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논란’ 대기업 황당 마케팅 백태

2018.04.17 09:14:00 호수 1162호

관심에 목말라…여성 성적인 도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기업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 더 돋보여야 시장서 살아남을 수 있다. 강한 생존본능은 종종 무리한 홍보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최근 불고 있는 여혐 논란도 이 같은 맥락서 나왔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고개를 숙였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사용한 문구가 문제가 됐다. 시계를 지난 9일로 돌려보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영화 <레슬러> 출연배우 이성경의 사진과 “[단독] 체육관에서_타이트한의상_입은_A씨_유출사진_모음.zip”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튀는 광고물에
예측불허 논란

사진에는 이성경이 트레이닝복을 입고 엎드려 카메라를 응시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네티즌들은 ‘타이트한 의상을 입은 A씨 유출사진 모음’이 이른바 몰카 사진을 연상케 한다면서 비판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불특정 다수 여성에 대한 성희롱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홍보사의 과욕이었다.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지만 잘못한 일”이라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전했다.


마케팅 담당자 역시 “저희가 게시한 게시글의 문구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작성했던 문구인데,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무리한 마케팅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달 미투로 운동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고 조민기와 관련된 내용을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고 조민기는 청주대학교 교수 재직 당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는 미투 운동으로 발전했고, 조민기가 자살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아 충격에 휩싸였던 시기였다. 
 

그런데 배스킨라빈스가 조민기 사건이 연상되는 문구를 사용해 입길에 올랐다. 당시 배스킨라빈스는 츄파춥스 파티 미러볼 프로모션을 홍보하면서 SNS에 “내적 댄스 폭발할 때 #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라고 게재했다.

“돋보여야 산다” 과장·자극적 문구
툭하면 여혐 논란…홍보파트 과욕

해당 문구는 조민기가 피해여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라며 인터넷에 떠도는 내용과 흡사해 불쾌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네티즌들은 “조민기 사건이 연상되면서 성희롱을 당하는 느낌”이라며 비판을 제기했다.

결국 배스킨라빈스는 “적절치 못한 단어가 포함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해당 콘텐츠를 문제인지 즉시 삭제했다”며 성난 여론을 잠재우는 모습이었다. 이어 “이번 일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책임을 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투 운동을 희화화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기업은 또 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달 13일 음식을 주제로 한 ‘배민신춘문예’를 개최했다. 매년 열리는 문예인데 당선된 출품작은 카피 문구로 실제 마케팅에 활용된다. 

배달의 민족 입장에서는 소비자와의 거리감도 좁혀 자사를 홍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눈살 찌푸리는 출품작이 나왔다. 출품작 가운데 미투운동을 희화화 한 작품이 나온 것. “Meat Too” “저도 당했어요” “제 다리를 보더니 침을 삼키면서…” 등 미투 운동을 희화화한 듯한 인상이 드는 출품작이다. 


이들 출품작은 배달의민족 이벤트 웹페이지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배달의민족 측은 “배민신춘문예 응모페이지를 이용해 악의적인 내용을 작성, 개인 SNS에 올려 불쾌감을 주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주거나 이벤트 취지에 맞지 않는 시는 발견 즉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과 후
또 사고

삼양식품 역시 부적절한 광고로 곤혹을 치렀다. 지난달 28일부터 SNS 홍보 계정에 ‘불닭행’이라는 제목의 불닭볶음면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불닭행은 ‘불닭볶음면을 사러 가는 길’ 이라는 뜻과 ‘불닭볶음면을 먹고 행복해짐’을 의미를 담고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광고는 통통한 여성이 잠에서 깨 슈퍼로 가 야식으로 불닭볶음면을 사와 먹는다.
 

이때 “예뻐지는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숫자가 100%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나온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에는 날씬한 여성이 스타킹을 신고 귀걸이를 착용한 뒤 외출을 하면서 마무리된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여성에게 예뻐져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요라는 지적이 나왔다.

삼양식품 측은 해당 광고를 내리고 불닭볶음면을 향한 (소비자들의) 사랑을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속설과 연관지어 표현하고자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특정 성향에 대한 비하나 희화화를 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오랜만에 새로운 CM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의욕만 앞서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밝히면서 진땀을 빼야 했다.
 


롯데푸드도 지난 1월 여성비하 광고 논란에 입길에 올랐다. 롯데푸드는 자사의 제품 돼지바를 홍보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한 83년생 돼지바 홍보물을 만들었다. 

원작 구절인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를 ‘나보고 관종이래’라고 고치면서 뒷말이 나왔다. 젊은 워킹맘의 힘든 점을 지나치게 희화화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롯데푸드 역시 사과문을 올렸다. 

롯데푸드는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에 SNS운영팀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하고 “콘텐츠 제목 부분은 1983년에 출시된 돼지바를 이야기하기 위해 2017년 베스트셀러였던 책의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패러디하는 과정서 적절치 못한 용어가 사용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콘텐츠에 대해 보내주신 염려와 비판에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라는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책의 내용이 담고 있는 요소에 대한 사회적 맥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두 번은 실수!
세 번은 의도?

여성 고객층이 많은 신세계그룹은 꾸준히 여혐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2016년 이마트는 주꾸미 할인행사를 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홍보글을 올렸다. 당시 사용했던 홍보문구는 “남편이든 애인이든 그만 들들 볶고 주꾸미를 볶으세요”였다. 

여성을 사람을 귀찮게 하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했다.

이마트는 사과의 말을 올려야했다. 이마트는 해당 논란에 대해 “잘못된 표현으로 인친분들의 마음 상하게 해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생각이 짧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올린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마트가 지분 50%를 가지고 있고 주고객층이 여성인 스타벅스코리아도 여혐논란이 일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장이용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면서 자사 홈페이지에 포스터를 올려 민폐고객을 표현했는데 민폐고객으로 지목된 손님은 여자였다. 고객들의 반발은 당연지사.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성차별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향후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훼손된 이미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 제주소주 제품명이 성매매 용어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6년 12월 이마트는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제주소주는 이후 16.9도의 푸른밤과 20.1도의 푸른밤 두 종류 제품을 출시하면서 ‘짧은 밤’과 ‘긴 밤’으로 별칭했다.

문제는 짧은 밤과 긴 밤이 성매매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잇달았다는 점이다. 푸른밤 광고모델로 나선 가수 소유가 “너는 어떤 밤이 좋아?”라고 묻는 광고 카피가 불쾌하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급기야 여성단체까지 문제를 지적했다. 

제주여성인권연대는 7일 논평을 내고 “현실에서는 이런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용어인지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고의든 실수든 소비자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 홍보 과정서 사용되는 성적 대상화로 인해 특정 성을 비하하거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은 없는지 바라보고 그럴 가능성이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하게 다듬는 등 신중한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된장녀 논란서 밥순이 비하까지
나체 연상되는 단어 사용해 눈총

신세계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성매매 은어를 연상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노래 ‘제주도 푸른밤’과 연관 지어 이름을 지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GS25시는 ‘된장녀(여성비하 용어)’ 논란이 일었다. 2016년 GS25시는 페이스북에 신제품 스무디를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왜 안먹었어요? 분노의 스무디’라는 내용으로 두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문제는 에피소드  내용 가운데 명품로고가 새겨진 쇼핑팩을 들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오는 여성고객이 다른 여성고객의 ‘이게 다 뭐야?’라는 질문에 “카드 받았지롱”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에서 ‘된장각’이라고 자막 처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된장각’이 이른바 된장녀를 지칭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GS25시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GS25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여성 비하 의도가 없던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이에 따라 GS25시가 소비자와의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치킨전문브랜드 KFC도 여성비하 논란의 중심에 선 적이 있다. 때는 2015년. 당시 KFC의 ‘스모키 와일드 치킨버거’의 버스 정류장 옥외 광고 사진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됐다.

“자기야∼나 기분전환 겸 빽(가방) 하나만 사줘”라는 문구와 그 아래 “음.. 그럼 내 기분은?” 문구를 배치했다. 네티즌들은 여자친구가 남자친구한테 가방을 사달라고 조르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여성혐오 의혹을 제기했다.

KFC는 사과문을 올렸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고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며 “문제 발생 직후부터 전직원이 최선을 다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현재 해당 소재 광고는 모두 철거됐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서 실망을 안겨드린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더 큰 도약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겠다. 앞으로 더욱 신중한 모습으로 고객분들과 함께 소통하는 KFC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젠더 이슈로…
무리한 광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제품의 홍보는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톡톡 튀는 마케팅이 필요하다”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무리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민감한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기존의 낡은 사고의 마케팅은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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