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SH공사 15억 횡령 사건 전말

2018.08.31 17:18:39 호수 1182호

한두 푼도 아니고…돈 빼도 ‘멍∼’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SH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직원 한 명이 거액을 빼돌렸지만 이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다. SH공사는 감사를 통해 직원의 비위 행위가 드러나고서야 부랴부랴 대응 중이다.
 



SH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직원이 서류를 조작해 거액의 토지보상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SH공사가 해당 사실을 알아챌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년 남짓. 뒤늦게 횡령 사실을 인지한 SH공사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SH공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년간 몰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에서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토지보상업무를 맡았던 A(42)씨는 2016년 4월 자신의 아내 계좌로 보상금 15억원을 입금했다.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보상 대상자 중 자신의 아내와 동명이인이 있다는 것을 악용한 것이다.

A씨는 원래의 정당한 보상금 권리자에게도 같은 금액을 보상했다. 그는 서류를 정교하게 위조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신상을 이유로 퇴사했다. 퇴사 과정서 위조 서류는 모두 폐기됐다.

이 같은 사실은 SH공사 자체 감사 과정서 뒤늦게 밝혀졌다. SH공사 감사실은 보상업무분야 자체 특정감사를 실시하던 중 지난 6월29일 A씨의 비위 사실을 발견했다. 일이 벌어진 지 2년 만에야 전 직원의 횡령 사실을 알아챈 SH공사는 A씨를 사기, 공문서 위조 및 행사, 사문서 위조 및 행사의 혐의로 지난 7월2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재 A씨는 구속 상태다.


10억원대 횡령 사건이 2년이 지나서야 발견되면서 SH공사 내부 점검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SH공사는 개발 사업을 위해 취득하는 토지 등의 보상금은 보상완료 후 조성원가를 산정할 때 감정평가액, 수용재결금 등과 실제 지급액을 대조하기 때문에 부정 지급된 금액이 있으면 반드시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권리자, 배우자와 동명이인 이용
보상금 횡령 서류 위조 후 퇴사

또 “창사 이래 100여개의 사업지구에 대한 보상업무를 수행하면서 A씨 사례와 같은 보상금 지급 사고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이번 경우는 A씨가 퇴사하면서 해당 위조 서류를 모두 폐기했기에 바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발견 즉시 범죄수익의 환수를 위해 해당 직원의 부동산과 예금 채권에 대해 편취금액 이상으로 압류조치를 취했다”며 “피해액은 전액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SH공사는 A씨의 추가 비위 여부 확인을 위해 그가 담당했던 고덕강일 지구를 포함해 최근 10년간 공사 전체 사업지구의 토지보상건 모두에 대해 특별점검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상금 허위지급 원천 방지를 위한 보상업무 전산시스템의 전면 개선과 더불어 보상금 지급 내역에 대한 주기적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며 “전체 임직원 대상의 강도 높은 청렴교육 실시 등을 통해 유사 사고 재발을 방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H공사가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내부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SH공사는 감사원 감사에서 직원들의 비위 행위가 드러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3일부터 12월20일까지 특허청, 강진군, SH공사 등을 대상으로 공공부문 불공정 관행 기동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문책 요구 6건, 주의 요구 11건, 통보 6건, 통보(비위) 2건 등 총 27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
 

SH공사 직원들은 ▲불법하도급 묵인 ▲공사 직원의 자택 무상 수리 요구 ▲금품수수 등의 비위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SH공사 지역센터는 소관 임대주택 유지를 위해 매년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 공사계약을 체결한다. 계약 규모는 1년에 약 30억원 정도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자는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업자에게 하도급 할 수 없고, 하수급인은 이를 다시 재하도급 할 수 없도록 돼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센터는 계약업체들이 도급받은 공사 전부를 하도급하고 하도급업체는 이를 다시 재하도급 해온 것을 알면서도 적정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일부 하도급업체는 계약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도 엉망
하도급업체에 갑질 적발

하도급업체에 대한 온갖 갑질 사례도 적발됐다. 하도급업체에 공사 직원의 주택을 무상으로 수리하도록 한 일이 발각됐다. 지역 센터 공사감독 담당 B씨는 지난 2014년 1월부터 11월 사이 센터장 등의 부탁을 받고 일괄하도급업체인 ○○사에 요구해 공사 직원 3명의 주택을 무상 수리하도록 지시했다.

수리비는 총 971만원이 들었다. B씨는 수리비를 보전해주기 위해 2015년 6월 계약과 무관한 다가구주택 3채를 보수한 것처럼 타 공사현장 사진을 붙이는 등 허위증빙 자료를 만든 다음 허위 기성검사를 거쳐 2000만원을 계약업체에 지급했다. 또 B씨는 하도급업체 직원을 시켜 본인 어머니 자택에 무상으로 80만원 상당의 도배를 하게 했다.

B씨의 금품수수 사실도 불거졌다. B씨는 2015년 4∼8월 사이 일괄하도급업체 △△사 대표로부터 회식비 등 명목의 현금과 등산화, 노트북 등 780만원 상당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등산화의 경우 B씨가 직원들이 야유회에 신을 수 있도록 17켤레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2016년 1월 계약업체인 □□사에 작업범위가 아닌 지역센터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를 무상으로 시키기도 했다. 실제 공사는 일괄하도급 업체인 △△사가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700만원의 공사비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B씨를 업무상 배임 및 수뢰 혐의로, △△사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SH사장에게는 B씨를 파면하고 허위 공사비 청구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직원 2명을 경징계 이상 징계하라고 요구했다.

갑질로 망신

또 앞으로 임대주택 보수공사에서 불법하도급 및 공사비 부당 집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적인 이해관계로 직무 관련 업체에 부당한 지시를 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하도급 제한 규정을 위반한 7개 업체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과 고발,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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