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손질’ 주세 밑그림

2019.06.10 10:16:50 호수 1222호

맥주 ‘환영’ 소주 ‘안도’ 탁주 ‘글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세제도가 개편된다. 1969년 이후 무려 50년 만이다. 삶의 힘겨움을 이겨내기 위해 잔을 기울이던 서민들은 주세 개편에 민감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서 주세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주류업계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서 본 그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마트 주류 코너


주세는 주류, 술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세의 하나로 간접세며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와 함께 소비세에 속한다. 주세 개편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소주나 맥주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시도가 있을 때마다 조세 저항이 상당했다. 게다가 업계마다 입장 차도 첨예하다.

오를까? 내릴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홍범교 조세연 연구기획실장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청회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 주류 협회, 유관부처 공무원 등이 참석해 주세 체계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조세연은 이날 공청회서 주세 개편 관련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맥주만 먼저 종량세로 전환한 후 다른 주종을 개편하는 방안 맥주와 탁주(막걸리)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 외 주종은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 등이다.

3가지 시나리오에는 맥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모두 포함됐다.


조세연서 거론한 시나리오 중 주목할 부분은 종량세로의 전환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주세제도는 종가세, 즉 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원가가 높으면 세금이 높고 반대로 원가가 낮으면 세금도 낮아진다. 이를 종량세, 술의 양과 알코올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주류업계의 오랜 화두였다.

조세연이 내놓은 3가지 시나리오 중 맥주 또는 맥주와 막걸리를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주류 총 출고량은 355에 이른다. 이 중 맥주(45.6%)와 막걸리(13.4%)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출고량의 60%가량이다.

정부는 조세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오는 7월 말 세제 개편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세연의 시나리오대로 맥주의 종량세 전환이 이뤄진다면 수입맥주와 비교해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조세연, 밑그림 발표
맥주 종량세 전환 포함

수입맥주는 신고가가 기준인데 반해 국산맥주는 포장비나 판매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왔다. 당연히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낮은 세금을 냈다. 편의점 등에서 ‘4캔에 1만원같은 행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서 국산맥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국산맥주의 출고량은 매년 하락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산맥주의 출고량은 20132062054201718238994년 만에 10% 이상 떨어졌다. 반면 수입맥주는 같은 기간 945423289783배가량 늘었다.

주세제도가 종량세로 개편되면 캔맥주와 수제맥주의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의 경우 리터당 주세납부액을 840.62원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나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현재는 카스나 하이트 같은 국산맥주에 856, 수입맥주에 764.52원이 붙는다. 국산맥주는 세액이 줄어 이득을 보게 된다. 단 편의점 등에서 수입맥주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현행 상황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 맥주업체의 리터당 납부세액은 14% 가까이 줄어든다. 수제맥주업계서 종량세 전환을 반기는 이유다. 반면 생맥주 가격은 인상될 수 있다. 동일 용량을 기준으로 생맥주는 그간 캔맥주나 병맥주에 비해 낮은 가격에 출고가가 형성돼왔다. 술 용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해 10월 전체 주류에 대한 종량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과정서 맥주 종량세 문제는 굉장히 진지하게 검토했고, 그럴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다만 생맥주의 경우 반대 현상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맥주에 종량세 방식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생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오히려 리터당 60%가량이 오른다는 것이다.

조세연 보고서에도 생맥주의 가격 인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맥주의 경우 최종 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종량세 전환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부 상쇄시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입맥주 ‘4캔 1만원’ 유지
소주, 세제 변화 일단 보류

맥주업계가 종량세 전환을 크게 반기는 것에 비해 막걸리업계는 큰 반향이 없는 모양새다.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세율(5%)을 적용받고 있어 종가세나 종량세 등 어떤 주세 제도를 적용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맥주나 소주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의 세금이 붙는 반면, 막걸리는 주세와 부가가치세만 내면 된다. 막걸리의 경우 주세제도 개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다.

소주에 대한 세제 변화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선 알코올도수 21도가 넘는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 보드카 등의 세금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하지만 종량세 기준을 적용하면 알코올도수 1520도 사이의 소주는 가격이 오를 수 있다. 1520도 사이의 소주는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술인데 들의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주업계는 종량세로의 전환을 반기지 않고 있다. 조세연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수 ()무학 사장은 소주 시장에 대한 파급력은 연구가 전혀 없고, 50년 지속돼오던 구조를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것에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소주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피해는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과세 체계 전환을 소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응 엇갈려


한편 조세연은 맥주 또는 맥주와 막걸리부터 먼저 주세제도를 개편할 경우 신규 설비투자 등 투자 활성화, 고용창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량세 체계가 시행되면 국내 맥주업계는 해외서 생산되는 맥주 물량의 일부를 국내로 전환하거나 신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소규모 수제맥주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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