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기숙사생들 원룸 찾아 헤매는 내막

2008.12.23 11:43:05 호수 0호

“공사해야 돼, 다음 학기는 알아서 해결해”

최근 울산대 기숙사에 남아있는 400여 명의 재학생들은 추운 겨울이지만 비교적 저렴한 기숙사를 뒤로 하고 가격이 4배 가까운 원룸과 하숙집 등을 찾아 헤매고 있다. 대학 측이 이번 겨울방학부터 내년 7월까지 학생생활관 기린학사와 문수학사 리모델링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비워줄 것을 통보했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마련 없이 길거리에 내몰고 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외지 학생들이 많아 저렴한 기숙사와는 똑같지 않더라도 비슷한 가격대의 방을 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 틈을 노려 인근주민들은 원룸비와 하숙비 등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실제 인상한 곳도 있다. 울산대 기숙사를 둘러싼 갖가지 잡음에 대해 취재해 봤다.

울산대 관계자에 따르면 겨울방학부터 2009년 7월까지 학생생활관 기린학사와 문수학사 리모델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한 학기만 고생하면 2학기에는 기존에 기숙사를 이용했던 사람을 우선순위로 입사시킨다는 계획이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무성의한 태도와 계획성 없는 잦은 공사에 대해 신뢰감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학교 측은 8월에 이어 최근 2달여 기간 동안 보일러 공사를 진행했다. 학기 중에 이뤄진 공사는 시험기간에도 계속됐다고 학생들은 전했다.



큰 공사 하면서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
학비 외 주거비는 3~4배 올라도 학교는 ‘나몰라’

학생들이 염려하는 것은 기존 17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인원이 내년 1학기에는 모두 1374명으로 400명 가량 줄어들면서 거처할 곳을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
기숙사 특성상 외지인들이 많아 학부모들 입장에서 보면 1년에 1000만원에 가까운 학비에 1년에 500만원이 넘는 체류비용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라 한숨이 나온다.
대학 측이 이번에 기숙사생들에게 통보한 2009년 1학기 기숙사 신입생수는 822명, 외국인 256명, 재학생은 115명으로 제한했다. 총 수용인원은 1374명이지만 신입생과 외국인을 제외하고 사생 자치회 간부와 전액장학생, 체육부 등을 빼면 일반 재학생들이 들어 갈 수 있는 숫자는 고작 100여 명 남짓이다.
재학생 기숙사생들은 “신입생의 경우 자신들도 똑같은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외국인에 비해 역차별 받는 것 같아서 썩 기분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불평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숙사를 입사하기 위해서 만점에 가까운 학점이 아니고선 기숙사 입사는 꿈도 꾸지 말라고 충고하고 있다.
이렇게 큰 공사계획이 있었다면 학교 측이 먼저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른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의견 수렴을 거쳐 향후 대책을 마련해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기본적인 절차도 학교 측이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의 이런 통보도 시험보기 2~3주 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수백 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하지만 학교 측은 “이들을 구제할 특별한 대책마련이 없다”며 “현 상항에선 어쩔 수 없고 다만 공사를 서둘러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학생들은 계획적으로 수용대책을 세우고 공사를 하든지 아니면 리모델링 공사를 일단 무기한 연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영빈관, 생활관장실, 행정실 등을 없애고 수용인원을 늘리든지, 신축건물을 먼저 세우고 한 동씩, 한 층씩 연차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라고 방안을 내 놓았지만 학생들의 이런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기숙사생들은 한 학기 80여만원으로 방값과 밥값을 해결해 왔지만 향후 30만원가량의 원룸비와 관리비, 밥값 등을 더하면 월 60만원을 훌쩍 넘을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은 3~4배 가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울산대학교 학생 외에도 울산전문대 학생도 같은 둥지를 틀고 있어 인근 원룸과 하숙, 자취방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다. 원룸이나 하숙집을 구했다면 다행이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이마저도 구하기 힘들 판국이다.
이틈을 노려 인근지역에서는 벌써부터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원칙적으로 2월20일까지 방을 비워줘야 하지만 자칫 방을 구할 수 없는 일도 벌어질 수 있고 뒤 늦게 구하면 방값이 오를 수 있어 12월 중순부터 방을 빼기 시작한 학생들도 늘고 있다.
사태가 이 정도 되면 기숙사 사생회와 층장(각 층별 관리자)들이 학생들의 권익을 대변할 집단적인 행동을 취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들이 너무나 잠잠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생회 간부들의 추전으로 임명되는 층장들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자신들은 죽어라고 공부해서 성적으로 들어오지만 층장들은 사생회에서 추천식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낮은 성적으로도 기숙사에 입사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총학생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고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숙사 관계자는 “한 달에 장학금 명목으로 16만원가량 지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숙사 학생들의 불만이 이것뿐만이 아니다. 비록 한끼 2000원 정도밖에 안 하는 식사지만 1000여 명 학생들이 이용하는 식당치고는 정해진 메뉴식단과 달리 자주 바뀌는 식단에 이젠 덤덤해졌다는 것.

또한 기숙사생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안 먹어도 식비를 의무적으로 내고 있음에도  정해진 식사 시간에도 밥이 부족하고 조금 늦다 싶으면 덜 익은 밥과 간식을 챙길 수 없어 화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 그때마다 기숙사 측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려 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 기숙사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과장되고 왜곡된 면이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울산대 문수게시판 뜨거운 사연
글 조작하나?


울산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문수게시판이 요즘 뜨겁다. 학생들은 게시판을 보면 말이 안 나온다는 비판이다. 언론매체에 울산대학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오면서 조회수가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지금은 한 달 전 조회수가 높았던 글들로 모두 바꿔져 있다는 것.
이에 대해 학생들은 부정적인 내용이 올라왔다 해서 게시판을 임의적으로 수정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문수게시판에는 기숙사 관련 1600~1700건의 조회수가 넘는 비판적 게시물 대신 800건대의 ‘2008년도 연말정산용 교육비납입증명서 발급 안내’가  ‘Hot 게시글’로 올라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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