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중소기업 헐값매입 의혹 ‘진실게임’

2011.09.07 06:30:00 호수 0호

“천사의 얼굴로 다가와 악마보다 더한 짓”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사조그룹이 화인코리아를 헐값에 빼앗기 위해 회생을 악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전남 최대의 닭·오리 전문 업체 화인코리아는 최근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이처럼 주장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요시사>가 이들 회사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잡음에 귀를 기울여봤다.

회생 도울 것처럼 접근하더니 노골적으로 방해
경매 진행시 공중분해…“50억에 넘겨라” 회유

화인코리아에 따르면 시간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파산 선고를 받은 화인코리아에 사조그룹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조그룹은 "주진우 회장이 도와줄 테니 열심히 하시라"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의 신중하고 검소한 모습에 신뢰가 갔다. 사조그룹의 도움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회생이 가능할 것 같았다.



위장 계열사 동원

화인코리아는 회생 지원을 요청했고 사조그룹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했다. 회생 지원을 수락한 다음날 사조그룹이 위장계열사인 애드원플러스(옛 사조기획)를 통해 담보채권을 매입한 사실을 알게 된 건 후의 일이다.

건물청소대행 및 경비용역 파견 업체인 애드원플러스는 자본금이 1억5000만원에 불과한 회사다. 그럼에도 5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채권을 인수해 자금의 출처를 의심받고 있다.

사조그룹은 이후 화인코리아의 회생절차 개시를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사조그룹은 먼저 관할 법원에서 진행된 회생인가 심문에서 ‘반대’ 뜻을 밝혔다. 화인코리아가 요구하는 회생계획안 가결에는 회생담보권자 75% 이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현재 사조대림 등이 가진 회생담보권자는 37.9%로 이들이 모두 반대하면 사실상 가결이 불가능하다. 또 화인코리아가 보유한 부화장 시설에 대해 경매를 신청하기도 했다.

그러던 지난 7월에는 사조그룹 계열사 대표가 “경매가 진행되면 회사는 공중분해 될 것”이라며 “50억원을 줄 테니 모든 지분을 넘기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화인코리아 경영진이 이 제안을 거절하자 사조그룹은 경매 등을 가속하겠다며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언행을 했다.

화인코리아는 “사조그룹은 화인코리아가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악용해 헐값에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선 화인코리아 전 사장은 “재판부가 허가만 해준다면 보유 부동산을 매각함으로써 사조그룹의 채권을 즉시 변제할 수 있다”며 “수십년간 지역 대표기업으로 일궈왔는데 사조그룹이 지역경제의 타격이나 무담보채권자들의 손실은 무시한 채 우리를 강제 인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조그룹은 이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채권 매입과 관련해 사조그룹 측 관계자는 “위장계열사가 아니라 당시 대표의 개인주식회사였고 사조가 산다고 하면 채권값이 급등할 수 있어 우호회사를 통해 매입한 것”이라며 “자금은 사조그룹에서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회생절차 방해 의혹에 대해 “화인코리아는 지난 2010년 12월 채권단의 반대로 파산한 것”이라며 “1년간 회생절차를 거치고도 채권단들이 회생이 불가하다고 판단한 것일 뿐 사조그룹의 방해 때문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50억원 제안설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당시 대표의 부인이 주식을 팔겠다고 해 광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사실이 있다”며 “우리는 화인코리아가 파산결정이 난 상태니 회사 주식의 가치가 없어 50억을 제시했을 뿐 뒷거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세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사조그룹이 헐값 매입 의혹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닌 까닭에서다. 지난 2007년 오양수산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흘러나왔다.

“법적 책임 묻겠다”

문제는 시가의 1/40도 안 되는 가격에 오양수산을 사들인 것이다. 오양수산은 김성수 회장이 타계하면서 장남인 김명환 부회장과 다른 자녀들과의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사조그룹은 당시 자산 5100억원의 회사를 126억원에 매입했다.

오양수산 노조 측은 사조그룹이 사실상 장물거래를 한 것이라며 그로 인해 수백 명의 무고한 직원들이 해고됐다고 주장했다. 사조그룹은 오양수산을 인수할 당시 오양수산은 구조조정이 필요 없는 회사라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지만 오양 임직원 95%이상을 퇴출시켰다. 또 사조그룹은 김 부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고 그 자리에 주 회장의 20여세 된 아들을 이사로 앉히기도 했다.

한편, 사조그룹은 화인코리아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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