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7)

2012.01.09 11:45:23 호수 0호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문제의 테두리 못 벗어나면 해답 멀어질 수도
학술 아카데미 여성동문, 자문 위해 찾아와

“나는 그 약사 분에게 채무자의 사정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할 수가 있으니 경매진행을 결정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진행해서 단 한 번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다네. ‘얻으려면 버려라’는 말처럼 큰 것 을 취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은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 그 오 사장이라는 채무자가 ‘합의를 볼 수 없다.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강하게 나올 경우, 약사 분에게는 돈 한 푼 받지 못해도 좋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하며 상대방보다 더욱 강하게 나가라고 했지. 그래야 상대방이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고 실리를 쫓아 합의 제안을 할 것이 아닌가?”



“그 후에 돈은 받았데?”
결과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친구가 다그치듯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놀리듯 웃으며 반문했다.
“자네가 문제를 내놓고 나한테 되물어보면 어째. 눈치로 본께 틀림없이 성공했겠구먼. 원금은 받았는가?”

“물론이네. 그 약사 분에게 이틀 후인가 전화 연락이 왔다네. 법무사를 찾아가 경매진행을 속행해 달라고 의뢰 하였다는 거였네. 그 후 두 달쯤 지났을까. 그 약사 분이 자신의 부인을 모시고 찾아왔다네. 그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경매를 진행하자 채무자가 처음에는 ‘이럴 수가 있느냐! 한 푼도 건질 수가 없을 거다’하면서 방방 뜨더라는 거야. 그래서 ‘까짓 거 먹지 못해도 끝까지 고 하겠다’며 강하게 나가자 얼마 동안 잠잠하더니 결국에 합의 제안이 들어와 원금만 받고 경매취하를 해주었다는 거였네.”

“야, 정말 기막히구먼. 그분들이 자네에게 엄청 고마워했겠구먼.”
“하하, 말도 말게. 그 약사부부께서 고맙다고 하면서 자기네 약국에서 만든 보약을 지어와 업무에 피곤할 때마다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다고 주지 뭔가.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성의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 노인들 정성이니 받으라고 하시며 사무실에 두고 가셨다네. 그러니 어쩌겠나. 노인분들 성의도 있고 해서 사무실에 두고 결혼한 남직원들과 나눠 먹었다네.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말짱하지 않는가?”

하하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내가 말하자 친구가 따라 웃으며 한 마디 했다.
“아이고, 이사람 농담은. 그때가 언젠데, 약기운이 날아갔어도 벌써 태평양은 건너  갔것네.”
우리는 잠깐 주변도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내어 크게 웃었다.
“어떤가. 내가 조언했던 이 사례가 마음에 드는가?”
“물론이제, 우리같이 애매모호하게 일을 당한 사람에게는 좋은 경험적 사례가 될 것이여.”
“그렇다면 자네는 어떤 결정을 할 텐가?”

지연술로 난관을 돌파하라


“아따! 뭐 결정하고 자시고 말 것이 어디 있는가? 그 약사 분처럼 못 먹어도 고 아니여? 우리 역시 일억원이 넘는 돈을 날릴 것인가 아니면, 경매비용을 날릴 것인가 둘 중에 판단 해야제. 직원들에게 내일이라도 당장 경매진행을 하라고 할라네.”
“아무튼 정 상무 자네 지위도 있고 하니, 다시 한 번 신중히 검토하고 의뢰할 법무사와 잘 상의해서 진행하기 바라네. 부디 성공하시게. 자아, 이쯤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가세. 이거 벌써 깊은 산 옹달샘에서 개구리들 음악잔치가 벌어지는 것처럼 내 뱃속이 영 말이 아니네.”

“그러제, 어서 가세. 오늘은 내가 식사를 사께.”
“아, 이 친구 밥만 사면 쓰것는 감? 술도 한잔 사야지 안 그래? 하하하……”
그렇게 친구와 나의 해후는 즐겁고 통쾌하게 밤늦도록 이어졌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대게 어떠한 문제에 꼬이다보면 문제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그 문제 속에서 해답만을 찾기 위해 매달리다보니 더욱 해답과 멀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문제에 가까이 접근하기보다는 한발 뒤로 물러나 비켜 선채로 그 꼬인 문제를 바라보면 쉽게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항상 어느 한 단면만을 보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면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봄날, 따스한 봄볕이 창을 통해 싱그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나른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봄이었다. 오후가 되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창가로 가서 반쯤 닫혀 있는 버티컬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자 갑자기 사무실 안이 환해지면서 눈부시게 밝은 햇살이 밀려들었다. 거리를 내려다보니 많은 행인과 차량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봄 햇살에 한층 생동감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책상 위의 인터폰 벨이 조용한 오후를 노크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이사님! 지금 아카데미 동문이신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여직원의 낭랑한 목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래, 누구시지? 들어오시라고 해요.”
통화를 끝내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문 쪽으로 막 걸어가는데, 문이 열리면서 오래전 함께 다녔던 모 학술 아카데미 여성동문인 차 사장이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임 이사님, 안녕하세요?”
“어, 차 여사께서 어쩐 일이세요?”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하며 그동안 어찌 지냈냐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 위지만 서로 반말과 경어를 섞어가며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남에서 비교적 규모가 큰 의류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경기 불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가게 문을 닫았는데, 다시 강북으로 건너가 다른 업종의 사업을 하기 위해 뭔가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가끔 풀리지 않는 일이 있으면 나를 찾아와 상담을 하며 자문을 받기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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