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민주당 원내 사령탑 쟁탈전

2019.04.01 10:23:29 호수 1212호

이번 경선에 공천이 달려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은 슬슬 몸을 푸는 분위기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시행된다. 원내대표는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총선 출마에 앞서 치열한 공천 경쟁이 펼쳐지는 만큼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구도 역시 복잡해지는 형국이다. 동시에 후보들 간의 경쟁도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 (사진 왼쪽부터)김태년·노웅래·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부겸(행정안전부)·김영춘(해양수산부)장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매해 5월 둘째 주 치러진다. 민주당은 당헌으로 경선 일정을 정했다. 당헌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는 한 달 정도다. 홍 원내대표는 이해찬 대표의 등장으로 존재감을 잃었다. 이 대표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장악했다. 이 대표는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번 경선을 통해 선출될 차기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당 대표의
장악력은?

초기 원내대표의 경선 구도는 민주당 김태년 의원과 노웅래 의원의 맞대결이었다. 김 의원의 출마는 예상된 바였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자리서 내려왔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정책위의장서 물러난 직후 동료 의원들과 자주 접촉하기 시작했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노·친문 인사로 ‘친문 실세’로 통한다. 당 주류의 지원을 등에 업은 김 의원은 원내대표 후보군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김 의원에 대한 당 지도부의 신임도 두텁다. 김 의원은 추미애 대표 체제부터 이해찬 대표 체제에 이르기까지 정책위의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김 의원의 정치적 중량감 역시 한 몫 한다. 김 의원은 경기 성남시수정구서만 내리 3선에 성공했다.

김 의원과 함께 경선에 뛰어든 노 의원은 비문계의 지지를 받는 당내 비주류다. 노 의원은 원내대표 삼수생이다. 노 의원은 지난 경선서 홍 원내대표를 넘지 못했지만 38표를 득표하는 저력을 보였다.


노 의원은 오래전부터 표밭 일구기에 나섰다. 노 의원의 강점은 스킨십이다. 노 의원은 당 행사에 얼굴을 자주 비추는 등 적극적이다. 동료 의원들에게 책과 편지, 생일 케이크 등을 선물했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노 의원 역시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3선 중진에 속한다. 노 의원은 서울 마포구갑서만 3선을 달성했다.

당장 양자대결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후보는 김 의원이라는 평이 우세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의 과반 득표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전체 128명의 의원 중 과반(64표) 이상을 확보한 후보는 결선투표 없이 원내대표로 당선된다.

그러나 이인영 의원의 등장으로 구도가 복잡해졌다. 이 의원은 민주평화국민연대(이하 민평련)와 당내 86그룹, 더좋은미래(이하 더미래)의 지지를 받고 있다. 더미래는 민주당 의원들의 정책 모임이다. 이 의원은 민평련과 더미래 정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 당내 운동권 세력과 친밀도가 높다. 운동권 세력은 문재인정부서 주류로 통한다.

원내대표 3선들의 3파전…불꽃 튀는 경쟁
강한 대표 이해찬과 호흡 맞출 적임자는? 


이 의원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설훈 의원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으나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의원은 서울 구로구갑에서만 내리 3선을 한 중진의원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경선이 3파전으로 치러지면서 후보자 간 역학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김태년 대항마’로 여겨진다. 이 의원은 당내 친문 인사들로 구성된 부엉이 모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김 의원은 초·재선 친문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김 의원의 행보를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추 대표 체제부터 이 대표 체제까지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뒤 원내대표 경선에 곧바로 뛰어든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의원의 출마는 짙어지는 친문 색채와 연관이 있다. 최근 청와대 1기 참모진 등 친문 인사들이 민주당에 입·복당했다. 차기 총선과 문재인정부의 3년 차 징크스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 결집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김 의원이 원내대표 자리에 오를 경우, 친문 결집은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마저 친문 인사가 꿰차는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이 의원의 경선 참여로 민주당 의원들은 새로운 선택지를 받게 됐다.

우려·걱정
전략·속셈

일각에선 당내에서 제기되는 친문일색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의원들의 친문 일변도에 따른 우려는 겉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차기 공천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김 의원이 당선된다면 이 대표의 영향력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차기 원내대표는 당대표와 함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 체제는 공천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을 차단할 공산이 크다. 동일한 맥락서 의원들이 공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 역시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공천개혁 의지도 간과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최근 총선 모드로 돌입, 본격적으로 공천에 손을 대고 있다. 민주당 총선 공천제도 기획단은 지난 26일 국회서 1차 회의를 열었다. 총선 기획단은 후보자의 자격, 공천 심사, 경선 방법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기획단은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 방안의 투명성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기획단은 당내 의견 수렴을 거치고, 최고위원회 결정에 따라 마련한 안건들을 시행할 예정이다.

친문 쏠림 우려 vs 공천 앞둔 셈법
장관 출신 의원? 현실적 어려움?


결국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전략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 개개인이 직접 투표하는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내부서부터 달궈지고 있는 까닭이다.

기존 후보군 이외의 인사들이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는지의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장관직서 물러난 의원들이 그 대상이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과 김영춘 해양수산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물망에 올랐다. 김 행안부 장관은 지난 민주당 전대서 출마설에 휩싸였지만 불출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행안부장관이 험지로 통하는 지역구에 당선되면서 경선 출마설이 제기된 것이다.

김 행안부장관은 경기 군포서 내리 3선을 하다 험지로 통하는 TK(대구·경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9대 총선서 대구 수성구갑에, 지난 6회 지방선거서 대구시장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김 행안부장관은 세 번째 도전 끝에 지난 총선서 수성구갑의 문을 열었던 만큼 험지를 돌파한 중량감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는다.

차기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의 ‘얼굴’ 역할을 하는 만큼 당 안팎서 김 행안부장관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행안부장관이 중도층 표심을 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 역시 공천과 관련된 의원들의 전략적 계산이란 해석도 있다.

삼자구도?
다자구도?

김 행안부 장관은 최근 원내대표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김 행안부 장관은 지난 27일 “당으로 복귀하면 당장 그동안 소홀했던 대구 수성갑 지역 주민들을 찾아뵙는 게 급선무”라며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그럴 뜻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원 겸직 장관들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지역구를 챙기는 데 한계가 있다. 차기 총선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민주당에게 TK는 PK(부산·경남)와 함께 동진정책의 교두보로 통한다. 최근 두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휘청거리고 있다.

김 행안부장관은 “4선 의원으로 정부부처 장관직까지 졸업했는데 다시 원내대표에 나설 군번은 아니지 않느냐”며 “일부 요청은 받고 있으나 앞으로 진짜 할 일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중진 의원으로서 당 영향력이 약화되는 곳에서 직접 승부를 보겠다는 의중을 비춘 것이다.


김 해수부장관 역시 비슷한 이유로 출마설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형국이다. 서울 광진구갑서 재선에 성공한 뒤 부산 부산진구갑서 3선을 달성했던 김 해수부장관은 지난 19대 총선 당시 부산진구갑서 한 차례 낙선한 바 있다.

출마설
뜬구름?

김 국교부장관도 지역구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기 고양시정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김 국교부장관은 오랜 기간 지역구를 비워뒀다. 문재인정부의 2기 개각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장관 겸직 의원들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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