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6)

2012.05.21 11:10:22 호수 0호

“뱀 잡으려면 꼬리까지 죽여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기억 더듬어 성추행범 거처까지 도착
카메라 준비해 철저하게 대비

나는 이런저런 구상을 얘기하며 의견을 나누고는 그 집 부부에게 당부의 말을 해주었다.
“자네 부부가 아이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절대 추궁하거나 혼란스런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하네. 안정 속에서 몰입하여 자신의 잠재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듯해. 아이가 놀라거나 마음에 부담을 느껴 자신이 간 행로를 밝혀내지 못하면 일이 어려워져.”
내 말에 부인이 알겠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예, 이사님 말씀 잘 알겠어요. 제 딸은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니까 염려마세요.” 사장은 무엇보다 내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가장 궁금해 했다. 나는 그쯤에서 슬쩍 내 의도를 비췄다.
“내가 판단하기론 그 놈이 분명 선량한 일반인은 아닌 것 같아. 다행히 아이가 기억을 되살려 그놈이 있는 곳을 밝혀내게 된다면 혼쭐을 내어 두 번 다시 아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봐. 우리 어릴 적에 뱀을 잡으면 꼬리까지 싹 죽여야 보복을 당하지 않는다고 들은 것처럼, 어설프게 건드려서 약만 올리게 되면 건드리지 않으니만 못 한 게 되지.”
“그렇지, 그래.”

가해자 탐문

“그러니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고 단순히 말 몇 마디 해서는 도리어 감정을 사서 보복을 당할 수도 있으니, 그놈을 완전히 제압하여 항복을 받은 후에, 우리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각인시켜 놓아야 하네.”
김 사장은 내 말에 다소 염려하는 눈빛으로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냐고 재차 물었다.
“이 일은 ‘범을 풀어 여우를 쫓는’ 식이 될 거야. 토끼를 쫓는 여우를 잡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길들여진 우리 편 범을 풀어 토끼를 보호하는 한편, 다른 범을 풀어 문제의 여우를 쫓게 하는 거지. 그러면 제아무리 약은 여우라 해도 제 목이 두 개가 아닌 바에야 제 목을 지키기 위해 도망 다니는 게 급해 토끼를 되돌아볼 여유가 없지. 다시 말하면 그놈에게 딸애 주변에 항시라도 범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켜 놓으면 아무리 간이 큰 놈이라도 제 죽을  짓은 하지 않을 거야.”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 사장 부인은 내가 나름대로 구상한 방책이 공감되는지 굳은 표정을 풀며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이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부인이 한시름 덜었다는 태도를 보이자 김 사장 역시 아내 말에 동의를 하면서도 뭔가 2% 부족하다는 표정이었다.
“토끼와 여우는 이해하겠네만, 범은 누구를 말하는 건가?”
“그건 나에게 맡겨 주게. 그놈을 잡으면 어떻게 나오는 가에 따라 적절한 범을 놓아 보내도록 하겠네.”
나는 궁금증을 남겨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모두에게 현장으로 가보자고 말했다.


우리는 차 두 대에 각각 나누어 타고 집에서 몇 분 거리인 강남고속터미널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주차했다.
“시간이 얼마가 걸리더라도 아이가 최초에 그 남자를 만난 곳에서부터 차례로 되짚어 탐문해보도록 하지.”
내 말을 함께 들은 김 사장 부인이 딸애에게 다가가서 뭐라고 속삭이자, 그 애가 고개를 돌려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고는 슬금슬금 앞장서기 시작했다. 부인과 딸이 앞서가고 나와 후배 그리고 김 사장이 천천히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라갔다.

딸애는 7호선 지하철 역 주변을 돌아보고는 다시 고속터미널경부선 안 식당가를 둘러보고, 다시 나와 지하상가로 내려가 옷가게 등 상가일대를 걸어 다니더니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고속버스 승차장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택시 정류장까지 거슬러가서는 멈춰 서서 어떻게 할지 망설였다.
그러는 중에 김 사장 부인은 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었다. 함께 뒤를 따르는 우리 일행도 입이 바싹 타들어갔다. 그러다가 마침내 범인이 택시를 타고 사당역까지 갔다는 걸 알아냈다.
우리는 다시 승용차를 타고 사당지하철역 사거리에서 과천으로 넘어가는 남태령 고개근처까지 갔다. 그리고는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시 딸애를 앞세우고 놈의 행적을 쫓아갔다.

유단자 후배 동원

김 사장 딸은 이따금 기억이 나지 않는 듯 이리저리 골목을 헤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부인이 딸에게 차근차근 묻고 또 물으며 가느다란 실마리를 붙들고 따라가듯 그렇게 행적을 더듬어갔다.
마침내 다다른 곳은 다가구 2층 주택이었다. 김 사장의 딸은 정문이 아닌 좁은 계단이 별도로 나 있는 곳의 2층을 바라보고는 그때가 기억나는지 갑자기 얼굴을 찡그렸다. 그 모습을 본 김 사장 부인이 참고 있던 분노가 되살아나는지 금방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몸을 떨었다.

순간, 까딱 잘못하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동을 제지하고는 진정하라고 만류했다.
“사모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그 놈이 어떤 놈인지도 모르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니, 여기 계시든지 아니면 저희들 뒤를 따라오시지요.”
내 말에 부부가 주춤하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일단 따님을 데리고 올라가서 그놈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대기하고 있던 후배에게 카메라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급히 오느라고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가 조금 전 골목 슈퍼마켓에서 일회용을 구입했습니다”라며 카메라를 보여주었다.

그거면 됐어. 혹 반항할지도 모르니 무조건 카메라로 막 찍어놓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깟 놈이 설치면 반 죽여 놓지요. 선배님, 제가 먼저 올라가 동태를 살피고 오겠습니다.”
후배가 말을 마치자마자 좁은 계단을 단숨에 2층까지 뛰어올라갔다가 곧바로 내려와 말했다.
“선배님, 2층은 하숙집과 같은 구조로 골방이 6개 있는데, 한군데만 신발이 있고 나머지 방은 신발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곳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다른 출입구는 없지?”
“예, 이곳 외에는 달리 오르는 곳이 없습니다.”
“그래. 좋아 일단 올라가 확인해 보자. 너무 심하게 가격하지는 말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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