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위스콘신대 출신들 추적

2018.04.17 08:42:39 호수 1162호

나는 새도 떨어뜨렸는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위스콘신주립대(이하 위스콘신대) 출신들이 감옥 담장을 넘나들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시절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렸다. 기업에선 성적까지 조작해 위스콘신 출신들을 채용했을 정도다. 정권 최고의 엘리트로 주목 받았던 그들. 하지만 지금은 온갖 범죄 비리에 연루돼 구설에 오르고 있다. 
 



하나은행이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특혜 채용한 정황이 금융감독원 검사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해외 대학 가운데선 유독 미국 위스콘신주립대(위스콘신대 매디슨) 출신만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점수 미달인데…
하나은행 특채

심상정 의원(정의당)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하나은행 2016년 신입행원 채용 임원면접 점수 조정현황’ 자료를 보면, 하나은행은 특정 대학 출신자 7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이렇게 합격한 지원자 가운데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대학 3곳과 함께 해외대학으로는 유일하게 위스콘신대 졸업자가 포함돼있다. 위스콘신대 출신 지원자는 면접점수 조작 전에는 3.90점을 받아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조작 뒤에 4.40으로 점수가 올라가 최종 합격했다.

하나은행은 왜 채용 성적 조작까지 하면서 위스콘신대 출신을 뽑았을까. 당시 박근혜정권서 위스콘신 출신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일면 ‘위스콘신 라인’이 형성됐다.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던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장관을 필두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유승민 바른미래당(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의원이 위스콘신 라인으로 주목 받았다. 


한때 정권 최고 실세들
범죄자 되기 일보 직전 

지난 정부의 주요 정책을 이끌 당·정·청의 수장들이 위스콘신대 출신으로 배치됐던 셈이다. 하나은행의 위스콘신 특별 채용을 두고 금융권에선 ‘박근혜정부 시절 위스콘신대 출신의 실세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더불어 관가서도 ‘장·차관을 하려면 위스콘신대를 나와야 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날아다니던 새도 떨어뜨릴 것 같던 이들이 현재는 교도소 담장을 넘나드는 신세가 됐다. 최경환 전 기재부장관은 박근혜정권 최고의 실력가였다. 대표적인 위스콘신 출신으로 위스콘신 황금기를 이끌었다. 

지난 정부 위스콘신 출신들을 주요 요직으로 이끈 장본인이 최 전 장관이라는 게 정설이다.

2명 구속 
1명 수사

최 전 장관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재학 중이던 1978년 제22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1980∼1994년까지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대외경제조정실서 근무했다. 경제기획원 근무 중인 1985년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입학했다. 1987년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1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정부 ‘2인자’로 경제부총리로서 각종 경제 정책을 주도했다. 최 전 의원의 성을 딴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경기부양책을 내놨을 정도다. 그의 영향력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진박감별사’로 불리며, 당·정·청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위스콘신의 황금기를 이끌던 최 전 장관은 지난해 국가정보원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이병기 전 국정원장에게 특활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월22일 구속 기소됐다. 

최 의원은 지난 2014년 10월23일 박근혜정부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국정원 예산 증액 등 예산 편성 및 심의 관련 편의 제공 명목으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통해 이 전 원장에게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전 원장은 이 전 실장에게 지시해 최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직접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이 전 실장은 자신의 관용차를 끌고 서울정부청사 내 경제부총리 집무실을 방문해 금품을 건넸다. 

80∼90년대 
최고 유학코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최 전 장관과 함께 지난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이자 ‘정책 설계자’였다.

안 전 수석은 1984년 성균관대학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위스콘신대서 공부하며,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최 전 장관, 유승민 의원과 위스콘신대서 동문수학하며, 친하게 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의 인연으로 안 전 수석은 이들과 ‘박근혜 캠프’서 일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으며,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2014년 박근혜정부 청와대 경제 수석으로 임명돼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안 전 수석은 위스콘신대 몰락의 신호탄이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위스콘신대 출신으로 가장 먼저 구속돼 1심 판결까지 내려진 상태다. 지난 2월13일 열린 재판서 안 전 수석은 국정 농단 사태에 조력한 혐의로 징역 6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 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 등 15개 전경련 회원사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 유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이 김영재 원장에게 받은 현금과 핸드백에 대해서도 대가성 뇌물로 간주했다.

또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메모는 수첩은 ‘종범실록’으로 불리며, 국정 농단 수사에 ‘스모킹 건’으로 불리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서 증거 능력으로 인정받았다. 

정부 주요요직 차지 
최경환과 함께 몰락 


최근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된 김재홍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역시 위스콘신대서 공부했다. 대구 출신으로 한양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법제처 사무관을 거쳐 특허청 사무관, 상공부 법무담당관, 산업자원부 디지털전자산업과장 등을 지냈다.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위스콘신대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전 차관은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2013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 제 1차관으로 임명됐다. 2014년 7월까지 차관으로 근무했으며, 퇴임 직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당시 김 전 차관 임명이 관피아라는 지적이 나왔다. 관가에선 김 전 차관이 임명된 배경에 대해 ‘최 전 장관과 같은 위스콘신 출신이었기 때문’이라는 뒷말이 무성했다. 
 

잘나갔던 김 전 차관도 최근 검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 1일 검찰은 강원랜드 감독 부처인 산자부를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달 31일은 김 전 차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김 전 차관은 당시 강원랜드 관련 업무 책임자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인사 청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최근 구설에 오른 위스콘신대 출신 인사들은 모두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대 초반에 유학생활을 했다. 이들 대부분 국비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 전해진다. 주립대로 타 대학의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도 큰 장점이다. 이 때문에 당시 공무원들이 위스콘신대 유학을 가장 선호했다.

동고동락
유대 깊어

특히 유학했던 공무원들은 이글하이츠(Eagle Heights)라는 기혼자 기숙사에서 함께 살았기 때문에 동문들의 유대도 깊다. 이들은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이글하이츠 모임을 만들어 연연을 이어갔다. 지난 정권서 위스콘신대 출신들이 끈끈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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