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정상회담> 김정숙-리설주 안주인 역할론

2018.10.01 10:39:04 호수 1186호

진짜 회담은 각자 집에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지난 9월 개최된 평양 정상회담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박 3일 간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여러 신선한 장면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퍼스트레이디들의 만남은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비핵화에 비해 다소 가벼운 보건·예술 분야 등의 사안과 함께 마주하며 남북 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수행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이 결정될 경우, 김정숙·리설주 여사는 재회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18∼20일 평양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세 번째로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비핵화에 뜻을 함께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를 천명했다.

다양한 합의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북관계 역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남북은 평양 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인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통해 사실상 불가침 합의서를 채택했다. 

이 외에도 경제·문화·체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평양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지난 2000년과 2007년 평양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이전과 달리 파격적이었다. 9월 평양정상회담에선 ‘최초’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다녔다.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직접 영접과 21발의 예포를 시작으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카퍼레이드, 북한의 노동당 본부 청사 공개 및 생중계 허용, 문 대통령의 능라도 5·1경기장 육성 연설, 그리고 문 대통령의 백두산 천지 방문 등이 이어졌다. 모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북은 ‘이례적’인 정상회담을 관통했다.

평양정상회담은 여러 관전 포인트를 남겼지만 이목을 끈 건 김정숙·리설주 여사의 만남이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서 처음 만났다. 당시 리 여사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가 처음으로 만난 때였다.

두 여사는 평양서 재회했다. 남북 정상의 부인들이 평양서 만난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앞서 2000년과 20007년 평양서 개최된 남북정상회담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동행한 적 있다. 그러나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은 따로 성사되지 않았다.

평양서 다시 만난 김 여사와 리 여사는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 동시에 이들은 보건·문화 분야에서 일정을 함께했다. 남북 정상 간 비핵화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사안을 두고 교류한 것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의 동행이 ‘작은 정상회담’이라고 평가받는 까닭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정상회담 첫 날 옥류아동병원을 방문했다. 옥류아동병원은 북한 내 유일한 아동 전문 병원이면서 북한 최대 어린이 종합병원이다. 지난 2013년 김 위원장의 지시로 개원한 곳으로, 북한 당국은 세계적인 의료수준을 보유한 병원이라고 자랑한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리 여사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 내부를 둘러봤다. 김 여사는 병원서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에게 말을 건네며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놀이방서 아기의 볼을 만지며 특유의 친근함을 보이기도 했다. 

리 여사는 김 여사에게 “우리나라가 보건 의료부문이 좀 많이 뒤떨어졌다”며 “국가적으로 이 부분을 좀 추켜세울 수 있게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모두 ‘엄마’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사이서 1남 1녀를 두고 있다. 리 여사는 김 위원장과의 사이서 2남 1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들의 일정은 서로의 공통분모에 맞춰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김-리 2박3일간 손잡고 팔짱
평양에 이어 다음은 서울서?

다음 행선지는 평양음악종합대학이었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김 여사는 성악을 전공했고, 리 여사는 가수 출신이다. 김 여사는 문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시립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리 여사는 북한 인민보안성 산하 조선인민군내무군협주단을 거쳐 은하수관현악단 독창가수로 활동했다. 김 위원장과 결혼 후에는 모란봉악단 결성에 앞장섰고, 삼지연 관현악단을 창설했다.

이들이 방문한 평양음악종합대학의 현재 공식 명칭은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이다. 김원균은 북한의 애국가와 김일성 장군의 노래 등을 작곡한 인물로 이 대학의 학장을 지냈다. 이곳은 평양의 중심지인 문수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북한 최고의 음악 예술인 양성 기관으로 손꼽힌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음악당서 나란히 앉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준비한 ‘아리랑’ 등 3곡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이 끝난 뒤 앙코르가 이어지자 합창단은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불렀다.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중간에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들의 동행은 남북정상회담 마지막 날에 결정적인 장면을 남겼다. 이날 남북 정상 부부는 백두산 천지를 찾았다. 문 대통령 부부는 천지 방문 기념으로 간단한 합수식을 가졌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제주도 한라산이 취수원인 ‘삼다수’ 물병에 천지 물을 담기로 했다. 김 여사가 백두산 천지 물을 담기 위해 물가로 이동해 몸을 숙이자 리 여사가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옷을 잡아줬다. 옷이 물에 젖을 수 있어 배려한 것이다.

이날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천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가수 알리가 천지서 진도 아리랑을 불렀고, 이에 두 여사가 장단에 맞춰 노래를 따라 부른 것이다. 이들은 살짝 몸을 흔들기도 했다. 

서울서 다시?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서 재회한 남북 퍼스트레이디들은 이제 서울서 다시 만날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연내 서울 방문’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김 여사와 리 여사가 서울에서 다시 만난다면 또 다른 ‘최초’의 역사가 기록된다. 

두 여사의 ‘장외 교류’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에 따르면 정상회담 두 번째 날 만찬에서 김 여사는 노래 ‘동무 생각’을 부른 뒤 리 여사에게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이에 리 여사는 “저는 서울 가서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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