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40)하이트·진로그룹-서영이앤티

2012.02.15 17:19:45 호수 0호

황태자 전진기지에 ‘소맥 폭탄 지원’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매출 98% 하이트·진로서 올려…올해 890억 예약
회장·아들 등 친인척 지분 99% “오너 개인회사”



재계 순위 42위(공기업 제외)인 하이트·진로그룹은 지난달 기준 총 1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서영이앤티’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1992년 7월 설립(당시 삼진정공)된 서영이앤티는 맥주냉각기, 생공통, 상방출기, 생맥주기자재 등 산업용 냉장·냉동 장비 제조업체다. 2000년 1월 삼진이엔지로 법인이 전환된데 이어 오너 2세들이 지분을 매입한 2007년 12월 하이트·진로그룹 계열사로 편입, 2010년 2월 현 상호로 변경됐다.

주류 기자재 납품

문제는 서영이앤티의 자생력이다. 내부 물량이 없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 하이트맥주와 진로 등 그룹 계열사들은 자사에 필요한 자재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서영이앤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2010년 매출 783억원 가운데 무려 98%인 771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서영이앤티에 일거리를 준 곳은 하이트맥주(766억원)와 진로(5억원)다. 두 회사는 서영이앤티로부터 공캔, 냉각기, 게이지 등 맥주 기자재를 납품받고 장비수리도 맡겼다.


서영이앤티는 2009년에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98%나 됐다. 총매출 852억원에서 계열사와 거래로 거둔 금액이 839억원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하이트맥주(835억원)와 진로(4억원)가 밀어줬다.

2007년 역시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율은 98%(총매출 142억원-하이트맥주 거래 139억원)로 나타났다.

623억원의 매출을 올린 2008년의 경우 감사보고서 등에 내부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실적을 그룹에 절대적으로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서영이앤티는 2002년 148억원, 2003년 115억원, 2004년 106억원, 2005년 134억원, 2006년 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서영이앤티는 올해 내부거래를 통해 89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12일 2012년도 출자 계열회사와의 상품·용역거래 계획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의결안에 따르면 서영이앤티는 ▲1분기 178억원 ▲2분기 260억원 ▲3분기 268억원 ▲4분기 184억원 등 하이트진로로부터 총 89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서영이앤티는 계열사들이 꼬박꼬박 일감을 몰아준 결과 몸집을 크게 불릴 수 있었다. 우선 2000년 들어 평균 100억원대 연매출을 올리다 2008년 623억, 2009년 852억원, 2010년 78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마이너스 없이 매년 꾸준히 각각 10억∼70억원, 10억∼1810억원을 거뒀다.

자본금의 경우 당초 4억원에서 25억원으로 확대됐다. 총자산과 총자본은 2002년 76억원, 25억원에서 2010년 1753억원, 518억원으로 10년 만에 모두 20배 이상 불었다.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인 하이트홀딩스 지분 27.16%(643만1915주)를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서영이앤티는 전체 지분의 99% 이상을 쥐고 있는 박문덕 회장 가족들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서영이앤티의 1·2대 주주는 박 회장의 두 아들인 태영·재홍씨다. 형제는 각각 58.44%(29만2000주), 21.62%(10만8000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박 회장 14.69%(7만3382주), 그의 형 박문효 하이트산업 회장 5.16%(2만5805주) 등까지 특수관계인 지분이 모두 99.91%(19만9187주)에 이른다.

아직 그룹에 입사하지 않은 태영·재홍씨는 서영이앤티 경영엔 직접 참여하고 있다. 태영씨는 2007년 12월부터, 재홍씨는 2006년 1월부터 서영이앤티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 오너일가는 서영이앤티가 계열사를 등에 업고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짭짤한 ‘용돈(?)’을 챙기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2008년 주당 2900원(배당률 58%)씩 총 15억원 상당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07년엔 주당 1만6500원(배당률 330%)씩 총 12억원을 배당했다.

짭짤한 배당도


이 돈은 고스란히 박 회장 가족들이 받아갔다. 특히 2007년의 경우 당시 태영·재홍씨가 각각 73%(5만1100주), 27%(1만8900주)의 지분을 쥐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형제는 9억원, 3억원씩 챙긴 셈이다. 당시 이들의 나이는 29세, 25세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정기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로 지배주주의 안정된 부의 축적을 실현시킨 사례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른바 재벌그룹의 ‘지원성 거래’다. 하이트맥주와 진로에 기생하는 서영이앤티는 빠지지 않고 이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하이트 계열사들이 서영이앤티에 몰아주기식 거래를 통해 높은 매출을 확보해 주고 있다”며 “오너일가가 대주주로 있어 오너 이익을 위해 특정 자회사에 물량을 밀어주는 편법 지원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영이앤티의 ‘식구 의존’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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