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점령⑦롯데그룹-블리스

2012.03.28 09:14:37 호수 0호

접는다더니 매장 꾸미고 늘리고 “뭐하는 시츄에이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사업철수 결정 밝힌 뒤 보름 후 신규점포·리모델링
영업점 닫거나 사업 철수 중인 다른 업체와 대조적



롯데그룹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베이커리 브랜드인 포숑을 운영하는 블리스 때문이다. 블리스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둘째딸 장선윤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장 사장은 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1998년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통합팀장, 해외명품 담당이사를 거쳐 2007년 호텔롯데 호텔사업부 마케팅부문장(상무)으로 발령을 받아 10년 만에 호텔로 자리를 옮긴 뒤 2008년 결혼과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런 장 사장이 다시 일선에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12월이다. 장 사장은 ‘블리스’를 설립해 ‘포숑’이라는 브랜드로 인스토어베이커리(유통매장 내 제빵매장) 시장에 진출했다.

이중적인 모습 비판

롯데는 포숑을 고려당에 위탁해 운영해 오다 지난해 5월부터 장 사장에 판권을 넘겼다. 또 포숑이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본점 등 대형 점포에 단계적으로 입점해 지난해 9월까지 점포수를 12개까지 늘렸다.

그러나 포숑은 사업 시작 직후 반발에 직면했다. 재벌가 3세들이 손쉬운 돈벌이를 위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었다. 특히 ‘빵 장사’는 재벌의 골목상권 장악을 상징하는 이슈로까지 비화됐다. 급기야 지난 1월25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재벌들의 골목상권 장악을 비판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지난 1월31일, 장 대표는 결국 백기투항 했다. 사업철수를 결정한 것. 동반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과 소상공인 보호라는 국민 여론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았다. 제휴사인 프랑스 포숑 본사와 협의해 적절한 사업정리 방안을 찾겠다고도 했다.

이후 블리스와 장 사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논란은 재점화 됐다. 사업철수 의사를 밝힌 지 불과 보름 뒤인 지난 2월15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식품코너에 50여평 규모의 ‘포숑카페’를 신규 오픈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롯데백화점 분당점 포숑카페가 백화점 식품매장과 함께 리모델링을 거쳐 최근 재개장한 사실도 함께 확인됐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마지못해 철수를 결정했지만 정작 뒤로는 사업규모를 키우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일각에선 애초부터 사업철수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지 하락

블리스는 철수를 결정하기 전에 진행된 일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철수 선언 후 영업점을 닫거나 사업 철수를 하고 있는 다른 업체와는 매우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계열인 호텔신라는 최근 베이커리 부분을 레스토랑 사업 부문과 분리해 구체적인 매각 절차가 시작됐고 현대자동차그룹의 오젠은 이미 매장 철수를 완료했다.

반면 포숑의 정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아직까지도 프랑스 포숑과의 판권문제 협의를 매듭짓지 못했다. 사업을 넘길 대상자도 찾지 못하고 있다. 블리스는 매각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지만 매각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짐작하기 어려운 상태. 그 사이 롯데의 이미지는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