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가상화폐·노정부 바다이야기’ 평행이론 내막

2018.12.24 10:46:23 호수 1198호

흘러가는 꼴이 묘하게 빼박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레임덕의 신호일까, 개인의 일탈일까. 문재인정부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검찰수사관) 사태로 신음하고 있다. 김 수사관의 폭로는 정부·여당의 핵심 인사들을 겨냥했다. 그중 올해 초 참여정부(노무현정부) 인사들의 가상화폐 투자 동향을 파악했다는 폭로가 눈에 띈다. 청와대는 해명 도중 ‘바다이야기’를 언급했다.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공지 메시지를 보내면서 한 말이다. 당시 가상화폐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할 필요성이 있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가상화폐 투기가 과열되며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심지어 참여정부 관련자들이 가상통화에 관여하고 있다는 풍문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BH가 직접
동향 파악

앞서 김 수사관은 <조선일보>를 통해 “지난해 말 비트코인(bitcoin) 등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여부를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었을 때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참여정부 인사들의 가상화폐 보유 여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 고진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동향 파악 대상자의 실명까지 공개됐다. 즉 참여정부 당시 고위 공직자 및 가족들까지 그 대상이었다는 뜻이다. 김 수사관은 이들의 가상화폐 투자 동향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박 비서관의 지시로 동향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 비서관은 복수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반부패비서관실은 가상화폐 보유정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며 피해대책 수립에 꼭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 투기 광풍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불었다. 이 기간 ‘일확천금’을 노리고 가상화폐 투자에 ‘올인’하는 사람도 있었다.

문정부는 가상화폐 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12월28일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서 상황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를 강제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정치권은 가상화폐 붕괴가 향후 문정부의 최대 ‘리스크’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가상화폐가 제2의 바다이야기라는 얘기는 이때부터 나왔다.

참여정부 인사 가상화폐 보유 조사
전 감찰반원 폭로에 청와대 화들짝

이렇듯 별개의 두 사건이 동시에 거론되는 이유는 서로 묘하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바다이야기는 지난 2004년 말 ‘파친코 머신’을 차용한 사행성 게임이다. 도심 유흥가는 물론 골목 안까지 점포가 들어왔다. 2006년까지 게임기 4만5000여대가 팔리는 등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회 전반에 한탕주의가 만연하자 2005년 말부터 게임의 사행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은 물론 자살자도 속출했다. 여기에 당첨 내용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혼란이 일었다. 보다 못한 참여정부는 점포를 없애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한탕주의의 만연으로 사회 불안이 발생해 정부가 규제에 나섰다는 일련의 프로세스가 두 사건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정부 내부 인사가 연루된 사건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참여정부 집권 4년 차에 정권 실세들이 바다이야기에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이를 집중 공격했다. 그러던 중 국세청 출신 권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모친이 경품용 상품권 업체의 지분을 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가·관가는 물론 폭력배까지 연결됐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해당 사건은 정권을 흔드는 게이트로 비화됐다.

묘한 기시감
어디가 닮았나

나경원 당시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서 “‘오염된 바다’가 단순한 정책 오류를 넘어 ‘정(가)·관(가)·폭(력배)’ 세 축이 돈과 이권을 주고 받아온 권력형 도박 게이트란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대통령을 최측근서 보좌하는 행정관의 경품용 상품권 업체 지분 보유와 발행업체 선정 개입 정황, 상품권 업체 대표의 남편이 막강 권력기관인 국세청 직원이란 점, 여권 실세들을 등에 업은 조직폭력배의 상품권 유통망 장악 등 검은 커넥션이 그런 상황을 예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 역시 정부 내부 인사가 연루돼 이득을 챙긴 사건이 발생했다. 문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에 관여했던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직원이 대책 발표 직전 가상화폐를 매매해 시세차익을 본 것이다. 금융 당국은 직원들에게 가상화폐 거래 금지령을 내렸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였다.

문정부 인사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당시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정부가 지난 (1월)15일 오전 9시에 가상화폐 관련 엠바고 보도자료를 공지하고 9시40분에 엠바고를 해제했다”며 “이 40분이 작전시간으로, 시간대별 시세 변동을 분석해보면 엠바고 해제까지 시세차익이 큰 폭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정부 인사들이 가상화폐 투자에 많이 참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이런 가운데 금감원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자 이익을 챙기는 사건이 적발된 것을 보면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가 결코 허위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고 했다.

 

▲ ▲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바다이야기는 참여정부를 모태로 한 현 정부의 트라우마다. 한명숙 당시 총리는 “사행성 오락을 바로잡지 못했다”며 사과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방송에 나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어수선한 BH
칼 빼들어

청와대는 가상화폐 관련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했다고 강조한다. 반면 보수야권은 이를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로 본다.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 고진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등은 김 수사관이 동향을 수집할 당시 이들의 신분이 민간인이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박관천 사건’ 당시 비서실의 국기 문란이라고 주장했고, 후보 시절에는 불법사찰을 막겠다고 했다.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을 강도 높게 수사하겠다라고도 했다”며 “앞에서는 칼을 들이댔지만 뒤로는 청와대 감찰반원이 민간인 사찰을 하면서 새로운 적폐를 쌓아가는데 ‘내로남불’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박관천 사건과) 다르지 않다.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며 “한국당은 이 사건을 국기문란 행위로 규정하고 조속히 국회 운영위를 소집해 이 부분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운영위는 청와대를 소관기관으로 한다.


한국당은 논평을 통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이미 인사검증 실패, 민정수석실 소속 직원들의 불법 행위, 특감반 관련 논란으로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진 조 수석을 반드시 경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김도읍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특감반 정권 실세 사찰 보고 묵살 및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한탕주의→사회혼란→정부규제
내부정보 이용해 부당이득 챙겨

바른미래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대응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미꾸라지’라느니,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느니, ‘법무부에 추가 징계를 요청하겠다’느니, 진실 규명의 성실한 노력보다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모욕과 엄포에 총력을 쏟고 있다”며 “국민의 의문을 깔아뭉개거나 동문서답만 할 게 아니라, 앞뒤 맞는 설명이든 해명이든 제대로 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을 사찰로 규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런 것(정책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 수집)을 민간인 사찰이라고 한다면 무엇으로 정책을 만들 수 있겠나”라고 야권의 공세에 즉각 반박했다.
 

▲ 청와대

김 대변인은 추후 기자들에게 공지 메시지를 통해 민간인 사찰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대법원 판례를 전달했다. 대법원은 지난 1998년 7월24일 판결서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공무원이 법령에 규정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평소의 동향을 감시·파악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인의 집회·결사에 관한 활동이나 사생활에 관한 정보를 미행·망원활용·탐문채집 등의 방법으로 비밀리에 수집·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민간인 사찰?
“절대 아냐”

김 수사관의 폭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흔들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조사하고 20일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12월3주차 국정수행 평가’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포인트 내린 46.5%로 집계됐다. 이는 취임 후 최저치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참여정부 말기를 뒤흔들었던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연되려는 조짐이다. 이에 청와대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김 수사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는 등 엄중 대처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특감반 비위 문제와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에게 특감반 개선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과기부 사무관 만취 추태 전말

국회 본관 앞에서 술에 취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무관이 현금을 뿌리는 소동을 벌였다. 지난 17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45분께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 밑에서 과기부 내 서울 지역 전파관리소 소속 사무관 이모씨가 주취상태로 외투를 벗고 조끼만 입은 채 소리를 지르면서 현금 5만원권 20장가량을 뿌렸다.

이모씨는 1분 뒤인 9시46분께 국회경비대의 제지를 받고 9시54분께 외곽 3문으로 퇴장했다. 국회경비대 측은 현장에 떨어진 돈을 모두 회수해 A씨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씨는 폭력 등 범법행위는 저지르지 않아 경찰에 입건되지는 않았다. 국회 관계자는 “이모씨가 국회 내 마땅한 흡연 장소가 없어 화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지구대 관계자는 “신고 들어온 건이 없다”며 “폭력을 행사했다거나, 도로에 돈을 뿌려서 교통을 방해하는 등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현장서 마무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기부는 이와 관련 “해당 사무관은 본청 소속이 아닌 서울 지역 한 전파관리소 사무관으로 병가를 내고 질병치료를 받아 오던 중 소동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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