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원외 당권주자 ‘파워게임’

2018.06.25 11:07:28 호수 1172호

아무리 퍼도 ‘그 나물에 그 밥’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당권을 두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사만해도 10여명. 그중 당내 중진급 이상이 대부분이다. <일요시사>는 10여명의 후보군 중 주목할 만한 원외 당권주자들을 톺아봤다.
 



홍준표 전 대표가 6·13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무주공산이 된 당 대표직을 향한 레이스가 신호탄을 쐈다. 이번 당권 레이스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원외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지방선거서 낙선한 당내 거물급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완구, 김문수, 남경필, 김태호, 황교안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많은 원외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선거판이 커진 모습이다.

원외대표론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 4월 정계복귀 기자회견을 가진 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받아왔다. 본인이 직접 “지방선거 이후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차기 당권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직전에는 “한국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옛 모습을 복원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겠다”며 “정치인으로서 지금까지의 이완구와는 다른 적극적이고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역할을 약속하겠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랬던 이 전 총리가 최근 당권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한 라디오 인터뷰서 그는 “나는 당권 이런 데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지금 이 마당에 당권, 당대표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 눈에 결국 똑같은 사람으로 비칠 것이고 그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언뜻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그가 당권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다. 비록 최근 인터뷰서 당권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치적 수사라는 것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국무총리까지 한 사람이 자신이 직접 출마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 정도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며 “특히 이 전 총리처럼 자존심이 강한 유형은 절대 본인이 직접 출마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결국 추대되는 형식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방선거서 한국당은 충청권서 홍성과 예산, 보령을 지켜내는 등 나름 선전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 이 전 총리의 역할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그는 정계복귀를 알린 후 충청권 읍·면·동을 빠짐없이 돌아다니며 지원유세를 펼쳤다.

지방선거 낙선자 출마 저울질
전직 국무총리 “나도 한 번?”

지방선거 낙선자들도 당권에 도전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대표적인 원외 당권주자로 꼽힌다.

김 전 후보는 최근 당권 도전을 시사했다. 지난 19일 자신의 SNS에 “한국당을 해체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선당후사의 각오로 당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되겠다. 백의종군의 자세로 우리 한국당을 지키고, 대한민국의 위대한 가치도 지켜내겠다. 앞으로 더 치열해지겠다”고 다짐했다.

당내에는 김 전 후보가 이번 지방선거서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김 전 후보는 비록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배했지만,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를 누르고 2위를 기록했다. 득표율도 23.3%를 기록, 당 지지율보다 높았다.


당이 참패한 상황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성과다. 한국당은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석현 전 법제처장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에게 후보를 제안했지만, 그때마다 좌절됐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김 전 후보는 여론조사 3위로 출발해 최종 2위로 선거를 마쳤다. 한국당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김 전 후보가 주어진 소임을 해냈다”는 평가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도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된다. 도지사 재선에 실패했지만, 선거 초반 ‘이재명 대세론’이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30%가 넘는 득표율을 획득한 점이 큰 점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당 대표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에 임명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남 전 지사가 가진 혁신적 이미지가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남 전 지사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과 함께 ‘남원정’으로 불리며 보수 소장파의 대표격으로 통한다. 중앙정치서 멀어져 있어 계파색도 상대적으로 옅다.

김성태 대표권한대행이 추진하는 혁신 방향과도 맞아 떨어진다. 남 전 지사는 지난 2012년 1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자 정두언, 김용태 의원 등 한나라당 쇄신파와 함께 비대해진 중앙당 체제와 당 대표직을 폐지하고 원내중심 정당체제 정착을 요구한 바 있다. 

김 권한대행은 최근 중앙당을 해체하고 원내중심 정당을 구축한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남 전 지사는 당 대표와 비대위원장 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후보도 유력한 당권주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미 지방선거를 통해 경쟁력을 보였다. 경남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1, 2위의 표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이었다. 그는 43%의 득표율을 기록, 52.8%로 당선된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과 경합을 벌였다. 

개표 과정을 보면 더욱 치열했다. 김 전 후보와 김 당선인은 자정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중앙과 지역정가에선 김 전 후보를 ‘보수의 대안’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본인도 선거 직전 당권도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당의 방향에 대해 국민 뜻을 담아내는 의견 수렴 과정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올드보이 귀환?

그 외에도 황교안·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이 거론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올드보이’ 이미지가 강해 새 간판으로 적절하냐는 논란이 따른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될 당 대표는 몰락한 한국당의 재건과 향후 야권 정계개편을 주도해나갈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된다. 또 2020년 총선서 공천권도 행사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당사 이전 왜?

6·13지방선거에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지난 20일 여의도 중앙당사를 영등포로 이전하기로 했다. 경비절감 차원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당 경비 절감 차원에서 당사를 이전하기로 했고 계약도 마친 상태”라며 “7월까지는 현재 당사를 정리해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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