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중 식물인간, 군 '나 몰라라'

2012.02.06 14:42:45 호수 0호

보훈병원에서도 요양병원에서도 거부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군복무 중 질병으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가 전역 후 입원할 곳이 없어 고통을 받고 있지만 군 당국과 보훈처 등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등은 군복무 중 부상한 경우 국가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일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육군 21사단 66연대 소속으로 군복무를 했던 오모(23)씨는 2010년 11월 결핵이 결핵성 수막염 등으로 번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으나 병원들이 오씨의 입원을 꺼리고 있어 치료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씨가 입원하는 병원마다 2~3개월이면 치료에 차도가 없어 더 이상의 입원이 의미가 없으니 퇴실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일부 병원은 아예 입원을 기피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유공자 1급 판정을 받은 오씨가 보훈병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답은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씨는 이미 1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에서 차도가 없는 만큼 입원을 통한 '치료'가 의미가 없고 '요양'이 필요한 단계기 때문에 오씨가 장기간 입원하면 치료가 필요한 다른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게 보훈처가 든 이유였다.


대신 보훈처는 협력 병원 또는 요양시설에서 오씨가 장기 요양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러나 정작 오씨 부모가 이들 병원과 시설에 문의한 결과 이곳에서도 오씨를 돌볼 여건이 안 된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오씨는 현재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호흡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기관지 튜브와 유동식 투입용 튜브를 교체해줘야 하는 등 일반 요양시설에서 간병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오씨 부모는 "상태에 차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만성질환'이라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실제로는 어느 병원이나 시설도 아들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계속 다른 곳을 소개해 주겠다고만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태훈 군 인권센터 소장은 "군복무 중 병으로 식물인간이 된 환자가 전역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훈처에 책임을 떠넘긴 군 당국도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라며 "최소한 복무 중 생긴 질환이나 부상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책임지고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한정된 시설에서 모든 환자가 원하는 서비스 전부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가능한 경우에 대해서는 협력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지속적으로 간병이 가능하도록 주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경우에 어떤 곳에서 입원을 거부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실일 경우 마땅히 제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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