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왕좌 흔들 뇌관 셋

2011.12.14 10:25:00 호수 0호

“임기 다 채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최원병 회장이 임기를 다 채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지금, 농협 내부에서는 이런 말이 나돌고 있다. 그 까닭은 대체 무엇일까. 최 회장의 ‘왕좌’를 위협하고 있는 3대 뇌관을 짚어봤다.

치명상 입힐 수 있는 뇌관들 주변 맴돌아
‘명품 핸드백 로비’ 혐의에 검찰 수사 착수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18일 대의원 288명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투표에서 191표를 얻어 97표를 획득한 김병원 전남 나주 남평농협조합장을 큰 표 차로 따돌리면서 제5대 회장에 선출됐다. 이로써 지난 2007년부터 농협의 수장을 맡아 온 최 회장은 앞으로 4년 더 농협을 이끌게 된다.

평소 웃음이 없기로 유명한 최 회장도 이 날 만큼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기쁠 만도 하다. 농협중앙회장은 ‘농업계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의 원천은 ‘인사권’과 ‘돈줄’에서 나온다. 농협중앙회장은 중앙회는 물론 자회사에 대한 인사권을 쥐고 있는 데다 어마어마한 자금 운용에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최 회장이 당선된 직후부터 농협 내부에선 최 회장이 임기를 제대로 채우기 힘들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어서다. 최 회장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시한폭탄’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뇌관 #1 선거 로비 검찰 수사



최 회장은 선거 전 연임을 노리고 대의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농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의 임원 17명이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명품 핸드백을 선물 받았다는 것. 한 사람에 530만원씩 모두 9000만원에 달하는 연수비용은 농협중앙회가 모두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뿐만 아니라 다른 자회사들도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농협은 올해 들어 해외연수 비용으로 60여 차례에 걸쳐 4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실질적인 수사가 진행되지 않다가 최근 향응을 받은 대의원이 중앙지검에 이같은 사실을 투서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현재 최 회장의 측근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결과 선거 로비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회장을 재선출 해야 하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내부관계자들의 견해다.

뇌관 #2 사조직 ‘천년회’ 가동

최 회장은 또 재선을 위해 자신의 선거 사조직인 ‘천년회’를 가동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천년회는 지난 2007년 12월 선거 당시 최 회장을 지원한 경주 출신 23명을 중심으로 결성된 모임이다. 천년회는 조직원 자녀들을 농협에 특혜 취업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은 선거 전 최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명하고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전국의 조합장에게 보내는 등 사전선거운동에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천년회 명단에는 대의원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 규정에 따르면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은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협중앙회는 천년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농협중앙회 측 관계자는 “사적으로 조직됐다면 우리로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도 “일부 명단에 올라와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천년회라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며 펄쩍 뛰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 내부에서 ‘천년회’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게 복수의 농협 내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농협 내부관계자는 “문제가 되자 당사자들은 해체했다고 했지만 현재도 활동하고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뭔가 켕기는 데가 있으니 잡아떼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뇌관 #3 폭발적인 내부반발

최 회장에 대한 내부의 반감도 강력한 뇌관 중 하나다. 현재 최 회장에 대한 농협 내부의 불신과 불만은 최고조로 팽배한 상태다. 아예 등을 돌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 권익을 대변하는 기관의 수장임에도 불구, 농민들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가 농협 내부의 반감을 사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한미FTA와 관련해 피해 농민들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사업 분리에 필요한 자본금을 정부가 당초 약속한 6조원에서 4조원으로 줄였음에도 농협이 아닌 정부의 입장만 두둔한다는 점, 농협 전산대란 당시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은 비상근 임원이란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 점 등이 바로 것이다.
농협 내부관계자는 “최 회장은 오로지 정치권에만 관심이 가있다”며 “이로 인한 농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쌓이고 쌓인 내부 불만은 조만간 터져 나올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현재 농협 노조는 최 회장 퇴진 운동을 계획 중이다. 여기에 내부 분위기가 더해질 경우 그 파괴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최 회장으로서도 그저 외면하고 있지만은 못할 것이라는 게 노조의 견해다.

사조직 ‘천년회’ 가동 의혹…터질 듯한 내부불만
상대후보자 선거무효소송 준비 중…변수로 작용


이밖에도 상대후보자 측에서 현재 후보자격과 사전선거운동을 이유로 선거무효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이 쯤 되니 “최 회장이 임기를 채우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한 농협 내부관계자의 자신에 찬 발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 1988년 이후 직선제로 뽑힌 1~3대 한호성·원철희·정대근 전 농협회장들은 모두 임기 중 비리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최 회장이 지난 2009년 농협법을 개정하며 임기를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바꾼 것도 이를 의식한 결과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앞세워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 그는 과연 자신을 둘러싼 폭탄들을 말끔히 걷어내고 임기를 무난히 채운 최초의 회장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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