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8②> 기업 사회공헌 ‘기부 짱’·‘기부 꽝’리스트

2008.12.23 10:07:07 호수 0호

‘불황’ 녹이는 토종회사…더 꽁꽁 얼리는 외국회사

기업과 나눔. 이젠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에 기업들의 온정은 더욱 빛이 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나눔에 인색한 기업도 한눈에 들어온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몰라’라 하는 경우다. 올 한 해 사회 외진 곳에서 값진 땀을 흘린 ‘기부 짱’기업들의 성과와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기부 꽝’기업들의 한계를 조명해봤다.

경제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되며 주목받고 있다. 국민적 염원인 ‘경제 살리기’는 재벌그룹의 사업 투자만으론 모자라다. 기업들이 기부, 일자리 창출, 지역 균형발전 등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소금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연말에 몰린 단발성 행사의 단순 기부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젠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공헌을 업무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 사회전체의 행복 온도를 높이고 있는 것.

그룹 전담조직 구성
전체 임직원 90% 참여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답한 208개 기업들이 지난해 사회공헌활동에 쓴 비용은 총 1조955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1조8048억원에 비해 8.4% 증가한 금액으로, 한 기업당 평균 94억200만원씩 지출한 셈이다. 임직원들의 사회봉사 참여율 역시 2005년 49.1%, 2006년 70.5%에 이어 지난해 71.3%를 기록, 증가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아가 대부분의 기업은 내년도 사회공헌 규모를 축소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규모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상당수에 달한 것. 응답 기업(208개)의 87.3%가 “사회공헌활동을 늘리거나 현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현재보다 규모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했다.


전경련 측은 “경기 침체에도 국내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임직원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직접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 형태가 선진국 기업의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각 기업의 사회공헌 형태는 진화하고 있다. ‘기부형’에서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 기업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임직원이 동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룹마다 사회공헌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담조직을 구성해 1년 365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그룹 80% 이상이 각 계열사에서 흩어져 진행되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일원화하기 위해 사회공헌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총수들과 CEO들은 이들 사회공헌팀을 직접 꾸릴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행복 경영’의 대명사 SK그룹이 대표적이다. SK그룹은 2004년 ‘SK 자원봉사단’을 발족하면서 본격적인 사회공헌에 나섰다. 당시 48개 팀 1200여 명으로 시작한 봉사단은 12개 주요 계열사 370개 팀에 소속된 임직원만 2만2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그룹 전체 임직원의 90%가 넘는 수치다. 연간 총 봉사시간은 40만 시간 정도. 1인당 봉사시간은 매년 3∼4차례 이상 20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사회공헌에 투자한 금액도 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SK그룹의 사회공헌활동 선두엔 최태원 회장이 있다. 최 회장은 단순히 직원들을 독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행복전도사’인 최 회장은 “내 주위 사람들이 행복하면 내가 행복해진다”는 생각으로 반기에 한 번씩 봉사현장에 나간다. 앞치마를 두르고 바자회에 나서는가 하면 근로복지센터를 찾아가 직접 과자를 굽기도 한다. 또 집을 짓기 위해 목재를 옮기고 달동네에 연탄을 나르는 등 험하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SK그룹 전 계열사 CEO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 손관호 SK건설 부회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등 SK그룹 대표 CEO들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SK그룹 주요 계열사 CEO들의 봉사활동 횟수는 1인당 평균 4회가량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솔선수범하며 그룹의 사회공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봉사 현장에선 재벌그룹 총수가 아닌 그저 평범한 봉사자의 신분으로 돌변(?)한다. 사회시설 등 소외계층을 찾아다니며 갓난아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외로운 노인들에겐 아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

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손발 노릇을 자청하기도 한다. 최근엔 3남인 동선 씨와 함께 종로구 창신동 일대 천막촌 독거노인을 방문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임직원 모두가 사회공헌에 참여해야 한다”는 김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해 ‘한화사회봉사단’을 발족한 이후 본격적인 봉사 활동을 펴고 있다. 임직원의 자발적 봉사활동 참여율은 2006년 78.6%에서 2007년 86.5%로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봉사 시간도 2006년 10시간에서 2007년 12시간으로 늘어났다.


한화그룹은 임직원 참여율을 90% 이상 끌어올리고 1인당 봉사 시간도 16시간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봉사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150억원 정도의 재정적 지원과 2만3000여 명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기존 400개에서 600개로 늘렸다.

포스코도 임직원들의 사회공헌활동 참여가 두드러진다. 사내 봉사그룹만 400개가 넘는 포스코는 지난해 37만여 시간을 지역사회의 소외된 곳을 찾았다. 전 직원의 90%가 봉사활동에 참여했으며 1인당 봉사시간은 평균 21시간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물질적 지원이나 직접 참여가 어려운 기업들은 자사의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 방식을 개발하기도 한다.

IT 기업인 A사는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국민의 IT 활용능력 향상을 돕기 위한 개인상담 및 단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기업인 B사는 청소년들에게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광고회사인 C사는 영세한 중소기업과 NGO 단체의 무료 로고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양’보다 ‘질’
프로그램 직접 운영

그렇다고 기업의 기부문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교육시설 및 복지시설 등에 대한 기부후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성금 200억원을 기탁했다. 삼성그룹은 연간 세전이익의 3% 정도인 4000억원을 사회공헌활동에 내놓고 있다.

앞서 현대기아차그룹과 LG그룹도 100억원씩 쾌척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GS그룹 등도 각각 30억원의 성금을 기부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지난 10년간 모금회에 고액기부를 한 기업을 보면 삼성그룹이 187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현대·기아차그룹 544억원, SK그룹 505억원, LG그룹 476억원, 국민은행 450억원, 포스코 359억원, 롯데그룹 168억원, 이랜드그룹 145억원, GS그룹 110억원, 한진그룹 107억원, 신한금융그룹 107억원 순이다.

특히 개인 최고 기부자에 기업인이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주인공은 최신원 SKC 회장. 최 회장은 2003년 1000만원, 2004년 4000만원, 2005년 9800만원, 2006년 2000만원, 2007년 4100만원, 올해 1억2300만원 등 지난 6년 동안 모두 3억320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최 회장의 기부 사실이 알려진 것은 최근 모금회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개인 최고 기부자를 발표하면서다. 이는 모금회 10년간 개인 최고 기부자 4위에 해당하며 현직 기업인으론 최고액이다. 그는 대기업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모금회의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노력에 대한 국민 인식 수준이 매우 낮은 것. 전경련이 지난해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6.4%)이 “현재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사회 분위기로 마지못해 하는 경우가 많다 ▲공헌활동이 일회성에 그친다 ▲공헌 규모가 작다 등으로 꼽혔다. 지난해 대한상의 ‘기업호감도 조사’에서도 국민들이 평가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점수는 1백점 만점에 37.4점에 그쳤다.

기업들이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기업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 사회공헌의 ‘양’보다 ‘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방적인 기부금 전달이나 주먹구구식 예산 집행만으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점도 문제다. 기업의 장기적인 전략 수립과 함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 기업의 경우 업종별·지역별 네트워크를 구축해 상호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동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회공헌에 대한 평가시스템도 필수다. 단순한 프로그램 나열이나 기부액 집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수혜자에게 미치는 효과 등 정교한 평가시스템 도입이 절실한 형편이다. 이밖에 부정부패, 비리 등에 대한 면피용 사회공헌활동은 사라져야 하며 정부도 기업 사회공헌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미꾸라지가 물 흐린다
봉사 모르는 외국자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양극화 문제를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며 “사회공헌활동의 질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업들은 물론 정부, 지자체 등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들의 인색한 기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외국계 기업이나 대주주인 기업의 경우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몰라’라 하는 실정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등 외국 자본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S-Oil은 지난해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고작 0.7%에 그쳤다. 외국 투자자가 경영권을 쥐고 있는 (주)쌍용은 2006년부터 단 한 푼의 사회 기부금도 내놓지 않았다.

사정은 외국계 자동차와 은행권, 생보사 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차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쌍용차는 지난해 2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5000만원, BMW코리아는 1억원, 한불모터스는 1000만원을 냈으며 아우디코리아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외국계 생보사의 경우 알리안츠 1억원, ING생명 2억원 등 이익의 1%도 못 미치는 금액을 기부했다.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은 각각 이익의 0.38%와 0.64%인 18억원씩만 사회환원에 썼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최대주주인 외환은행도 이익 대비 0.29%에 불과한 28억원에 불과했다. 은행권 전체의 사회공헌 실적이 평균 순이익의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밖에 ▲한국코카콜라, 한국델몬트, 씨그램코리아, 펩시콜라 등 음료회사 ▲인텔코리아, 도시바 일렉트로닉 등 전자업체 ▲해외 명품업체인 루이비통코리아, 페라가모코리아, 구찌코리아,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 등도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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