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한국형 MOOC의 발전을 위한 제언

2018.10.16 09:22:22 호수 1188호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제출한 ‘K-MOOC 연도 별 기본계획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K-MOOC 강좌를 신청해 끝까지 이수한 학습자는 전체 신청자의 9.2%다.  

여러 언론서 강좌 이수율 저조를 지적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MOOC 강좌의 이수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버드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가 EdX를 통해 제공하는 강좌의 이수율은 5% 남짓이다. 



물론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제공하는 강좌의 이수율도 낮으니 문제 삼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이수율도 MOOC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이수율에 앞서 참여인원과 수료인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버드대학교와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서 개설한 강좌의 수강신청 인원은 최근 4년간 450만명에 달하고 그중 수료증을 받은 학습자는 24만5000명이다. 국내 4년제 대학 입학정원에 육박하는 인원이 끝까지 과정을 이수했다. 

이토록 많은 이들이 학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이수율이 낮다고 비판하기는 어렵다.

교육은 수료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과정 중간에 학습을 그만두었다고 할 지라도 공부하는 데 들인 시간만큼의 지식은 얻기 마련이다. 평생학습 과정서 겪은 시행착오도 개인에게는 소중한 경험이다. 미수료 학습자를 실패한 학습자로 단정 지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러므로 MOOC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학습에 참여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돼야 한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서 K-MOOC 홈페이지에 게재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K-MOOC 회원 가입자 수는 20만명, 수강신청 건수는 38만건가량이다. 인터넷·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실적이다. 


많은 학습자를 확보해 MOOC를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다양한 사람들이 MOOC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K-MOOC에서는 약 70개의 대학이 400여개의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한 대학 당 대여섯 개의 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학교수가 강의를 맡고 있다. 분야 별, 수준별 강의가 제공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해외의 선진 MOOC는 대학 뿐 아니라 일반기업체도 참여기관이 될 수 있고 교원이 아니더라도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 그 결과 다양한 전문가들이 각자의 목표와 동기를 가지고 강좌를 열어 풍부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교 개설 강의 400여개로는 홈페이지 방문자들이 우연히 자신이 원하는 교육이 있기를 바라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 끝까지 이수하고자 하는 마음은커녕 강의 등록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어렵다. 

국내 MOOC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자유롭게 강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학습자들의 다양한 학습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이 같은 조치들로 국내 학습자 수요가 증대될 수 있을 것이다. 

해외 MOOC의 우수 강의에 한국어 자막을 입혀 국내에 제공함으로써 국내 MOOC의 질적·양적 성장을 촉진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커넥트 재단서 미시건대학교의 인기 강좌인 “모두를 위한 파이썬(Python for Everybody)”을 한국어로 번역해 제공하고 있는 사례를 주목할만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MOOC 강의의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해외의 훌륭한 강의를 한국어로 번역해 국내에 제공하고, 국내의 우수강의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로 번역해 해외 MOOC에 제공해야 한다. 국내를 넘어 세계의 MOOC에 도전해야 한다.

빌보드의 칼럼니스트 타마 허먼(Tamar Herman)은 아이돌 그룹 BTS를 일컬어 ‘영어를 하지 않는 비틀즈’라고 했다. 우리가 가진 저력은 대중문화에만 한정돼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내 학습 컨텐츠 중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것이 있을 것이다. MOOC 분야의 BTS가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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