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황제 향응’ 진실게임

2011.11.03 09:05:00 호수 0호

“3000만원 룸살롱 술접대” vs “사실무근…생사람 잡는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신 회장에게 수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수천만원의 술접대를 했는데, 신 회장이 그 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고소인의 주장. 이에 롯데 측은 생사람을 잡고 있다며 펄쩍 뛰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사업유치 대가 수차례 접대…무산되자 나몰라”
사기 혐의로 대검 피소…“말도 안 된다” 반박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공연기획사 대표 옥모씨는 지난달 18일 “사업 유치를 대가로 수천만원의 술접대를 제공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신 회장을 대검에 고소했다.

옥씨는 고소장에서 “롯데그룹 회장으로 있으면서 한국방문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신 회장이 인도국제영화제(IIFA)를 개최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약 3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 및 선물을 제공받아 편취했다”고 주장했다.

“명품 선물도 전달”

고소장에 따르면 인도국제영화제 유치를 추진하던 옥씨는 대학 교수인 A씨를 통해 한국방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 회장을 소개받았다. A씨와 신 회장은 평소 친한 친구사이로, A씨의 부친이 롯데 고위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인연으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 회장이 인도국제영화제를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게 옥씨의 주장이다. 이후 옥씨의 술접대가 이어졌다. 옥씨는 Z업소, S업소, M업소 등 강남 고급 룸살롱과 가라오케에서 3차례에 걸쳐 신 회장에게 술접대를 했다. 옥씨가 지불한 접대비용은 모두 3000만원에 달한다.

‘▲2009년 12월24일 420만원…▲12월29일 1618만원…▲2010년 2월17일 600만원…’ 이 가운데 2월17일 술자리엔 A씨와 신 회장 외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 2명도 동석했다. 옥씨는 신 회장에게 술접대 뿐만 아니라 12월29일 448만원 상당의 헤르메스 벨트 등을 선물했다.

옥씨는 “A씨가 인도국제영화제를 유치하려면 신 회장에게 접대를 해야 한다고 부추겨 내키지 않았으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자리를 마련했다”며 “신 회장은 국가의 중요행사를 할 의사가 없었다면 처음부터 접대를 받지 말고 거부 의사를 확실하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인도국제영화제는 2000년 시작된 인도 최대의 영화 축제다. 각종 시상식을 비롯해 다채로운 문화 행사와 패션쇼, 배우와 팬들의 만남 등의 장이 펼쳐진다. 그동안 런던, 싱가포르, 두바이, 암스테르담, 마카오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돼 성황을 이뤘다.

2010년 인도국제영화제 한국 개최는 지난해 1월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 순방 방문 때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주최한 ‘한국-인도 우호의 밤’행사에서 발표됐다. 영화제가 6월10일부터 13일까지 롯데호텔과 올림픽체조경기장 등에서 개최된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나왔다.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영화제를 개최할 경우 국가브랜드 홍보효과 644억원, 국내 관광수익 430억원 등 총 10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유발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널리 알려지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옥씨는 2009년 10월부터 영화제의 한국 유치를 추진해 이 대통령 인도 방문 전인 2009년 12월 영화제 측과 서울 유치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영화제는 서울이 아닌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개최됐다. 옥씨가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유치를 할 수 없게 되자 계약이 파기된 것이다.

옥씨는 “영화제 개최를 위해 많은 사비를 들여가면서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며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신 회장에게 철저히 농락당했다. 그는 영화제를 내세워 접대만 받고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측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한마디로 생사람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옥씨의 주장은) 일방적인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심각한 수준의 명예훼손으로 강력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번 신 회장의 피소는 여자 연예인이 술자리에 동석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의 연장선상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앞서 옥씨는 지난 3월 영화제가 무산되자 “큰 피해를 봤다”며 자신에게 신 회장을 소개한 A씨를 사기와 협박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었다.

옥씨는 “영화제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A씨가 100억원대 지원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접대를 요구했다”며 “롯데그룹 20억원 등 대기업에서 협찬금을 받아 줄 것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믿고 강남 룸살롱 등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수억원어치의 술자리를 제공했지만, 약속과 달리 예산을 지원받지 못하고 영화제 유치도 무산돼 약 5억원에 달하는 금전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당시 옥씨는 접대 자리에 여자 연예인 등도 함께 있었다고 전해 화제를 모았다. 또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철저히 농락당해”

이에 A씨는 “옥씨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예산 지원을 약속하거나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오히려 영화제 무산으로 내가 피해를 봤다.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증거 불충분으로 A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전반적인 사실관계와 관련자 진술을 검토한 결과 A씨가 사기행각을 벌였다거나 거짓을 약속한 정황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자 연예인도 술집 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술자리에 동석했을 뿐 별다른 의혹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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