족들 사이에는 배달오토바이가 항상 포함돼 있어 주로 23시에서 3시대에 특별단속이 이뤄진다. 아직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단속에 걸리기 전까지 무분별한 폭주를 즐기지만 한두 번 단속에 걸린 70~80%의 어린 친구들은 자의로 폭주를 그만두게 된다. 그만큼 처벌이 엄격하다는 것을 단속에 걸리고 나서야 인지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폭주진압이 더 필요한 이유는 단지 폭주를 뛰는 행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스릴 넘치는 폭주를 즐기기 위해 본드를 흡입하는 한편 오토바이 뒷자석에 태워주겠다는 점을 빌미로 한 여성을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뺑소니까지 일삼는 강력범죄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폭주와 더불어 여죄에 대해 김 팀장은 “현재는 진압수준이 강력해지고 단속도 더욱 강화돼 예전같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폭주족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주요원인인 굉음과 운전자들을 방해하는 일명 ‘칼치기’라고 불리는 무리하게 끼어들기, 신호위반 등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오토바이 절도를 감행한다거나 고의적으로 차량과 부딪혀 교통사고 피해자로 둔갑해 상대에게 치료비용을 청구하는 보험사기 같은 지능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폭주진압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진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펜스울타리·전경배치⇒CCTV로 신원확인 후 현장검거
학교·보호관찰소서 안전홍보와 올바른 인식 심어줘야

바야흐로 IT시대가 도래했고 폭주진압법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지능적으로 진화했다. 김 팀장은 “예전에는 폭주족들이 대규모로 집결해 단체폭주를 뛰었기 때문에 유색물감으로 차선을 변경한 뒤 지하터널로 유인하는 방법을 썼다. 단속 경찰차들이 폭주족들을 터널로 몰아넣고 터널 양쪽입구에 펜스를 친 후 전경을 배치하는 고전적인 진압방법을 주로 사용했는데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진압방법도 선진화 됐다.

사전에 고성능 캠코더를 폭주족 집결지에 설치한 후 화면에 담긴 폭주족들의 신원을 파악한 뒤 일망타진한다. 과거의 진압이 아날로그 방식의 수사였던 반면, 현재는 과학수사 진압으로 발전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강남일대에 폭주오토바이 5대가 출몰한 사실이 확인되면 수사팀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일선 서에서 현장검거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시대흐름에 맞춰 체계적으로 발전한 폭주족 진압수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최근 폭주족들의 평균연령 90% 이상이 10대 청소년들이기 때문에 폭주에 관련한 처벌법은 불구속과 지도계몽 위주로 매우 경미하다. 아직 상식적인 행동과 올바른 인식형성이 부족한 그들에게 구속과 징역선고를 받게 한다는 건 무자비한 처결일 수도 있다. 따라서 폭주를 포함한 여죄를 막을 가장 효율적인 진압은 사전예방일 것이다.

그는 “오토바이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사실 폭주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경찰들이 학교나 보호관찰소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교통안전홍보를 하면서 올바른 인식을 일으켜 세우는 안전강의를 실천하고 더불어 청소년들에게 폭주에 대한 처벌법을 확실히 알려준다면 섣불리 폭주를 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가정과 학교 내에서 법질서의식을 심어준다면 범법행위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올바른 인격형성에 도움을 주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팀장과 그를 비롯한 폭주수사팀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최근 뚝섬유원지와 여의도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폭주족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뚝섬유원지의 편의점 주인인 한모씨는 “요즘 경찰의 폭주족특별단속 때문에 폭주족이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됐다. 덕분에 시끄럽지도 않고 주민들의 항의도 크게 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들끓었던 폭주족이 사라지니 세상이 다 평온하다”며 경찰의 강력단속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어 그는 “폭주족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내비쳤다. 


주위의 관심 시급

여의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이모씨는 “이 동네에서 폭주족이 없어진 지 꽤 됐다. 경찰들이 진짜 마음먹고 철저히 단속한 결과 도로의 무법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진 것 같다. 오토바이 뿐 아니라 불법 튜닝으로 굉음을 내뱉는 자동차들도 단속 좀 했으면 좋겠다”며 자동차 폭주족들에 대한 단속도 부탁했다. 

김 팀장의 소셜메신저 카카오톡 소개글은 ‘평온한 서울 밤거리를 위하여’다. 무엇보다 ‘밤의 무법자인 폭주족 척결에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듯하다. 김 팀장의 바람대로 도로의 무법자들이 활개 치지 않는 평온한 밤거리를 위해 국민 모두가 법질서의식을 먼저 깨우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