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정용기의 궤변

2019.06.10 10:43:45 호수 1222호

조선 말기 실학자며 과학사상가인 최한기(崔漢綺, 1803∼1877)의 <용인문(用人門)> 중 일부를 인용해본다.



『이른바 직책에 어울린다는 것에는 천직에 어울려 운화(運化)를 승순하여 백성을 치안하는 자가 있고, 인직에 어울려 시속에 따라 영합하면서 지도(指導)하는 자가 있다. 사람의 국량(局量)이 천직에 통달한 자는 적고 인직에 이르는 사람은 많다.』

해석이 참으로 애매하다. 하여 원문을 살피어 필자가 다시 번역하면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사람은 운화(순환성과 변화성을 총괄해 지칭한 말)를 따라 백성들을 편안하게 하고, 자신의 직업을 인간이 부여한 직으로 여기는 사람은 순간의 여론에 따라 영합해 지도한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역량으로 살피면 천직으로 여기는 자는 적고 인직으로 여기는 자는 많다’가 된다.

여하튼 상기 글을 인용한 데에는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도, 즉 지도자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서다. 우리는 지금까지 말 그대로 남을 가르쳐 이끄는 사람인 지도자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무려 200여년 전인 19세기의 사상가 최한기는 지도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남을 지도하는 일은 자신의 직을 천직으로 여기지 않는 사람들의 몫이라 했다.

언뜻 살피면 상당히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지도하는 쪽이 아니라 지도를 당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면 최한기의 말대로 상당히 거북스럽게 여겨진다. 최한기는 인간 사회에서 지도는 정상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여기고 있는 듯 보인다.


각설하고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 신상필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야만성, 불법성, 비인간성 이런 부분을 뺀다면 어떤 면에서는 김정은이 우리 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는 북한의 김정은이 하노이 북미회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 김영철과 김혁철 등 핵심 간부들을 숙청했다는 미확인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나온 발언으로 알려졌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하등 문제될 일이 없다.

그런데 이 발언이 알려지자 여당의 작심 공격은 물론, 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부적절한 측면이 많고 과한 부분이 있어서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무엇이 부적절하고 또 무엇이 과한지 쉽사리 납득되지 않는다.   

필자가 살필 때 정 의장의 발언은 차라리 문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꼴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상세하게 살펴보자. 정 의장의 표현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문명성, 적법성, 인간성 측면에서는 김정은과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나은 지도자라는 말이 성립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문명성과 인간성은 객관적으로 판단 내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생략하고 적법성만 살펴보자.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인 행태를 살피면 적법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이 공언했던 담배 가격 인하, 공직자 배제 원칙 파기 등 불법성적인 일들이 부지기수다.

더해 문 대통령에게 지도자라는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 살펴보자. 북한처럼 폐쇄된 사회에서 김정은을 지도자라 지칭하는 표현은 적절하다. 그런데 완전 개방된 문명사회서 아울러 지도자의 덕목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볼 수 없는 문 대통령에게 지도자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그래서 궤변이라는 말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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