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도예 작가’ 김준명

2019.01.02 10:23:02 호수 1199호

도자기의 전통, 일상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송은 아트큐브서 작가 김준명의 개인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선보인다. 김준명은 순수미술과 공예의 경계에 위치한 도예를 통해 예술과 전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과 관습을 해체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 hug


송은 아트큐브는 재단법인 송은 문화재단이 송은 아트스페이스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다. 신진 작가들의 자발적인 전시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20021월 개관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 전시공간과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한다.

예술 작품

김준명 작가는 2018-2019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 프로그램 작가로 선정됐다. 그는 일상의 요소를 예술의 맥락으로 끌어들여 도자기에 담긴 거대한 서사와 매체의 이데올로기를 와해하고 개인의 영역으로 환원시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김준명은 도자기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에 주목했다. 개인 예술가를 짓누르는 도예의 수직적인 전통과 고정된 인식의 무게를 덜고자 했다. ‘가로적인 역사를 담은 도자기들(20122018)’ 시리즈는 도자기 형태의 석고 틀에 흙판으로 찍어낸 후 이를 합쳐 동일한 형태를 반복적으로 배열한 작품이다.

이는 거친 이음새를 그대로 노출하면서 한국 도자예술의 정수라고 불리는 백자를 마치 공장서 무심하게 찍어낸 듯 표현했다. 반복적인 복제를 거친 항아리들은 단 하나뿐인 예술 작품이 아닌 대량 생산된 공산품으로 비춰진다. 이 과정을 통해 관습적으로 인식되던 도자기의 숭고한 위상을 끌어내린다.


고정된 인식 덜어내고
숭고한 위상 끌어내려

가로적인 역사를 담은 도자기(2015)는 기둥의 갈라진 틈새에 불특정 다수가 은밀하게 쓰레기를 메워놓은 일상의 장면에 흥미를 느낀 작가가 이를 차용해 도자기의 틈새를 버려지는 포장지로 메운 작업이다.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상의 행위를 작업에 적용시켜 전통의 연장선상 혹은 전통의 현대화를 표방한 도자기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서 도자 매체를 다뤘다.

김미정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는 김준명은 자신의 작업을 어디에 위치시킬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인다 공예와 조각 중간에 놓인 도자라는 매체를 오래 다뤄왔기 때문에 그에 한정된 작가로 읽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김준명에게 있어 도예는 여전히 작업의 시작점이고, 탐구 대상이자 풀어야 할 숙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작업서 도예가 가진 고정적이고 한정적인 감각들을 새로운 언어로 치환하려는 조형적인 실험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 Top and Bottom

그럼에도 김준명은 도자기의 형태를 왜곡하거나 파편화시키면서 그 의미를 억지로 뒤트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도리어 항아리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기호로서의 도자기를 다시 읽게 만들 시각적 장치를 사용한다.

은밀한 행위로 복원한 도자기(2013)’서 김준명은 깨진 도자기 틈에 각종 포장재를 끼워 형태를 복원한다. 그러나 사실상 쓰레기인 포장지로 누덕누덕 기워지면서 흰 도자기가 가진 전통과 숭고의 의미는 어그러지게 된다. 이로 인해 도자기라는 기호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기의 사이에 균열이 발생한다.

틈새를 쓰레기로 채워
형형색색의 그림 그려

탈출한 드로잉(2018)’에는 도자로 만들어진 화분들이 한곳에 모여있다. 이 화분처럼 일상서 사용되는 도자기 그릇들은 여전히 고전적인 도자기의 수식을 따라 고풍스러운 문향 혹은 산수의 풍경이 청색 유약으로 새겨져있다.

김준명은 그 이미지를 락카 스프레이로 지워버리고 그 그릇들을 한데 모아 복제된 전통의 수식을 삭제시켰다. 그리고 그 위에 형형색색의 드로잉을 입혀 도자가 아닌, 일상의 사물이 예술로 변이되는 과정을 그렸다.

김 큐레이터는 결국 김준명의 작품들은 도예가 가진 고정관념과 그 뒤에 존재하는 거시적 담론들을 미시 서사로 끌어내리기 위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이 실험은 도자에 대한 형태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형식에까지 이어진다고 전했다.


공산품으로

이어 김준명에게 도자는 단순히 재료적인 측면서의 탐구 대상이 아니다그는 도자라는 매체가 오랜 시간 동안 역사 안에서, 그리고 사회적 맥락 안에서 견고하게 다져온 기의들을 분해하고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도자를 통해 여러 서사를 이어온 작가가 매체와 주제 사이서 선택할 언어가 과연 무엇일지, 향후 그의 작업이 궁금해진다이분법적인 경계들을 지속적으로 의식하고 찾아낼 김준명의 새로운 빚기는 앞으로 어디를 향할 것인가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130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준명은?]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 졸업(2012)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학사 졸업(2006)

개인전

실패한 재현김종영미술관, 서울(2018)
고상한 취미갤러리밈, 서울(2017)
침묵의 아우성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김해(2016)
바라보다보면스페이스 오뉴월, 서울(2014)
‘Forms of Being, Medalta International Artist in Residence’
메디신 햇, 캐나다(2013)


수상

김종영미술관 창작지원 선정작가(2018)
16회 광주 신세계미술제 선정작가(2014)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착지원-시각예술-개인전 선정작가(2014)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이머징 아티스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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