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성형외과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능이 끝난 데다 겨울방학까지 겹친 지금은 성형외과의 최대 대목. 그러나 강남의 유명한 성형외과들도 파리가 날리고 있다. 불황을 타계하기 위한 이벤트도 가지각색. 수술비를 할인해주거나 여럿이 모이면 파격적인 가격에 수술을 해주는 공동구매 등 대형마트를 방불케 하는 상술이 판을 치고 있다. 그러나 성형수술도 의술인 만큼 물건을 사듯 충동적으로 했다간 평생 후회할 수 있는 성형부작용의 덫에 걸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성형부작용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매년 이맘때면 예약손님으로 달력이 빽빽하게 채워졌던 서울 강남 지역의 성형외과들이 올해는 울상을 짓고 있다. 불황의 여파는 오랫동안 불패를 자랑했던 성형업계에도 불어 닥쳤고 대목 중 대목인 요즘 영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결국 많은 성형외과들은 고육지책으로 각종 이벤트를 마련해 손님몰이를 하고 있다.
불황 맞은 성형외과 할인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로 고객유치
정보 없이 가격에 이끌려 결정했다간 부작용 생길 우려 있어
한 성형외과는 수술비를 대폭 인하해주고 수술 후 리무진으로 집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성형외과는 할인 폭을 대폭 키워 반값만 받고 수술을 해준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일부 성형카페들에서 진행했던 ‘공동구매’ 행사를 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여러 명이 수술을 하면 값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이처럼 성형업계가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이자 “이 참에 나도 해볼까?”라는 충동이 일어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주머니사정은 어렵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 가격에 성형을 하겠느냐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싼 맛에 나도 한번?
그러나 충동적으로 성형수술을 결심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 더군다나 이벤트에 혹해 제대로 된 성형외과인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수술을 했다간 성형부작용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다.
물론 성공적인 성형수술로 자신감을 얻어 즐거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성형수술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예뻐지겠다는 욕심이 부른 엄청난 대가에 시름하고 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4년 전 수술을 통해 코를 세운 26세의 직장여성 이모씨도 갑자기 찾아온 성형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
유난히 낮은 코에 늘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대학교 시절 성형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두고 휴학까지 감행하며 수술대에 오른 이씨. 처음엔 무척 만족스러웠다고 한다.
문제는 지난해 11월에 발생했다. 코 속에 작은 염증이 생긴 것. 별일 아닐 거라 여기며 며칠을 보낸 이씨는 점점 커지는 염증으로 결국 수술을 받은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의사는 이씨의 코를 보고 대수롭지 않은 듯 “코 속에 삽입한 실리콘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염증이 생긴 것 같다”며 실리콘을 제거하는 재수술을 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의사의 말에 놀란 이씨는 쉽게 재수술을 결정하기가 어려워 일단 집에 돌아왔고 지금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밤낮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직장에 뭐라고 말하고 수술을 받을지 걱정”이라며 긴 한숨을 토해냈다.
이처럼 성형수술부작용으로 사회생활에까지 지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유명 포털사이트에는 이들이 모여 서로의 고충을 터놓는 카페가 있는데 회원이 5만 명에 가깝다.
이 카페에 가입한 20대 여성 A씨는 지방이식 수술 후 균에 감염된 부작용을 털어놓았다.
A씨는 성형부작용으로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는 등 심각한 대인기피증에 걸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1년 전 A씨는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볼과 팔자주름 부위에 미세지방이식수술을 받았다. 동안으로 만들어 준다는 일명 ‘귀족수술’이다.
부작용이 감지된 것은 수술을 받은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단다. 갑자기 수술을 한 부위가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가렵기 시작한 것. 또 수술부위 피부에서 고름도 나기 시작했다. 이어 좁쌀 같은 빨간 피부발진도 생겼고 고름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A씨는 결국 성형수술을 한 병원을 찾았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해결책은 제시할 줄 알았던 의사는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의사는 “수술한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피부과에 가서 치료를 열심히 받아라”고 말한 것.
이에 대해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수술 후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생긴 피부병을 수술과 상관없다고 말하는 것이 괘씸하다는 것.
뿐만 아니다. A씨가 성형수술병원으로 이 병원을 택한 것은 지방이식수술로 유명한 의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술을 하러 들어 온 의사는 그 의사가 아니라 젊은 새내기 의사였다고 한다. 당혹스러웠지만 이미 수술준비까지 끝낸 터라 어쩔 수 없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부작용이 생기자 더욱 억울한 생각이 든다는 것.
A씨처럼 일부 카페회원들은 마취 후엔 어떤 의사가 자신의 얼굴과 몸에 칼을 대는지 알 수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성형부작용의 경우 병원 측으로부터 피해보상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피해보상 어려워
성형수술로 인한 부작용이란 것이 명백해도 의사의 과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어렵운 탓이다.
이처럼 부작용에 대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그에 따른 피해보상도 어렵다는 것이 알려지자 성형수술을 한 사람이나 할 사람들은 ‘성형외과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 리스트는 성형부작용이 잦았던 병원을 나열한 리스트로 암암리에 떠돌며 성형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다.
이 정보는 수술 실력보다는 각종 이벤트로 현혹시켜 고객을 끄는 성형외과들이 많은 요즘 더욱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성형열풍의 또 다른 이면에 자리 잡은 성형부작용.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씁쓸한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