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거래 사이트 NCID 해킹 횡령사건 전말

2019.02.18 10:05:50 호수 1206호

리니지판 조희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엔씨소프트의 PC MMORPG ‘리니지’의 계정 거래를 중개하는 중개 사이트서 사기로 추정되는 대규모 아이템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관련 피해자만 6000명이 넘는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불법적인 계정 거래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유저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없어 향후 대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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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6000여명, 추정 피해액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PC온라인 게임 사기 사건이 터졌다. 리니지 사용자들에게 ‘리니지판 조희팔’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엔씨엔터테인먼트가 서비스하는 ‘엔씨아이디(NCID)’서 일어났다. 이모씨가 운영하는 엔씨엔터테인먼트는 PC온라인 게임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와는 전혀 무관한 업체다.

“믿었건만…”

이씨는 게임 개인방송 진행자(BJ)와 일부 매체를 통한 광고로 피해자들을 끌어모았다. 6년간 안심 거래를 표방하면서 계정 거래를 통한 수수료를 주요 수입원으로 삼아 회사를 운영해왔다. 판매자에 의한 게임 계정 회수로 사고 발생 시 피해보상을 내세우며 거래된 계정만 2400~2800여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게임 계정을 판매하는 유저를 ‘1대’, 계정을 구매하는 유저를 ‘2대’라고 지칭하는데 계정을 거래한 이후 1대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계정을 회수하고 잠적하거나 아이템을 판매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생겨도 2대가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계정 거래는 이용약관상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1대와 2대의 거래를 중개하고 보증을 제공하는 것이 NCID 같은 계정 거래 중개 사이트다. 


그런데 지난해 12월경부터 NCID를 통해 거래된 계정서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보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 NCID의 대표인 이씨가 관련돼있다는 제보들이 쏟아져 나왔다. 제보에 따르면 이씨는 자사의 거래 중개 사이트에 저장된 판매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판매자의 계정에 있는 아이템을 판매, 이를 통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었다.

이 때문에 계정 구매자뿐만 아니라 판매자들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NCID는 구매자 보호를 명목으로 판매자가 약속어음을 발행할 경우에만 계정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NCID를 통해 계정을 판매한 이용자에 따르면, 약속어음은 계정 거래액의 4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판매자가 계정 거래 이후 계정 내 아이템을 회수하거나 정보를 변경하는 등의 계약 위반 행위를 할 경우 해당 약속어음을 지급하도록 돼있다.

때문에 이씨가 발행된 약속어음을 회수할 경우 판매자들의 피해 역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이어지자 피해 유저들이 NCID의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사무실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심지어 NCID의 사이트에도 접근이 불가능해지면서 이씨가 사기행각을 벌이고 해외로 잠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씨는 지난 8일, 한 BJ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사기 행위를 인정했다. NCID에서는 보증금 등을 통해 피해 액수를 보상하는데 최근 회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피해를 보상할 수 없게 됐다는 것. 

이씨에 따르면 NCID는 판매자의 계정을 해킹하고 아이템을 판매하는 ‘도둑질’로 그동안의 거래 중개와 관련한 피해를 해결해왔지만, 도둑질로도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자 이런 대규모 사기를 계획했다.

이씨가 인터뷰서 밝힌 바에 따르면 예상 피해자는 3000여명에 달한다. 또 8000만원 이상의 피해를 주장하는 게이머가 등장하는 등 예상 피해액이 300억∼1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6000여명 피해…피해액 1000억 육박
피해자 모임 변호사 선임해 고소키로

이처럼 계정 거래 중개 사이트의 대표가 사기 행각을 벌여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지만, 게임 약관상 계정 거래 자체가 금지돼있기 때문에 피해 유저들은 보상을 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는 “계정 거래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어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피해 유저들을 모아 함께 민사소송을 청구하는 것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서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으며 귀국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 급히 출국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인 3000여명이 고소를 동시에 진행하면 구속될 상황이었다. 도피라면 도피라고도 볼 수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까지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 보유한 약속어음을 수사기관이 압수하는 순간부터 더욱 큰 혼란이 올 것”이라며 “국내에선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송전으로

한편 이번 엔씨엔터테인먼트에 리니지 계정 거래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 모임도 변호사를 선임해 이 대표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NCID 사기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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