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일의 야구론

2019.07.08 10:00:06 호수 1226호

“프로야구 팬들은 떠난다”

▲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류현진 투수

얼마 전 우연히 국내의 모 프로야구단서 코치를 하던 필자의 야구선배 K를 만났다. 지금 프로야구의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 터라 의아해하는 필자에게 K선배는 코치로 재직하던 프로야구단서 사임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필자는 씁쓸한 기분으로 국내 프로야구단들의 지휘체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타고투저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의 관객 동원 목표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800만인데, 이는 현재 우리나라 인구수 5분의 1에 가까운 수치다. 국민 10명 중 2~3명은 야구장을 찾아와 프로야구를 직관한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의 세계랭킹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내 야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야구선수들은 팬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를 보여줘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한다.

그런데 최근 국내 프로야구의 수준을 보면, 이런 위상과 인기와는 한창 동떨어진 평가가 나오고 있다. ‘타고투저라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고, 올 시즌에는 남발되는 홈런의 수를 줄이고자 공인구까지 바꾸는 상황인데, 프로야구의 투수들을 보면 프로선수라는 말이 무색하리 만큼 많은 사사구를 던지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질적 수준 하락으로 우려
지휘체계 다시 한 번 생각


투수의 투구능력은 야구의 수준을 가늠하는 제일의 필수항목인데, 필자는 이런 투구능력의 저하를 다른 이유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단들의 코칭 시스템과 지휘체계, 그리고 인식의 문제서 찾아보려 한다.

필자의 제자들 중 프로야구에 진출한 많은 투수들이 슬럼프에 빠져 헤매고 있을 때면 늘 하는 하소연이 있다. 성적 부진과 부상 등으로 재활군에 가면 그곳에서 지도하는 투수코치들의 투구자세에 관한 지도내용과 2군서의 지도 내용, 그리고 1군서 요구하는 지도내용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때문에 해당 선수는 자신의 문제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현역 선수로 프로야구서 활동하던 시절에도 똑같이 경험했던 내용들이다.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이후 올 시즌 야구 커리어의 최고 정점을 찍고 있는 국내 투수 류현진의 경우, MLB 데뷔 이후 지금까지 투수코치인 허니컷(Rick Honeycutt)이 함께하고 있다.
 

그는 평소 류현진의 컨디션 조절과 투구의 내용, 자세, 경기의 운영 등을 언제나 지원하고 있다. LA다저스의 허니컷 투수코치는 지난 2006년부터 14시즌을 감독이 몇 번 바뀐 와중에도 같은 자리서 투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프로야구서 감독이나 코치들이 바뀌고 경질되는 것은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의 코칭 시스템상 문제가 되는 것은 감독의 월권과 지도내용의 일관성, 이론화, 전달력, 그리고 그런 지도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의 부재 등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돈값 해야 하는 
프로선수 맞아?

국내 프로야구단의 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은 미국과 일본 등 관계 구단으로의 코치연수 이외에 KBO 차원은 물론, 구단의 자체적인 프로그램도 전무한 상태다. 이런 상태서 어느 한 구단의 감독이 바뀌면 코치들도 바뀌거나 보직이 변경되고, 이에 따라 이들의 지도를 받는 선수들도 덩달아 혼란을 느끼며 각기 다른 지도방식과 이론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감독들의 선수지도에 관한 월권도 문제다. 일부 프로야구 감독들은 코치를 뛰어넘어 선수들에게 일일이 타격자세나 투구자세를 교정하려 한다. 야구는 정말 민감한 스포츠다.

타격의 스윙 궤적이나 투구의 팔스윙 궤적이 단지 몇 도만 바뀌어도 해당 선수들의 타격 능력과 투수들의 구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앞서 류현진의 예에서 보듯이 적어도 프로야구선수들에게는 일관성이 유지되는 코칭 시스템이 필수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감독은 경기운영과 선수의 기용·작전의 구사 등에서 고유의 권한을 가지지만, 코치는 선수들의 기술적 지도와 분석·컨디션의 조절 등에서 권한을 갖는다. 야구의 감독을 코치라고 하지 않고 매니저라고 하는 이유다.

문제적 지도

올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4년마다 한 번씩 주최하는 프리미어 12’ 세계야구대회가 국내서 개최된다. 세계랭킹 3위의 국내 야구 수준을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하는 기회이다.

부디 KBO와 국내 프로야구단 모두가 공허한 구호나 야구의 담론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세계 최상위권에 걸맞은 국내 야구의 코칭 시스템과 교육프로그램, 그리고 구단의 체계적인 운영시스템을 보여주기 바란다.

 

[박선일은?]

선린인터넷고
경희대학교
빙그레이글스
삼성라이언즈
경희대 코치
경동고 코치
원주고 감독
사당초 감독
서울시야구소프트볼협회 이사()
KBO 육성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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