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돈질’ LH공사 근무복 설왕설래

2012.02.13 11:28:20 호수 0호

노스페이스 안 부러운 ‘이지송 점퍼’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천문학적 부채를 안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이자도 감당키 어려울 만큼 빚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지만 이렇다 할 호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LH공사의 ‘방만경영’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도 여전하다. 이지송 사장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LH공사의 경영정상화가 멀게만 느껴지게 하는 단적인 사례를 꼬집어봤다.

부채도 많은데…16만원짜리 고가 근무복 논란
의류업계 “비싸다” 한목소리…지난해보다 단가↑



“LH 직원들은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네요. 이러니 쯧쯧….”

LH공사 임직원의 근무복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한마디로 부럽다는 것이다. 사연인 즉, LH공사는 임직원 근무복으로 사용할 점퍼를 매년 겨울 새로 맞추고 있는데, 이 점퍼가 고가이다 보니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요즘 재계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천문학적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는 회사의 근무복 치고 너무 비싸다는 일종의 비아냥인 셈이다. 당연히 LH공사 입장에선 전혀 달가울 리 없다. LH공사 한 직원은 “꼬투리를 잡다 잡다 이젠 근무복까지 물고 늘어진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원 기 살리려고…”

LH공사 직원들이 입고 있는 근무복이 대체 얼마짜리 길래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것일까. LH공사 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LH공사는 지난해 말 ‘LH 동계 근무복(점퍼) 제작’입찰공고를 냈다. 입찰은 제한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다. LH공사는 지난해 12월23일∼30일 최근 3년간 단일 계약건으로 8억원 이상의 근무복 제작 납품실적이 있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서를 접수받았고, 지난달 2일∼3일 출품작 품평회(사내전산망이용 임직원 투표방식)를 통해 최고 득표한 1위 업체를 선정했다.


LH공사가 발주한 점퍼는 총 6572벌. 개당 추정(설계) 단가는 16만원(VAT포함)이었다. 전 임직원의 근무복을 맞추는데 총 10억5152만원이 든 것이다. 이 가격을 놓고 너무 비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단체복 전문 업체들에 견적을 문의한 결과 LH공사의 근무복은 최고 2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 근무복을 자체 제작하고 있는 M사는 일반형 동계 근무복을 3만∼4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고급형은 가격이 6만∼8만원 정도. 오리털 패딩 등 최고급형은 12만∼14만원에 팔았다. 근무복 전문 업체인 U사도 LH공사 발주 금액의 절반 정도인 6∼8만원대가 상품의 대부분이었다. 10만원이 넘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명 대기업 브랜드도 다르지 않았다. 국내 상위 스포츠 의류 업체인 K사, C사, L사 등은 단가가 15만원이 넘는 근무복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LH공사처럼 한 번에 수천벌을 주문할 경우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이들 업체의 설명이다. 일부는 LH공사가 근무복을 발주하면서 단가를 부풀린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LH공사의 입찰 시방서를 보면 제품의 단가는 1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며 “기능과 디자인이 단순하다. 금테를 두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눈에 띄는 점은 올해 LH공사의 근무복 단가가 전년에 비해 오히려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LH공사는 2010년 8월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직원 근무복 8200벌(남 6200벌, 여 2000벌)을 발주했다. 역시 중소기업간 제한경쟁으로 진행된 입찰은 출품작 품평회(공사 임직원 전자투표)를 거쳐 업체를 선정했다.

당시 추·동계 겸용 점퍼의 개당 추정 단가는 13만6000원(VAT별도)이었다. 10%의 부가세를 감안해도 15만원을 넘지 않는다. 앞선 2009년 추동 근무복 입찰 땐 4196벌(남 3424벌, 여 772벌)을 입찰했는데, 당시 단가는 20만원(VAT포함)이었다. 결국 근무복 단가가 낮아졌다 이번에 다시 오른 것이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천문학적 액수의 빚더미에 앉아 있는 LH공사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구조조정은 대규모 인력 감축이 다가 아니다. 소소한 비용부터 절감해야 비로소 경영정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LH공사 측도 근무복이 다소 비싸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명했다. LH공사 관계자는 “보기에 따라 16만원짜리 단체복이 비싸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추운데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볼일만은 아니다”라며 “구조조정 등 긴축 경영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기살리기’차원에서 좋은 옷을 맞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LH공사는 지난해 말 기준 34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갖고 있다. LH공사의 빚은 2010년까지 해마다 15조원 이상 급증했다. 지난해엔 7조원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으로 보였으나 어디까지나 정부의 지원 덕이었다. 정부는 LH공사의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손실보전 대상사업 확대, 국민주택기금의 변제순위를 후순위로 전환, 국민주택기금의 여유자금으로 LH채권 인수, ABS 발행 등을 추진하고 있다.

LH공사는 2010년 12월 발표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인력의 4분의 1 축소 ▲임금 10% 반납 ▲고유목적 외 사업정리 ▲사업조정 등의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호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LH공사가 자구지책으로 부채가 줄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은 정부 지원에 의존한 결과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가격 뻥튀기 의혹도


이런 와중에 임직원들의 비리와 부정행위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LH공사는 부패를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입찰비리를 없애기 위해 ‘클린 입찰심사제’등을 구축했지만 소용없는 모양새다.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한 LH공사의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지송 사장은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문제의 답을 찾고 있다. 양복 대신 근무복을 걸치는 날이 더 많은 이유다. 요즘 한창 고가 논란으로 시끄러운 ‘노스페이스 점퍼’ 부럽지 않은 근무복을 입고 ‘개혁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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