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화해무드] 고개 드는 ‘중국 변수’

2018.06.25 10:24:25 호수 1172호

한반도 덮칠 시진핑발 대륙풍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중국 변수가 시작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3차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시 주석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선 북측 경제 관료들이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까닭이다. 김 위원장의 세 차례 방중으로 북중 간 밀월관계는 여느 때보다 공고해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20일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지난달에 이은 세 번째 정상회담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여느 때보다 양국의 밀착을 과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 20일 김 위원장은 북한과 중국을 “한집안 식구”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라며 “조중(북중) 친선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도 “양국의 불패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며 “중조(북중)관계는 새로운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고 화답했다.

밀착 과시

한때 냉기가 흘렀던 북한과 중국은 연이은 정상회담을 통해 서서히 관계를 회복했다. 양국은 지난 4월을 시작으로 지난 5월 두 번째 만남을 가졌고, 지난 19일에 3차 정상회담을 열었다. 양국 정상은 석 달 사이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광폭행보를 보였다.

두 정상은 이번 3차 정상회담서 ‘새로운 관계’를 언급했다. 만남을 거듭할수록 북중 간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번 회담서 양국은 가시적인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두 정상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과를 평가했다며 “논의된 문제들에 공통된 인식을 이룩했다”고 밝혔다.


양국이 공감대를 이룩한 사안은 한미연합훈련 유예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그간 비핵화 해법으로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실험 중지와 한미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주장했다. 미국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 내에서 전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사드 배치 때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 금지령을 내렸던 사례가 그 방증이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의 전략 자산 전개와 한미연합훈련을 도발로 여기며 반발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합훈련 유예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이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중국의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경제 사령탑들이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와 과학·교육 분야를 담당하는 박태성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북중 경제협력의 현실화가 성사를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시 주석의 발언은 북중 경제협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서 북한의 경제건설 노선을 언급하며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북한의 경제발전과 민생 개선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대진군 노선’을 결정한 것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패싱론 불식…제재 완화로 한마음?
중 본격 개입에 한·미 촉각 곤두

중국 변수가 가시화되면서 한미 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북미 정상 간 만남을 이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은 한층 복잡해진 북핵 방정식과 마주했다. 북한 비핵화의 중심에 위치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대동소이하다. 

특히 북한과 중국 양 정상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만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진핑 배후론’이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차이나 패싱론 기조를 이어가려 했지만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공고했다.
 

북중 간 경제 교류가 시작될 조짐이 보이자 미국의 대북제재 결속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미국과 세계의 대북 최대 압박 캠페인을 계속 지지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이 경제제재를 완화한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체제보장이 구체성을 가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 사이 중국의 제재완화로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반대로 미국이 중국의 제재 완화를 큰 틀에서 수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미국이 비핵화를 위한 보상수단으로 북한에게 체제보장을 제공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중국의 제재완화를 통해 북한이 숨 쉴 수 있도록 틈을 만들어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해석이다.

미국 내에는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북한 인권문제 등이 제기돼 북한에 대한 보장조치를 완전히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조가 형성돼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서 백악관 출입 기자들 다수가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도 그 연유에서다. 

또 지난 15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하원은 북한 인권 문제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통과의 가부를 떠나 미국 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지속이라는 틀 안에서 중국의 원만한 대북지원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분석이다.

3차 북중정상회담은 남북미 주도의 비핵화 과정에 중국의 개입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시그널이다. 이제 중국은 북핵 비핵화의 변수서 상수로 통한다. 그간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중국이란 손님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승차한 셈이다. 

변수서 상수

문 대통령이 더욱 복잡해진 북핵 방정식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또한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후속 협상에 있어서 중국이 어떤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중국은 북한의 전향적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낼 초석이 될 수 있지만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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