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포조선 노조 민주노총과 결별하나?

2008.12.23 11:25:07 호수 0호

금속노조와 아무 사이 아닌데 감놔라 배놔라 “왜?”

현대미포조선 노조와 민주노총 울산본부 및 금속노조가 미포조선 조합원의 투신사건과 용인기업 해고관련 처리과정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미포조선 노조는 미포조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금속노조가 노조 조합원 문제를 해결한다는 구실을 내세워 노사 교섭단체인 미포조선 노조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미포조선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에게 밀린 의무금(조합 회비)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고 있어 갈등이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골이 깊어 질 경우 현대중공업 노조처럼 민주노총을 탈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지난 2004년 현대중공업이 금속연맹을 탈퇴하는 사건을 연상시키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고 박모씨 분신사건 수습 과정에서 금속연맹과 큰 갈등을 빚다가 금속연맹의 제명으로 상급단체를 전격 탈퇴했다.



지난 12월8일 미포조선 노조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에 공문을 보내 이번에 투신한 이모 조합원 관련 문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자처리와 조합원의 산재처리 복지처리 등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으니 13일 미포조선 앞에서 예정된 영남노동자대회를 취소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10일 열린 제23회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사내 하청업체였던 용인기업 해고자 복직과 이모 조합원 관련 현안문제를 조기 수습하고 민주노총 울산본부, 금속노조 울산지부, 지역 사회단체의 회사 앞 집회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 노동 단체들은 현대미포조선 노조의 취소 요청을 묵살하고 영남노동자대회를 개최해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현대미포조선 노조가 밝힌 협상안이 너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세부적인 것이 없어 상급기관에서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행동인 셈이다. 이처럼 양측이 힘겨루기 양상을 띠면서 사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미포조선 노조 관계자는 “최근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해 투신한 이모 조합원과 용인기업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에 대해 노사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왜 노사 교섭단체인 미포조선 노조를 무시하고 회사를 상대로 각종 성명 및 집단행동을 해 혼선을 빚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만일 노조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회사가 마땅한 대책마련을 해주지 않아 상급단체에게 도움을 청할 때 도와주는 게 좋은 그림인데 앞뒤 순서가 바뀌고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너무 월권을 하고 있다는 것.
노동자 대회도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초청방식으로 치러지는 것이 선례인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미포조선 노조의 주장이다. 현재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금속연맹이 해체된 후 산별전환을 위한 투표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반대로 상급단체가 없는 상태로 민주노총에 가입된 상태다.

민주노총 소속돼 있지만 선거권 없는 미포조선 노조
금속노조 조선분과회의 “우리 사업장에서는 안 돼”
    

현대미포조선 입장에서 보면 금속노조는 현대미포조선 노조와 전혀 관계도 없는데 남의 사업장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금속노조에 대해 미포조선 노조의 태도는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미포조선 노조는 금속노조 조선분과활동에 더 이상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17일 금속노조가 미포조선 내에서 열자고 제의한 조선분과 회의를 거절했다.
그동안 미포조선 노조는 산별 금속노조 전환이 무산된 이후에도 금속노조 미전환 특별위원회 소속으로 금속조선분과 회의에 참여해 왔지만 사전에 노조에 협조를 구하지 않고 상급단체인 것처럼 통보한 것이 거절의 표면적 사유다.
민주노총과의 관계도 서먹서먹해지고 있다. 최근에 있었던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선거에서 미포조선 조합원들은 선거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금속연맹 해체 후 산별노조 전환이 조합원의 반대로 상급단체가 없는 상태다. 민주노총은 이런 사업장들을 위해 미전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제에 나섰다.
민주노총 규약상에 따르면 단위노조의 직접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미전환 특위는 산별노조 미전환 사업장과 민주노총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중재로 한때 미포조선 노조와 민주노총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최근만 보면 사정이 다르다.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최근에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총은 현대미포조선 노조에게 선거권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월 이상의 의무 납입금을 내야 한다고 노조에 통보했다. 산별전환이 부결되면서 외톨이 아닌 외톨이 신세였던 미포조선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시작이었다. 밀린 납입금 중 올해 8월·9월·10월 의무납입금을 낸 이후에도 민노총은 300원이 인상됐기 때문에 인상분을 추가로 납입하라고 요구했다.
그것도 잠시, 민주노총 중앙회는 이외에도 지난 1월부터 7월까지의 밀린 의무납입금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권을 줄 수 없다고 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의 이행계획서 제출 이후에도 민주노총의 의무 납입금에 대한 태도는 다시 한 번 바뀌었다. 민노총 본부는 지난 2007년부터 밀린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투표권을 줄 수 없다고 최종입장을 전달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는 이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일처리를 진행할 때마다 대의원과 조합원의 의견을 묻고 그에 대한 결정에 따라 일처리를 하고 있는데 이럴 수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욱이 회계연도가 끝나고 새로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어떻게 과거 사업비를 정산하라고 요구하는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관계자는 “의무 납입금에 대해서는 지역본부에서 내리는 결정사항이 아니고 단체 내에서도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결국 전체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특정 사업장만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이다.
울산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에 세 번째로 노조원이 많은 현대미포조선 노조를 이런 식으로 대한 민주노총에 대해 좋은 감정이 있을 수 없다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하부영 울산본부장<직격토로>
 “민노총 ‘뻥 파업’ 안된다”

민주노총 하부영 울산본부장(구속 중)이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지인 <노동사회> 11호와 울산민주노총 게시판에 올린 글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게시판에는 “현대미포조선과 관련 열 받는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 작금의 민주노총에서 미포조선 정문에서 행하고 있는 촛불 집회를 도저히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 본부장은 “노동운동가들은 이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며 “그동안 정파 간 대립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실력과 수준을 넘어서는 ‘내부 정치용’ 총파업과 총력투쟁을 외치며 과도한 경쟁으로 동력을 고갈시켰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증되거나 확인되지 못한 주장, 조직의 준비 상태와는 전혀 별개인 ‘뻥 파업’의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며 “(민주노총) 80만 조합원 중 총파업돌입이 가능한 조직은 23만명”이라고 주장했다.
또 “집행부를 장악했을 때 투쟁력을 과시하기 위한 무리한 투쟁계획을 제출하거나 총파업 찬반투표 조차 실행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민주노총 총파업’을 요구하는 것은 사기와 기만”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당위성만 앞세우는 총파업 주장은 민주노총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투쟁 동력과 재정도 부족한 민주노총이 먼저 총파업을 제안하는 일은 당분간 자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 본부장의 주장은 그동안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다양한 정치파업이나 임단협 파업이 전개됐지만 충분한 공감대 없이 진행되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해왔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 본부장은 2006년 2월부터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으로 활동해왔으며 지난 11월 불법 집회와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상태다.
한편 울산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조직 조합원 투신사고와 관련 현장조직원들이 설치한 농성장이 지난 16일 철거됐다. 울산 동구청은 11월 초부터 공공시설물에 무단으로 농성장을 설치해, 이곳을 지나는 근로자들 및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친 가운데 자진 철거해 줄 것을 설득했지만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행정대집행을 단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민노총 울산지부는 동구청의 조치를 ‘노동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날 미포조선 앞에서 구청의 행정대집행 규탄 집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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