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점령 백태⑨하나금융지주-두레시닝

2012.04.10 10:38:40 호수 0호

재벌 뺨치는 문어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건물청소, 경비용역, 광고·광고물 설치 등
대기업 손 떼는데 “시너지 더 강화하겠다”



하나금융지주가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벌기업도 아닌 금융사가 이런 논란에 휩싸인 건 전례에 없던 일.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그러나 논란의 안쪽을 들여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제는 자회사인 두레시닝. 하나은행 행우회와 하나대투증권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하나은행 부행장급들이 퇴직 후 거쳐 가는 자리다. 실제 이장규 전 하나은행 부행장보, 조병제 전 하나은행 부행장 등이 이 회사 사장을 지냈으며 최근엔 하나은행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던 장기용 부행장보가 대표로 취임했다.

금융업무와 무관

이 회사의 업무는 금융업과 전혀 무관하다. 하나금융 계열사의 판촉 사은품을 만들고, 문구·커피 등 집기류를 댄다. 이른바 소모성 물품 구매사업(MRO)이다. 두레시닝은 500억원 정도인 연 매출의 90% 이상을 하나금융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레시닝 외에도 하나금융 산하에는 두레크린, 두레굿맨, 두레드 등 지주사가 밀어주는 회사들이 많다. 이들 회사의 일감 대부분은 하나은행에서 나온다. 하나금융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먼저 청소대행 업체인 두레크린은 지난 2004년 7월 두레시닝 외주 클리닝 사업부에서 클리닝 전문 업체로 분사해 출범한 회사다. 현재 두레크린은 하나은행 사옥 8개 관리, 외부 빌딩 1개 관리, 하나은행 지점 정기 클리닉 119건, 하나은행 및 외부업체에 준공 및 가설 클리닉 82건 등을 맡아 하고 있다.

경비 용역 업체인 두레굿맨 역시 지난 2004년 두레시닝 사업부에서 출범했다. 이 회사는 하나은행을 비롯한 각종 시설에 경비를 파견하는 등 보안을 담당한다. 현금, 유가증권 등 고가상품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또 두레드는 광고물을 설치하는 회사다.

여기에 최근 하나금융 계열사로 편입된 외향산업도 있다. 외환은행 행우회가 출자한 이 회사는 인쇄, 이벤트 관리, 화환 판매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역시 외환은행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한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크게 닮아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와 MRO사업을 추진하는 등 대기업의 ‘못된 행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사회적인 지탄을 받은 바 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손을 뻗고 그룹 내에 물량을 몰아줘 중소기업의 판로를 막는다는 비판이었다. 말 그대로 중소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는다는 것이었다.

당장 중소기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앞 다퉈 재벌 그룹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질책했다. 정부 역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 방안을 강구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처럼 골목상권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 많은 대기업들은 골목 상권과 관련한 사업을 접기로 했다.

오히려 강화 계획까지

그러나 하나금융은 아직까지도 문제의 자회사들을 손에 꼭 쥐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하나금융은 최근 두레시닝과 외향산업이 소모성 자재를 공동 구매해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향후 발전계획까지 내놨다.

당연히 하나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세간에선 공공성을 높여야 할 금융지주사가 재벌보다 한 술 더 뜬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금융이 이런 비판의 목소리를 어떻게 불식시킬까. 그 해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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