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대기업 법무팀 ‘대망신’ 왜?

2012.03.19 09:24:03 호수 0호

엘리트 과장님의 추잡한 일탈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대기업과 윤리경영.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선택이 아닌 필수란 얘기다. 그중에서도 사내 준법 여부를 감시하는 법무팀은 더욱 그렇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법과 원칙이 기본인 부서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 법무팀 직원들이 연루된 해괴망측한 사건이 잇달아 터져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룹 법무팀원 대마초 피우다 ‘쇠고랑’
모기업 법무직원은 성폭행 혐의받자 ‘강퇴’


국내에 대마를 불법 유통시킨 36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7일 캐다나와 국내에서 재배한 대마를 유통시킨 혐의(마약류 등 관리에 대한 법률 위반)로 5명을 구속하고, 이들로부터 대마를 구입한 3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내 분위기 ‘술렁’

이번 사건을 주도한 이들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등 외국 시민권자로 조직적으로 대마를 유통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수도권, 충남 천안 일대 유명 어학원을 중심으로 대마 438g을 팔고 직접 흡입하기도 했다.

당초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는 한국인 20명, 캐나다인 9명, 미국인 8명 등 모두 37명이다. 경찰은 이중 검거되지 않은 6명에 대해 계속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내 모 대기업 계열사인 A사의 법무팀 직원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은 최근 대량의 대마를 밀반입해 상습적으로 흡입한 혐의로 A사 법무팀 소속의 직원 B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여러 차례에 걸쳐 대량의 대마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한 혐의다. 또 올해 들어서는 대마초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직접 흡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유명 대학을 나오는 등 ‘스페셜 코스’를 밟은 B씨는 현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교포 출신으로 구속 직전까지 A사 법무팀에서 근무했다. A사는 사건이 터진 직후 곧바로 B씨를 사직 처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B씨는 미국에서부터 대마에 손을 댄 것으로 조사됐다”며 “B씨를 통해 판매된 대마가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했는지에 대해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론 “개인적인 일로 회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밝혔지만 적잖게 당황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B씨가 다른 부서도 아닌 법무팀 소속인 이유에서다. 이 사건이 언론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A사 측은 안 그런 척 했으나, 자칫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사내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대기업 법무팀으로 스카우트되는 등 B씨가 ‘능력남’으로 직원들의 부러움을 받았다는 점에서 술렁이고 있다. 한편에선 그동안 숨기고 있던 추잡한 ‘두 얼굴’이 드러났다는 뒷말도 나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부서도 아니고 법과 원칙을 가장 우선시하고 사내 준법 여부도 감시하는 법무팀 직원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해당 회사로선 노출을 꺼려할 만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더군다나 대마와 같은 해괴망측한 마약류 사건이라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법무팀이 구설에 오른 곳은 A사 뿐만 아니다. C사도 최근 법무팀 직원의 일탈로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계열사인 C사 법무팀에서 근무했던 D씨는 갑자기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회사 측은 사직 이유에 대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D씨가 건강상의 문제로 사직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확인 결과 D씨가 회사를 떠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진짜 사임 배경이 따로 있다는 게 C사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에 따르면 D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됐고, 피해자가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감사팀에 투서하는 등 이 사실이 회사에까지 알려져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파악된다.

D씨는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과는 원래 애인 사이로 만났는데, 결별을 요구하자 앙심을 품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C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구속되지 않은 D씨가 경찰의 조사를 받는 상태에서 사직을 종용해 조용히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D씨는 피해 여성과 합의를 통해 혐의를 벗었으나 아직까지 복귀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C사 측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발뺌했다. 회사 관계자는 D씨의 성폭행 추문에 대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내부에 알아봤지만 그런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직 여부와 이유에 대해선 “D씨가 회사를 그만둔 것은 맞지만 단순히 개인적인 사정 때문”고 둘러댔다.

구설 우려해 ‘쉬쉬’


C사는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단속에 나서는 등 그동안 내부적으로 ‘쉬쉬’했던 추잡한 사건이 업계에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D씨의 추문은 호사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데 이어 증권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재계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외부로 샐라 꼭꼭 숨겨왔던 C사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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