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 '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6)

2012.03.12 10:52:52 호수 0호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상대방 현혹해 막대한 피해 입히는 일 종종 발생
사전에 상대방의 신용을 먼저 파악하는 게 현명

“그런데 정 이사님. 영업입장에선 이번 반품 건을 어떻게 매듭지으면 좋겠습니까?”
“저 역시 고민스럽습니다. 싣고 온 판매원의 사정이야 딱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회사 규정대로 해야겠지요.”

“그럼 제 판단대로 처리해도 영업 측에선 불만 없겠습니까?”
“이사님께서 회사 규정과 신의성실의 원칙 속에서 일 하신다는 건 전 직원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제 생각엔 회사 이미지와 신뢰성을 감안하여 본인이 출고한 제품을 비롯해서 일부는 반품을 해 주었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하시지요. 영업입장에선 이사님께서 반품을 승낙해주면 고맙게 생각 하지요.”
“그럼 그렇게 알고 제가 사장님께 최종 승인을 얻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영업이사와 조율을 거친 후에 다시 노 차장을 불렀다.
“노 차장, 민원 일을 한다는 것이 마음 상할 때가 많지?”
“아, 아닙니다.”

중국에서 온 전화

“나 역시 그분들이 가져온 제품을 모두 반품해주고 싶다네. 그러나 사정이 딱하기도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일 아닌가? 우리들이 회사의 공적인 업무를 보면서 너무 감정에 사로잡히다 보면 결코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걸 명심하게. 내 말뜻을 이해하겠는가?”
“네, 이사님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사감을 버리고 공적으로 일을 처리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주차장 옆에 물건을 쌓아놓으면 서로 좋을 게 없으니까 노 차장이 팀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직접 그 여성을 다시 한 번 설득해봐. 그분도 제품이 비에 젖어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을 테니까. 아마 지금쯤 동생이라는 기자양반만 믿고 물건을 가져왔다가 기자양반이 발을 빼자 진퇴양난에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걸세. 그러니 잘 설득하면 돌아갈 수 있을 거네.”


내 말에 노 차장이 여전히 설득에 자신이 없다는 표정으로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아, 참. 중요한 것을 잊었네. 그 분도 돌아갈 명분을 줘야 돌아가지 않겠는가? 지금 돌아간다면 반품 요구금액 중에 본인이 출고한 제품을 포함하여 일부를 승낙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게. 오케이 하면 바로 연락 해주게. 그러면 내가 사장님께 보고를 드려 승낙을 얻도록 하겠네.”
그제야 노 차장이 설득할 명분을 얻은 양 표정이 밝아지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한번 잘 설득 해보겠습니다.”

그가 결연한 의지를 비치며 여성을 만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노 차장으로부터 사내전화로 연락이 왔다. 
“이사님! 저 노 차장입니다. 이사님 제안을 받아들여 제품을 도로 싣고 내려간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무슨 문제?”
“아, 예. 지방까지 싣고 갈 차량이 없다는 겁니다. 자신이 싣고 온 봉고트럭은 물건을 내려놓고 돌아갔다고 하면서, 회사에서 봉고차량을 한대 불러주든지 아니면 회사차량으로 배송을 해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나는 잠시 말을 끊고 생각하다가 지시했다.
“우리 공장에서 봉고차량을 한 대 수배 해봐요. 좀 더 큰 차량이라도 상관없고, 도저히 구할 수가 없으면 영업용을 불러서라도 실어서 보내요. 그리고 비가 오니까 비닐이나 다른 박스 같은  덮개로 씌워 제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배려를 해주세요. 영업용 차량을 부를 경우에는 모든 정황을 감안하여 비용을 회사에서 부담 하도록 해주세요.”
결국 회사차량은 배송 일정이 잡혀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 영업용 차량을 불렀다.
문제의 차량이 떠나고 나자 조금씩 내리던 가을비가 한층 세차게 내리며 메마른 거리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삶 자체가 비즈니스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간에 비즈니스를 함에 있어서는 그 무엇보다 요구되는 것이 바로 신용이다. 가끔은 신용이 형편없는 자가 최고의 신용을 가진 자인 것처럼 행세하며 상대방을 현혹시켜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종종 있다. 

속담에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의 마음속에 감춰진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 보고 잘못 판단하다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말과 같다.  
비록 많은 이익이 남는 비즈니스라고 하더라도 사전에 반드시 상대방의 신용을 파악한 후에 행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이라고 본다.
오래전 어느 해 11월 초, 도심의 거리는 어김없이 찾아온 가을의 정취로 사람들 마음을 한결 정감 있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오후가 되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 창가로 가서 창을 열고 해질녘의 가을바람을 맞았다. 선선한 바람이 온몸을 어루만지듯 휘감는 느낌이었다. 빌딩 아래 길게 뻗은 도로변으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로수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운치 있게 보였다.

신용조사업무 문제

바쁜 일정 때문에 미뤄두었던 여름휴가를 이번 가을에 아내와의 여행으로 대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으려는데 여직원이 내 집무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사님! 중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디? 중국에서?”
“네.”
“중국이라면 누구지? 연결해줘요.”
선뜻 떠오르는 인물이 없었지만 일단 통화를 하고자 연결을 부탁했다.
“예, 임 이사입니다.”

“아, 임 이사님? 저 마 사장입니다.”
오래전 어느 세미나에서 지인의 소개로 알고 지내는 유통업을 하는 마현성 사장이었다.
“아, 마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그간 별 일 없으셨죠?”
“예, 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이사님께서는 신용정보업을 계속하고 계시지요?”
“그럼요.”
“저는 지금 업무 차 중국에 와있는데 중요한 계약 건으로 확인할 게 좀 있어서 전화 드렸습니다. 통화가 약간 길어질 것 같은데, 사정이 어떠신지?”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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