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상업작가서 예술가로’ 김중만

2018.12.17 10:26:50 호수 1197호

상처가 치유되기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진작가 김중만의 작품은 최근에서야 그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1954년 강원도 철원서 태어난 김중만은 그가 지닌 역량에도 불구하고 한국 미술계서 과소평가받아왔다. 2006년 상업 사진작가로서 거둔 유명세와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예술가의 길을 택한 김중만. 그의 개인전이 한국에 상륙했다.
 



10대 시절 김중만은 외과의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갔다. 고국을 떠나면서 시작된 이 긴 여정은 그가 유럽서 순수회화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김중만이 사진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기 시작한 때는 1974년 프랑스 니스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예술학교 빌라 앙르송에 재학하면서부터다.

그저 지켜보다

김중만은 1979년 아를 국제 사진축제서 최우수 젊은 사진가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프랑스서 가장 젊은 사진작가 80명으로 선정되는 등 두각을 발휘했다. 그러다 한국에 돌아와 리처드 아베돈, 헬무트 뉴튼, 사라 문, 허브 리츠와 같은 당대 상업 사진가들의 영향을 받아 아시아 상업사진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김중만은 그간 예술성과 상업성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한국 사진계의 이분법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다. 그의 작품이 진가를 발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들어서였다. 2006년 김중만은 돌연 상업 사진작가로서의 유명세와 화려한 경력을 뒤로했다. 한국의 유명한 모델, 배우, 음악가의 사진을 찍던 렌즈를 한국의 지역으로 돌린 것이다.

한국 떠나 아프리카로
사진에 대한 열정 발견


지난 9년간 김중만은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침묵해왔다. 작품이 왜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노력해왔으나 스스로에게 이대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을 계속 해왔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면 작품을 보여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김중만의 사진전 상처 난 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8년부터 촬영해온 뚝방길의 나무들을 간결한 선과 여백으로 표현해 대형 한지에 프린트한 작품이 소개됐다. 매캐한 냄새와 먼지 때문에 인적이 드문 거리서 제자리를 지켜온 나무를 통해 치유하고 변화하는 관계를 사진으로 담았다.
 

그는 사진에 반해 평생을 사진과 함께 보냈다. 빌린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았고, 필름 살 돈이 없어 빈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러댔다.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날의 연속인 삶 속에서 카메라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다 언제나처럼 지나던 인적 드문 길에서 망가지고 고통받아 지친 나무를 만났다. 계절이 바뀌며 바람이 다녀가고 새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기를 반복한 나무였다. 아무도 모르는 인적 드문 곳에서 김중만은 나무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나무와의 거리 두기를 반복했다. 그 상처 난 거리의 나무를 마주한 그날부터 4년이 지나서야 김중만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나무를 뷰파인더에 담기 시작했다.

화려한 이력 뒤로하고
인적 드문 거리 나무에

지켜보기, 거리두기는 무관심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아픔을 묻거나 파헤쳐 드러내지 않고, 멀리서 상처 난 모습 그대로 나무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작가의 바라보기는 따뜻하면서도 상처를 헤아리는 기다림으로 관람객들을 먹먹하게 만든다.

외로움에 지친 마음과 나무의 상처가 사진작가의 그것과 동일시되는 날 나무에 변화가 일어났다. 지나가던 새가 나무에 앉아 힘찬 날개짓을 시작한 것이다. 나무는 그렇게 스스로를 드러냈고 바람은 나무가 단단하게 견디도록 더욱 세차게 불었다.
 

거센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져 스스로 회복되고 치유되는 과정을 김중만은 사진에 담았다. 완벽하지 않았던 존재가 오랜 기다림과 위로로 전혀 다른 존재로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회복과 치유

나무는 지나간 아픔과 숨겨진 상처를 이겨내고 비로소 고요한 존재로서 화면 가득 당당하게 자리한다. 김중만이 그동안 촬영해온 수많은 사람들처럼. 프랑스의 평론가 롤랑 바르트는 사진의 힘은 멈춰 서서 계속 보게 하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한미사진미술관 관계자는 도시에 버려진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상처의 고통과 애잔함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강한 이끌림이 김중만의 사진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2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중만은?]

약력

1954 강원도 철원 출생
1971 정부파견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부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로 이민

학력

19741977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 수료

개인전

김중만: 폴라로이드와 스마트폰 카메라로 본 한국과 중국홍콩한국문화원, 홍콩(2018)
김중만 아트슈퍼마켓2’ 캐논갤러리, 서울, 한국(2017)
‘SUN, STORM’
웍스아웃, 서울, 한국(2016)
‘CHINA ROOTS’
더컬럼스갤러리, 서울, 한국(2016)
김중만 아트슈퍼마켓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6-13, 서울, 한국(2016)
‘Red Light or Walking Into Strange Cities and Skies’
피앤씨갤러리, 대구, 한국(2015)
‘Different Dimension-5’
노보시비르스크박물관, 노보시비르스크, 러시아(2015)
‘La Nuit Blanche’
세르누치미술관, 파리, 프랑스(2015)


수상

문화외교상(Cultural Diplomacy Award)(2015)
5회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Mark of Respect)(2010)
올해의 FASHION PHOTOGRAPHER(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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