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경영능력-상인 내몰기 연관론

2011.08.31 12:10:00 호수 0호

회장님 ‘펑크’ 낸 실적 메우려 ‘한솥밥’ 상인들 거리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롯데백화점의 입점상인 내몰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리점의 상인들은 최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안산점과 부천점은 이미 상점을 비웠다. 앞서 퇴점 요구를 받은 잠실점 상인들은 막 거리로 내몰릴 참이다. 세 들어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롯데가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두 사안의 꼭짓점은 대체 뭘까.

잠실점, 구리점, 안산점, 부천점 등 전방위적 확산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

지난 19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입점상인들의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지난 2일 롯데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가 도화선이 됐다. 롯데는 8월말까지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보상금은 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등에 적잖은 돈을 투자한 상인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인들의 사연은 절절했다. 회전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특히 그랬다. 그는 롯데와 질긴 ‘악연’으로 엮여 있었다. 김씨는 과거 잠실 롯데 푸드코트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다 지난 2006년 리뉴얼을 이유로 장사를 접어야 했다. 그는 4억원을 대출받아 당시 GS백화점에 새 가게를 열었다. 인테리어에 들인 돈 3억원을 포함해 모두 5억3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엔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롯데가 GS백화점을 인수하면서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장밋빛 미래
꿈꾸다 빚만

우선 리뉴얼 공사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 사이 대출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를 위해 또 다른 대출에 손을 댔지만 4억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빚은 속수무책으로 늘어갔다. 이 가운데 롯데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이때가 장사를 시작한지 불과 3년. 김씨가 롯데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증금 1억원이 전부였다. 새 점포를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김씨는 잘나가는 일식집 사장에서 길거리에 내몰릴 신세가 됐다. 김씨는 “큰돈을 들여 가게를 오픈했는데 본전은커녕 쫄딱 망하게 생겼다”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커리집을 운영하는 이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리뉴얼 공사로 손님의 발길이 끊긴데다 퇴점 당한다는 소문이 퍼져 직원을 구할 수도 없다. 상가를 나와도 별다른 방도가 없다. 이씨 역시 빚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씨는 롯데에 항의를 했지만 “롯데는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싸늘한 답변만 돌아왔다.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말을 자랑하듯 말하는 롯데의 태도에 이씨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참다못한 이곳 상인들은 비대위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제야 롯데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우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에 따르면 이미 모든 지점에 대한 계약이 완료돼 있는 상태다. 일방 퇴출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롯데의 ‘액션’이라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비대위의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는 “롯데의 콘셉트에 맞게 리뉴얼을 하면 계속 장사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곳 상가의 인테리어 공사는 불과 3~4년 전에 시행됐다. 모든 상점이 한눈에 봐도 새가게처럼 깨끗하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3억원 정도. 결국 롯데의 제안은 실현 불가능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구리점 상인들 외에 잠실점 비대위의 김성협 사무총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동으로 향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김 총장에 따르면 사실 구리점의 사정은 잠실점보다 낫다. 잠실점의 경우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제소 전 화해란 임대인과 임차인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두는 것을 말한다. 화해조서는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강력한 효력을 가진다. 화해가 이루어지면 임대인은 계약이 끝난 후부터 임차인을 임의대로 할 수 있는 법적인 정당성을 갖게 된다.

구리점 역시 지난 5·6·7월 세 달에 걸쳐 제소 전 화해 조항에 사인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잠실점에 자문을 구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은 임대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제도다. 상인들은 이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건물주가 재계약을 빌미로 화해조서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실점 역시 이 수법에 당했다. 지난 2009년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상인들은 어떠한 금전적 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소 전 화해 조항 요구에 동의했다. 상인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롯데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대해서 무지했던 점도 작용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발목

무엇보다 롯데를 믿었기 때문에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롯데월드는 인명사고로 6개월 동안 롯데월드가 문을 닫는 등 위기 때만 되면 “곧 매출이 오를 것”이라며 “조금만 같이 힘내자”라고 다독였다. 그동안 상인들은 롯데를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여겨 왔다. 롯데가 자신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이 같은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했다. 정해진 날짜가 되자 거침없이 철거작업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풍랑에 휩쓸린 건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에 있는 상점들이었다. 4명의 상인들은 2009년 12월까지 가게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안 나가고 버텨봤지만 소용없었다. 롯데는 지난 5월초 퇴점 요구를 거부한 식당 중 한 곳에 직원과 용역 30여명을 투입해 집기를 빼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곳 주인 안모씨가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7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항의해도 “롯데는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말만
신 회장 경력능력 부재에 실적 하락…“메우려고?”


안씨는 지난 1995년부터 15년째 장사를 해왔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 대다수는 롯데월드가 완공된 1989년 7월부터 10평 내외의 매장을 분양 받아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20년 넘게 생계를 꾸려왔다. 롯데와 상인들의 20여년 ‘동거’는 롯데의 ‘과욕’에 의해 깨지게 됐다. 지하 식당가에서 쫓겨나게 될 경우 상인들은 그동안 투자한 권리금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까지 수억원을 잃게 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상인들은 롯데에 공사 기간 중 대체 매장을 마련해주고, 공사 이후에는 재입점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롯데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대신 제소 전 화해 조항을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잠실점과 구리점 상인들은 9월 중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보상은 물론 제2, 3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걸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비대위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안산점과 부천점 상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이미 가게를 비운 상태다. 롯데의 협박과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만일 비대위 활동으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자신들에게 같은 규모의 보상금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위에 따르면 롯데의 입장은 완강하다.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최초 입장엔 흔들림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상인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건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세 들어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선 롯데의 상인 밀어내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의 경영능력 부재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인들을 거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다소 억지스런 이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건 그 동안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심심찮게 제기돼 온 때문이다.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밀렸다.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은 여전히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명품 아울렛 사업도 신세계에 현저히 밀려있는 상황이다.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조3673억원, 4368억원, 3011억원으로 전기대비 2.4%, 2.5%, 11.9% 감소했다. 주요사업인 백화점 사업부진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를 위해 시도했던 기업인수합병은 줄줄이 실패했다. 이 쯤 되니 신 회장의 경영능력과 상인 내몰기가 마냥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존경 받는 기업?
질타 받는 기업!

물론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롯데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이 신 회장이 강조해 온 상생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다양한 상생활동을 펴고 있다. 그때마다 신 회장은 현장에 나가 상생을 약속했다. 최근 열린 ‘2011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헛구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거리로 내몬 상인들은 롯데를 사랑할리도, 존경할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