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송원-홍라희 밀약설 진상

2011.11.30 09:25:00 호수 0호

의문만 키운 ‘홍홍 종전’ 진실은?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미술계 ‘큰손’간 싸움이 싱겁게 끝났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에 ‘그림값 50억원’을 요구했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돌연 소송을 취하했다. ‘죽자고’덤볐던 홍 대표는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린 것일까. 의문만 남긴 ‘홍-홍 전쟁’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림값 50억 달라”소송 돌연 취하…분쟁 일단락
‘죽자고’덤비더니…꼬리 내린 이유 두고 설왕설래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을 상대로 50억원의 물품대금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6월. “그림값을 지급하라”는 게 홍 대표의 요구였다.

홍 대표는 소장에서 “2009년 8월∼2010년 2월 미술작품 14점을 홍 관장과 리움미술관에 판매했는데 총 781억여원의 대금 중 25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531억여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중 50억원을 우선 달라”고 주장했다.
 
“총 531억원 미지급”

홍 대표가 홍 관장과 리움미술관에 판매했다는 미술품은 ▲미국 작가 윌렘 드 쿠닝의 ‘Untitled VI’(작품가 313억원)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Man Carrying a Child’(216억원) ▲현대미술 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Bulls Head’(64억5000만원) ▲미국 화가 필립 거스턴의 ‘Foot leg’(32억9000만원) ▲미국 현대미술가 댄 플라빈의 ‘Untitled’(3억7000만원) 등 총 14점으로, 대부분 현대미술에서 손꼽히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다.

다만 홍 대표는 “구체적 입증자료는 추후에 제출하겠다”며 영수증이나 구매계약서 등 객관적인 자료는 소장에 첨부하지 않았다. 이에 홍 관장 측은 “미술품 대금 지급과 관련해 지금까지 문제가 제기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홍 관장이 해외 유명 작가의 그림을 구입할 때 주로 찾는 거래처였다. 뿐만 아니라 둘은 사적인 친분도 깊다. 이화여대를 나온 홍 대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서구 현대미술 명품들을 국내에 들여와 국내 주요 기업의 ‘안주인’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 홍 대표가 ‘VVIP 고객’인 홍 관장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미술계에선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둘 사이에 앙금이 생겼기 때문이란 말이 돌았다. 홍 대표는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또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에 연루된 홍 대표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삼성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돈뭉치가 발견되자 미술품 매매대금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고의로 소송을 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9월만 해도 홍 대표는 이 소송에 ‘죽자고’달려들었다. ‘그림 소송’첫 재판에서 양측은 매매한 작품 수와 대금지급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홍 대표 측은 소장대로 “14점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관장 측은 “구입한 작품은 14점이 아니라 12점”이라고 반박했다. 그림 가격을 놓고도 홍 대표 측이 “781억원 중 250억원밖에 받지 못했다. 531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홍 관장 측은 “작품 대금은 이미 현금으로 지불했다. 10개 작품에 대한 대금 50억원과 나머지 2점에 대한 대금 200억원을 이미 송금했다”고 맞받아쳤다.

그로부터 2개월 뒤 미술계 ‘큰손’간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홍 관장에 ‘그림값 50억원’을 요구했던 홍 대표가 지난달 22일 소송을 취하한 것.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지난 9월 첫 재판에 이어 조정을 위한 변론준비기일(11월25일)을 불과 3일 앞두고 홍 대표는 돌연 변호사를 통해 소취하서를 법원에 냈다. 홍 대표 측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양측의 오해가 풀려 소 취하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변론이 열렸기 때문에 소 취하가 효력을 발생하려면 홍 관장 측이 동의해야 한다. 이 경우 이번 소송은 선고 없이 일단락된다.

그렇다면 홍 대표는 왜 갑자기 꼬리를 내린 것일까. 청구액이 50억원일 경우 소송 인지대만 약 2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변호사 비용까지 더하면 부담 금액은 더 올라간다. 단지 오해가 풀렸다는 홍 대표 측의 설명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에선 양측이 이면합의 등 밀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교감이 있지 않았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 대표 측은 “소 취하와 관련해 아무런 거래가 없었다”고 일축했다. 홍 관장 측도 “홍 대표 쪽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면합의 있었나



홍 대표가 제풀에 지쳐 떨어져 나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홍 대표는 그동안 서초동 얘기만 나와도 치를 떨 정도로 법원 문턱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진땀을 흘렸다. 또 지난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최근엔 ‘오리온 덫’에 걸려 고초를 겪었다. 홍 대표는 지난 5월 미술품 매매를 가장해 오리온그룹 비자금을 세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지난 10월 1심에서 판매 위탁받은 그림을 담보로 대출받은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아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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