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의 죽음 미스터리

2019.01.16 10:40:13 호수 1201호

죽은 자도 산 자들도 말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국정원은 그 이유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권 비위와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개인적인 사안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 국정원 ⓒ사진공동취재단


현직 국가정보원 직원이 지난 6일, 경기도 용인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 용인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25분쯤 용인시 수정구의 한 공터서 국정원 직원 이모(43)씨가 자신의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용인 공터서
숨진 채 발견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오후 집을 나선 뒤 귀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가족들이 이날 오전 4시38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주변을 수색하던 경찰은 집 근처 공터에 주차된 차량 운전석서 숨진 이씨를 발견했다. 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의 1차 부검 결과 일산화탄소(CO) 중독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용인경찰서는 지난 8일, 가톨릭 서울성모병원서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검을 실시했다.

혈액에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것으로 볼 때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됐다. 시신에서는 특별한 외상이나 질병은 관찰되지 않았다. 


경찰은 추후 약독물 등 추가적인 검사 후에 사인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할 예정이다. A씨가 숨진 경위에 대해서는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을 통해 조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미안하다” 유서 남기고 목숨 끊어
국정원·경찰 공식발표 없어 의문

이씨가 가족들에게 남긴 3장 분량의 유서는 손글씨로 작성돼있었다. 부인과 두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이씨는 “내가 먼저 떠나게 돼 남은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라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서와 관련해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는)A4 3장이다. 국정원 직원으로는 확인됐는데 국정원서 국정원법상 어디 직원인지는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유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정원도 이씨의 죽음에 대해 그 어떤 확인도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뒷말이 무성한데 보수 진영 측에서는 정권의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복수의 사정기관과 방산업체 관계자는 이씨의 죽음이 ‘개인적인 사안’ 때문이라고 입 모았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나 때문에 실수했다”는 표현이 있다.

극단적 선택
진짜 이유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이씨와 관련된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개인적인 사안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국정원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이씨는 오랫동안 ‘방위 산업’을 담당했던 국내 분야 정보요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입사한 지 10년 정도 된 국정원 직원으로 지난해 국내 분야 정보 수집이 폐지됨에 따라 다른 업무에 배치돼 일하고 있었다.


<중부일보>에 따르면 이씨는 해당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었으며 이수 후 올해 해외로 나갈 예정이었다. 다만 국정원은 교육 목적과 내용, 방산업무 경력 등 세부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과 경찰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동안 국정원 정보활동의 불법성이 논란이 될 때마다 국정원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경찰 부검 결과
타살 흔적 없어

지난 2015년에도 국가정보원 직원이 목숨을 끊은 경우가 있었다. 용인의 한 야산에 세워진 마티즈 차량 안에서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번개탄을 피운 게 이번 이씨 사건과 유사하다. 

국정원은 당시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프로그램 'RCS'를 구입해 내국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RCS 운용 실무자인 국정원 직원 임씨는 그해 7월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번갯불과 유서가 발견됐으며 이를 근거로 경찰은 자살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2017년 10월 “국정원이 RCS를 구매해 민간인 사찰에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정치개입·민간인 사찰 등 불법목적의 정보수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임씨가 자살이 아닌 타살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했지만 타살로 판단할 근거는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 위원회는 “임씨가 RCS 도입·운용 실무자로서 의혹 제기에 대한 억울함과 조직에 누를 끼쳤다는 책임감을 느끼던 중 RCS 서버 자료를 임의로 삭제·변경해버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임씨 사망 직후인 2015년 7월19일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고인의 국정원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감지하고 애통해하고 있다”며 “국정원이 보호해야 할 기밀이 훼손되고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자기 희생으로 막아보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함구령 내린 정보기관 ‘뒷말 무성’ 
음모론 VS 개인적인 사안…진실은?


그러면서 “자국의 정보기관을 나쁜 기관으로 매도하기 위해 매일 근거없는 의혹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당시의 정치적 논란에 대한 서운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국정원 소속 변호사가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는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방해한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역시나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주고 유족들은 ‘위장 자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그는 사망 직전까지 국정원 직원들에게 힘든 속마음을 털어놨다고 알려졌다. 그의 친형은 “국정원 직원들에 의하면 동생이 숨지기 며칠 전까지 ‘모든 책임을 내가 져야 할 분위기가 되고 있다’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다’ 등의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어떤 확인도
 해줄 수 없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인 사찰, 서울시 공무원 간첩, 국정원 북풍 공작 등 중요 사건마다 국정원 직원들이 번개탄으로 자살 시도를 반복하고 있다”며 “원인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조직적인 증거·자료 조작과 국정원 지휘부의 꼬리 자르기식 지침 등으로 일관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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