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다큐멘터리 감독’ 배윤호

2018.12.21 10:09:12 호수 1198호

화면에 담긴 경험과 기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기도 파주 소재의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휴가 올해 마지막 전시로 배윤호 감독의 다큐멘터리_경험과 기억전을 준비했다. 영화감독이면서 중앙대 공연영상창작학과 교수인 배 감독이 지난 10년간 제작해온 다큐멘터리 영화 3편을 선보이는 자리다.
 

▲ 옥포 조선소 Okpo Shipyard, 다큐멘터리, 101분, 2015, 한국


배윤호 감독은 그간 다큐멘터리, 영상 설치, 비디오 아트 등 영상 미디어와 관련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미술관과 영화관에 소개해왔다. 그는 그동안 영화 시사회 등 몇몇 상영회서 작품을 상영한 것 외에는 자신의 다큐멘터리 미학을 공공의 영역서 검증받을 기회가 없었다.

검증의 기회

배 감독의 다큐멘터리에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사건 이전이나 이후의 군상, 풍경이 느리게 또는 콜라주 방식으로 반복될 뿐이다. 일상의 한 순간에 문득 시작되고 느리게 진행되다 갑자기 종료된다. 주제와 서사는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지만 그 표현만큼은 결코 대중적이지 않다.

배 감독이 이번 전시서 선보이는 작품은 <옥포조선소> <키들락 타히믹의 밤부카메라> <서울역> 3편이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독립영화, 비주류 영화, 영화와 비디오아트 사이를 왕복한다.

망각과 오류 사이서 마치 섬처럼 기억을 잡아두려는 듯 인물과 사건, 풍경을 쫓는다. 인터뷰나 대화는 파편적이다. 편집은 격렬하기보다는 다소 완만하다.


10년간 제작한 작품 3편
절박하고 치열한 고민 결과

주제나 소재는 대부분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것이었지만 오랫동안 망각되거나 가볍게 다뤄왔던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영상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시간이 생활을 무한의 경지로 밀어내고 있다고 느낀다.

출연자, 장소, 풍경 그리고 만남과 관계는 결코 영속적이지 않다. 순식간에 사라질 것들이다. 다큐멘터리는 기억의 기술인 동시에 역설적으로 망각의 기술일지도 모른다.

<옥포조선소>는 대우조선해양 창립 40주년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과 여기에 관련된 용접 노동자 정수영을 중심으로 그 동료들의 일상과 삶을 관찰한다. 근대시스템 공간인 옥포조선소의 장소성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키들락 타히믹의 밤부카메라>는 한국을 방문한 필리핀 영화감독 키들락 타히믹의 일상을 따라간다. 독특한 의상을 입은 채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일상적인 한국의 풍경을 촬영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삶과 예술의 관계를 일상과 평범의 차원으로 치환한다.
 

▲ 서울역 Seoul Station, 다큐멘터리, 84분, 2013, 한국

<서울역>은 서울역 복원 공사 현장 속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상 속 노동자들의 시선에 비친 서울역이라는 장소는 노동과 예술의 시간이 뒤섞여 있다.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디렉터는 <옥포조선소>에 대해 사람들의 이야기, 평범한 대화,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또는 희망적인 의지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키들락 타히믹의 밤부카메라는 빗소리, 바람소리, 도로의 자동차 소리, 라디오서 들리는 방송 등 일상을 구성하는 백색소음이 가득한 거리를 걷는 이방인의 개인적 경험과 이국의 풍경·풍속을 비교하는 모습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주제와 서사는 감동적
표현 방식은 비대중적

키들락 타히믹의 밤부카메라의 마무리서 젊은 시절의 주인공 얼굴이 등장하면서 선언하듯 나는 키들락 타히믹이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억압적 조건 속에서 실존의 망각과 왜곡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자기 주체성의 선언처럼 들린다. 그에 대해 몰랐던 사람도 이 영상을 보면 그가 평범하지 않은 삶의 과정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음을 유추할 수 있다.


서울역은 복원 공사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인터뷰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한 늙은 노동자는 아주 평범한 일임에도 할 사람이 없어서 나 같은 사람이 일을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무슨 고급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라는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묵묵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와 소복이 눈 내리는 기차역이 화면에 떠오른다.
 

▲ 서울역 Seoul Station, 다큐멘터리, 84분, 2013, 한국

김 디렉터는 오늘날 거의 모든 문화와 예술이 재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세상의 흐름과는 다르게 재미와는 결을 달리하는 분야다. 게다가 다큐멘터리는 오락성은 물론 시장성 측면서 투자를 받기 어려운 분야라고 말했다.

열악한 제작환경

이어 그러다 보니 대부분, 아니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는 아주 적은 예산을 투자받아 어렵게 제작된다. 영화 산업과는 동떨어진 존재로서 아주 외롭고 고독한 실존의 조건과 미학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빈곤한 상태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상은 더욱 절박하고 치열한 생활과 미학, 정치와 미학이 뜨겁게 엉켜 있다. 다큐멘터리의 주제와 소재가 대부분 진지한 것들로 구성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배 감독이 지난 10여년간 천착해온 작업이 고독한 모색처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는 내년 1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배윤호는?]

학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 B.F.A
영화대학교 바벨스베르그 코날드 볼프
Filmuniversitat Babelsberg KONRAD WOLF
프로덕션디자인전공 디플롬 실기석사
SET/PRODUCTION DESIGN MASTER OF FINE ARTS(M.F.A.)


영화

<키들락 타히믹의 밤부카메라> 장편 다큐멘터리/제작·감독·촬영(2016)
<
옥포조선소> 장편 다큐멘터리/제작·감독·촬영(2015)
<
서울역> 장편 다큐멘터리/제작·감독·촬영(2013)
<
하늘에 간 박물관> 장편 다큐멘터리/감독(2010)
<
양한마리 양두마리> 장편 극영화/공동제작·미술감독(2009)
<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장편 극영화/미술감독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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