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평창땅 투기 블랙리스트 완전공개

2012.03.14 14:30:19 호수 0호

배 불리기 위해선 “법이고 나발이고?”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재벌들의 평창땅 투기 논란이 뜨겁다. 올림픽 개발효과를 누린 투기적 토지거래에 국내서 내로라할 재벌들이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하나 같이 투기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구입한 땅이 농지라는 데 있다. 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을 경우 매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농지법을 위반한 셈이다.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못된 재벌들의 행태를 짚어봤다.

롯데·GS 등 재벌가 평창 노른자위 땅 선점해 논란
농사지을 것 아니면 농지 매입 못해…농지법 위반



평창은 지난 1999년부터 동계올림픽 유치를 선언, 세 차례 도전 끝에 지난해 7월 2018년 올림픽 유치를 성공했다. 그 사이 평창의 공시지가는 급등했다. 올림픽 개발효과를 노린 투기적인 토지거래가 이 지역에 유입돼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국내서 내로라하는 재벌가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공시지가 급등

대기업 정보업체인 <재벌닷컴>에 따르면 롯데와 GS 등 대기업 총수와 대주주 일가족 등 22명이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 임야와 전답 등 토지 19만7063㎡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역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용평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가 위치한 곳으로, 동계올림픽 유치전이 시작된 2000년 이후 땅투기 바람이 불어 정부와 강원도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먼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일가족이 지난 2005년과 2006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용산리 소재의 땅을 매입했다. 신 사장은 임야 6248㎡, 장녀 장선윤 블리스 사장과 장남 장재영씨는 임야와 전답 8560㎡를 사들여 총 1만4808㎡를 매입했다. 국토해양부가 고지한 개별 공시지가에 따르면 매입 당시 2500원~3000원/㎡이던 지가는 지난해 2만3000원/㎡대로 10대 가량 올랐다.

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지용씨 역시 2002년에 횡계리 소재 논밭 7000여m²를 본인 명의로 매입했다.


이밖에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테크닉스의 성규동 대표는 2005부터 최근까지 본인 명의로 용산리에 3300여m²가량의 토지를 매입했다. 전장열 금강공업 회장은 부인 명의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용산리 일대 토지 2만5600m²를 사들였고, 수개월 뒤 20대 초반 나이의 두 아들에게 모두 증여했다.

또 고희선 농우그룹 회장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농우바이오가 업무용 목적으로 매입한 횡계리 일대 토지 중 1만400m²가량을 2002년을 전후해 본인 명의로 분할 혹은 매매 형식으로 매입했고, 김종서 세보엠이씨 회장, 신현택 전 삼화네트웍스 회장,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 등 중견기업 오너들이 용산리와 횡계리 일대의 토지 수천m²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배호원 전 삼성정밀화학 사장, 삼성화재 임원 출신인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현 용산역세권개발 사장) 등 상당수의 전, 현직 대기업 CEO도 2000년 이후 횡계리와 용산리 일대의 땅 매입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투기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산 땅에 농지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현행 농지법에 따르면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할 수 없다. 농지 취득을 위해서는 농지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장, 구청장, 읍·면장에게서 자경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한다. 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해당 농지의 등기상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재벌가 사람들이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자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통해 농지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행 농지법에 저촉되는 행위다. 현재 평창군은 해당 지역에 대한 농지법 위반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강호동 환원했는데

평창땅 투기 블랙리스트에는 재벌가 이외의 인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강호동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강호동은 평창에 2009년 이후 시가 20억원 가량의 땅을 샀다. 그러나 지난해 말 “비록 장기 투자 목적으로 샀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땅을 매입한 것만으로도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땅을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평창 땅으로 구설에 올라있는 대기업 오너 가족과 유명 인사들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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