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또 죽고’ 이명박 주변인 의문사 추적

2018.03.26 10:47:38 호수 1159호

사건사고만 터지면 죽거나 사라지거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MB(이명박 전 대통령)를 둘러싸고 자살 사건이 많다. MB가 구속되면서 그를 둘러싼 사망사건들이 주목 받고 있다. 숨졌던 사람들 대부분 이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있다. 이들은 어떻게, 왜 한순간 목숨을 끊었을까.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서 일어난 사망사건은 총 4건이다.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 사위와 얽혀 자살한 사업가, 최측근의 석연치 않은 죽음, 자원외교로 검찰 수사를 받던 사업가와 전직 국회의원의 자살 사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조카 사위·목숨 끊은 CEO

2011년 3월6일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자 씨모텍의 김모 대표가 사망했다. 발견 당시 발견 당시 차 안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었다. 씨모텍은 이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가 한때 몸담았다가 구설에 올랐던 회사다. 

여기에 씨모텍과 제이콤이 보유했던 수백억원의 회삿돈이 사라져 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일각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라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씨모텍 최대 대주주는 나무이쿼티라는 기업이었다. 씨모텍 임직원들은 최대주주를 검찰에 고소했다. 나무이쿼티서 씨모텍 자금 256억원을 빼돌렸으며, 자살한 김 대표도 나무이쿼티가 내세운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것. 


나무이쿼티의 씨모텍 인수과정은 석연치 않았다. 당시 나무이쿼티는 설립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회사였다. 설립 3개월 뒤인 2009년 10월27일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의 사위 전모씨를 대표이사로 임명한다. 

나무이쿼티는 전씨 영입 8일 만에 씨모텍의 최대주주 지분(10.1%)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당시 매입 대금은 300억원이었는데 50억원은 사채 시장서 빌렸고 잔금 250억원도 나중에 씨모텍 자금으로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이쿼티가 무일푼으로 씨모텍을 삼켰다.
 

인수 후 경영도 문제가 많았다. 대통령의 친인척인 전씨가 경영에 참여한 회사라는 점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잡음이 일자 전씨는 2010년 7월 말 씨모텍 부사장 자리서 물러났고, 그 이전인 4월엔 나무이쿼티 이사직도 그만둔다. 

전씨가 물러난 나무이쿼티의 대표이사는 자살한 김 대표가 물려받았다.

MB 친인척 연루 사건들     
하나같이 자살로 종지부

나무이쿼티는 전씨가 물러나기 직전 또 다른 코스닥 기업인 제이콤을 인수한다. 당시 제이콤의 최대주주는 디에이피홀딩스였는데 나무이쿼티가 디에이피홀딩스를 230억원에 매입하면서 제이콤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다. 

제이콤 대표이사엔 나무이쿼티 이사인 한모씨가 파견됐다. 당시만 해도 제이콤은 동아제약의 지분 3%를 갖고 있는 등 800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제이콤은 피인수 9개월 만에 하나은행으로 지급 제시된 25억원짜리 수표를 결제하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동아제약 주식 매각 대금 300여억원도 증발해 버리는 등 회사가 거덜나 버렸다. 

나무이쿼티의 짧은 지배 기간 씨모텍과 제이콤의 자산 1000여억원 어치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상장폐지 위기로 투자자 2만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모든 책임은 김 대표가 짊어져야하는 상황이었다. 김 사장은 자살 전날까지 대통령 조카사위 전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장은 ‘회사 자금이 사라진 데 대한 감사 의견 거절까지 받게 됐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고, 전씨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지금 당장 김모씨와 이모씨를 횡령으로 고발하고 자수하라. 그게 김 사장님이 살 길’이라는 답을 보낸다.
 

김 사장은 ‘옙’이라고 회신한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밤 차량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이 때문에 당시 전씨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저축은행 의혹·최측근의 선택

2012년 6월25일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김병인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이 홍콩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대변인을 맡았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 법무행정분과위 전문위원을 맡았다. 

당시 홍콩 경찰은 외부 침입과 타살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김 전 처장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법한 뚜렷한 이유나 설명이 나오지 않아 의문을 남겼다. 

유일하게 남은 단서는 김 전 처장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의 성추문 의혹’을 다룬 글을 퍼 나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4·11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야후 블로그 ‘크라임 투 길티(Crime2guilty)’에 올라온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제주도서 골프를 치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동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던 김 전 처장은 3월 말 “글을 본 적도 없다. 페이스북이 해킹당한 것 같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조사를 마치고 3일 뒤 급히 홍콩으로 출국했다. 


대부분 수사 임박 앞두고 
연탄불·목매서 목숨 끊어

경찰은 4월 초 김 전 처장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김 전 처장이 수사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러나 김 전 처장은 문제의 글을 직접 올린 사람이 아니어서 이를 자살의 원인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 경찰은 글의 최초 유포자를 찾기 위해 수사를 벌였지만 이 블로그가 홍콩 IP를 사용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인의 신원은 엉뚱한 곳에서 확인됐다. 이 블로그는 문제의 글이 게시된 3월 이전까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의 비리를 집중적으로 폭로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인연은 깊다. 
 

이 전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은 제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0월 김 회장에게 불법정치자금 3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2012년 구속기소돼 징역 1년2월의 실형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당시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이 블로그 주인이 신우코리아 이왕재 대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씨는 김 회장이 저축은행으로부터 178억원의 불법 대출을 받도록 명의를 대주고 이를 빌미로 블로그에 폭로 글을 8차례 올렸다. 

일각에선 김 전 처장이 이씨 블로그와 연동이 된 게 미래저축은행 사건과 이 전 대통령이 연관이 있어서가 아니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홍콩으로 출국한 김 전 처장이 당시 홍콩에 머물던 블로그 개설자 이씨를 만났는지 여부 등 의문으로 남았다.

자원외교 선봉장 시신으로 발견

2013년 4월 CNK 임준오 전 부회장이 갑작스레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임 전 부회장은 CNK 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의혹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그의 시신 주변에는 타고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CNK는 2010년 12월 ‘아프리카 카메룬서 다이아몬드 4.2억 캐럿 매장량으로 추정되는 지역의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외교부 발표로 유명해졌다. 당시 CNK의 주가는 급등했다. 3000원 내외였던 CNK 주가는 보도자료 발표 이후 1만6000원대로 5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매장량이 과대평가 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결국 외교부가 사실을 부풀렸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졌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사업은 당시 MB정부의 대표적인 자원외교 성과로 꼽혀왔다.

검찰은 임 전 부회장이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리고 대량생산계획 등을 허위로 유포해 9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CNK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 등 MB정부 실세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전 차관은 카메룬 정부당국에 CNK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권 획득을 직접 요청하는 등 부적절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으며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5월 오 대표와 함께 민·관 고위급 대표단 단장으로 카메룬을 방문했다. 박 전 차관이 소속한 총리실은 물론 외교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 기관 소속 19명이 카메룬 정부를 상대로 사흘간 머물며 CNK에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주라고 요청했다.

석 달 뒤 8월에는 카메룬 대표단이 한국을 답방했고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차관을 만난다. 카메룬 대표단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지경부와 외교부가 마련한 ‘카메룬 에너지·광물 투자포럼’에 참석했으며 CNK 측으로부터 항공비와 체재비 등을 지원받았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이 전 대통령 일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 대통령의 조카이자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CNK에 유입된 해외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우리투자증권→크레딧스위스→브림(BRIM, 지형씨 재직 회사)→CNK’로 이어지는 투자의 고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지형씨가 제이리(Jay Lee)라는 이름으로 마케팅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헤지펀드 회사 '브림'이 주선해 크레딧스위스 싱가포르지점이 CNK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임 전 부회장의 죽음으로 검찰 수사는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때 1만8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던 CNK는 상장폐지됐고 개미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봤다.

의문만 남은 특사 커넥션

2015년 4월 9일 자원외교 비리 관련 조사 대상이었던 전 국회의원이었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했다. 나무에 넥타이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 전 회장은 2006∼2013년 5월 회사 재무상태를 속여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지원되는 정부융자금과 금융권 대출 800억여원을 받아내고 관계사들과의 거래대금 조작 등을 통해 2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를 받고 있었다.

경남기업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탐사 사업과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개발사업 비용 명목으로 석유공사로부터 성공불융자금 330억원, 광물자원공사에서 일반융자금 130억원을 지원받았다.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검찰은 경남기업이 정부지원금뿐만 아니라 수출입은행 등 금융권서 대출을 받는 과정서도 분식회계 등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800억원대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성 전 회장이 융자금 일부와 회삿돈을 빼돌려 2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도 확인했다. 부인 동모씨가 실소유주인 건물운영·관리업체 체스넛과 건축자재 납품사 코어베이스 등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거래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성 회장이 이런 비리를 저지른 시기는 이 전 대통령 시절 자원외교 사업을 하면서다. 당시 이 전 대통령과 성 회장의 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성 회장의 두 번째 특별사면을 이 전 대통령 인수위원회서 결정됐다는 것. 
 

최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특별사면 리스트에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추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수사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성 회장은 자살을 택했다. 목숨을 끊기 직전 로비 리스트를 남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성완종 리스트’에는 김기춘, 허태열, 이병기 등 전·현직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시 이완구 총리, 유정복 인천시장, 홍문종 의원,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하지만 성 회장이 죽으면서 리스트에 올랐던 인사들은 모두 무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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