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하는 ‘새누리당 분열론’ 막전막후

2012.04.11 12:36:45 호수 0호

어색한 밀월 ‘이명박근혜’ 총선 끝나면 째진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분열이 예상됐었다.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계 공천학살이 친이계로 바뀌어 재연될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실제 친이계의 중진의원들이 공천에서 탈락하며 비박(非朴) 보수진영의 세력화 움직임이 급속도로 진행될 조짐을 보였고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의원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반란은 없었다. 무게감 있는 중진의원들이 줄줄이 뜻을 접으며 ‘백의종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의 완벽한 승리였고 하나로 결집한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총선용일 뿐 새누리당의 분열이 곧 터진다는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새누리당 분열론’의 실체를 조명해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유망한 정치인이며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은 몇 사람 없다”고 치켜세우며 총선용 ‘밀월관계’를 형성했다.

레임덕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남은 임기를 순탄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 여권의 총선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박 위원장 역시도 온갖 잡음과 분열을 몰고 올 공천을 앞두고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박 위원장은 “대통령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라며 여권 내부에서 제기되던 대통령 탈당을 통한 적극적인 차별화 요구에 제동을 걸며 이 대통령이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이해관계 맞아
밀월관계 형성

공천이 진행되던 중 탈락한 안상수 전 대표·김무성 전 원내대표·진수희 전 장관 등 무게감 있는 중진의원들과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 등 원외 친이 인사들도 “낙하산식 공천이 이뤄지면 중대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반발했지만 모두 꼬리를 내리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야권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보수 분열에 대한 이 대통령의 깊은 우려가 전해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던 분열의 마침표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찍었다. 애초 ‘나 홀로 공천’을 받은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지역에서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거듭했고 여권 분열 국면에서 제기한 메시지는 “지금이라도 감정적 보복 공천을 하지 말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해 달라”는 점잖은 요청에 그쳤다.

친이계에는 구심점이 필요했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정운찬 전 총리도 총선에는 뜻이 없다는 뜻을 밝힌 상태라 김 전 원내대표의 행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당초 탈당을 시사해오다 갑자기 번복하자 정치권에서는 당과 모종의 딜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 가는 친이계, 몸 사리고 살아난 후 박근혜 공격한다! 
박근혜 MB와 차별화 불가피, 대선 위해 탈당 요구할 듯

김 전 원내대표가 백의종군하자 이동관, 김해진 등도 줄지어 당 잔류를 밝혔으며, 안상수, 진수희 등도 줄줄이 출마를 포기했다. 허태열·박대해·이종혁·허원제 의원 등 공천을 받지 못한 부산지역 현역의원 전원이 출마 의사를 접었고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던 이성권 의원도 뜻을 접었다.

공천 승복은 조전혁·이경재·박종근·김학송·정해걸·윤영·조진형·김성회·이사철 의원 등 계파를 막론한 광범위한 영역에서 이뤄지며 탈당 행진이 완전 중단됐다.

보수표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게 된 박 위원장은 “어려운 결정을 하셨다고 본다”며 김 전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공동 선대위원장 혹은 선대본부장 기용설이 흘러 나왔고 비례대표를 보장해 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공천탈락 뒤 비례대표 보장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김 전 원내대표가 이를 고사해 “총선 뒤 당 대표 정도를 얘기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김 전 원내대표는 탈당번복선언에서 “지역구민들에게 더 큰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현재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선거유세에 힘을 싣고 있어 당 대표설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김무성 당 대표설
친이 부활 선봉장?

때문에 친이계의 몰락을 운운하는 당 관계자들도 있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던 친이계 인사들에게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진 것으로 알려지며 몸을 사리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 된 것이다.

의중을 전한 메신저로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목됐고 임 전 실장은 공천 문턱에서 주저앉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직접 접촉해 “멀리 보고 가야 한다”며 만류했다.

이 수석의 ‘문자메시지’ 파문도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 사이의 ‘밀월’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 수석은 공천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기 전 친이계 김희정 새누리당 후보에게 공천 축하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일부 공천위원들의 이름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 메시지가 이 수석의 실수로 김희정 의원과 이름이 비슷한 민주통합당 김유정 대변인에게 발송돼 논란이 됐던 것이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이 공천위원들을 통해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했고, 공천 결과도 미리 보고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와 박 위원장 사이에 모종의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친이계는 자신들이 공천에서 떨어지는 불리함을 안고서도 박 위원장의 공천에 큰 반발 없이 수긍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정치권에서는 친이계가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로서 박 위원장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야권이 제기한 ‘정권심판론’을 물타기하는 동시에 총선 결과를 박 위원장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는 명분 또한 노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당이 흔들리면 앞서 말한 김 전 원내대표가 당 대표로 등극해 친박계의 책임론을 대두시키며 친이계 부활 선봉장으로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박근혜 흠집내기, ‘심판론’ 물타기, 책임전가 1타3피? 
총선용 밀월 ‘갈등의 해소’ 아닌 ‘파국의 연기’가 맞아  

민생파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정권심판의 최전방에서 상처를 받으며 분열의 책임만 떠안게 될 수도 있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린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이번 분열의 봉합은 이 대통령의 ‘패배’라기보다는 오히려 친이계의 ‘조직적 퇴각’으로 읽히는 시각도 많다.

총선을 전초전으로 보고 본 게임인 대선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고 정권재창출을 위해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하겠다는 속내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총선만 끝나봐라’라는 움직임이 숱하게 감지되고 있는 것 또한 이 같은 정황을 방증해준다.

이런 시점에 정 전 총리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친이계의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정 전 총리는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다, 수수방관만 할 수 없다”며 “풍요롭고 품격 있는 국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반성장위원장 직을 사퇴하며 총선 후 대선 주자로서 움직임을 본격화 할 것이 공식화 되고 있다.

김 지사도 “(나 자신을) 대통령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중 도지사직을 사퇴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대선 출마의지를 드러냈다.

총선 이후 본격적인 대선 경쟁을 염두에 둔 행보와 발언으로 여겨져 박 위원장과 한 판 승부가 예상된다.

친이계 대선주자들
줄줄이 출마 선언?

반면 박 위원장으로서는 대선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차별화가 불가피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총선은 대선의 교두보이자 중대한 시험대로서 어떤 식으로든 보수표의 분열은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박 위원장은 공천 과정을 통해 친이계 핵심 인사들을 대거 솎아내고, 당을 온전하게 장악하면서도 분열의 후폭풍은 최소화하는 성과를 얻어냈지만 야권으로부터 ‘이명박근혜’라는 공격을 받았다. 정권 심판론의 대상으로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싸잡아 겨냥한 발언이다.

또한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 사건이 재점화 되자 박 위원장도 청문회 대상이라며 정권심판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총선 최대 이슈로 ‘정권 심판’을 꼽자 새누리당은 긴장에 빠졌고 “우리는 한나라당 아니다”고 차단막을 치기에 급급했다.

선거가 다가오며 민간인 사찰로 수세에 몰리자 “이명박 정부는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긋기에 분명히 나섰다.

비대위원과 선대위원들도 각종 토론에서 “우리는 집권여당이 아니다”며 차별화를 꾀했고 이는 총선이 끝나면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박 위원장은 자신의 대권을 위해 이 대통령에 대해 탈당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뿌리 깊은 친이·친박 간 계파갈등이 또 다시 재현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전 ‘밀월관계’가 ‘갈등의 해소’라기보다는 ‘파국의 연기’로 해석됐던 이유다. 어색한 발맞춤 뒤에 펼쳐질 파국 정국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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