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캔버스에 기록하는’ 신현정

2018.02.26 10:42:26 호수 1155호

예측 불가능한 대기를 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현정 작가는 “캔버스는 기록을 위한 사물로써 다뤄진다”고 말했다. 작업실과 모든 생활공간서 일어나는 환경적 상태, 변화, 조건은 작가에게 관측 대상이 된다. 즉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회화보다는 아카이브 속성을 띤 기록물에 가깝다. 신 작가의 기록을 들여다보자.
 



소피스 갤러리는 지난 10일부터 신현정 작가의 개인전 ‘대기를 상대하는’ 전을 선보이고 있다. 신 작가의 회화와 설치작업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서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심리·육체적 반응을 즉흥곡처럼 표현한다” 평을 받아왔다.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신 작가의 2013∼2016년 ‘날씨 회화’ 시리즈부터 2016년 ‘Sun Drawing’ 2017년 ‘물과 철’ 올해 신작 ‘하드보일드 티’ 시리즈 등이 소개된다.

즉흥적으로

신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아주 더운 여름날 시작된 작업으로, 피부로 날씨를 느끼는 감각과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색으로 표현해 보려는 시도다. 스프레이를 캔버스 옆면에 분사해 대기 상태를 연상시키는 색 입자들로 화면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신 작가는 작업실과 그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서 일어나는 환경적 상태, 변화, 조건들을 관측해 캔버스에 기록한다. 대기의 상태와 변화는 항상 유동적이고 불안정하다. 이런 흐름은 신 작가에게 포착돼 캔버스에 머무른다.


생활공간서 순간적으로 포착
회화보다는 기록물에 가까워

그의 회화가 종전과 다른 지점은 바로 여기다. 신 작가는 캔버스를 기록물로 다루고 있다. 즉 전시장에 걸린 그의 작품은 회화가 아닌 아카이브 속성을 띤 기록물인 셈이다.

신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스프레이를 사용한다. 스프레이는 회화의 전통적 도구인 붓이나 물감과는 다르다. 캔버스 옆면에 분사된 스프레이 원액은 그 입자가 튕겨져 대기의 상태와 조건에 따라 정면에 그 흔적을 남긴다. 대기를 뚫고 나아가는 스프레이 원액은 대기와 소통하고, 대기를 소환하면서 캔버스에 기입된다.
 

이는 매 순간 달라지는 감각적 경험 속에서 짧은 기억을 포착하는 행위다. 신 작가는 회화라는 매체의 고정된 의미와 형상을 넘어 자신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각에 따라 순간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대기를 기록하는 회화로 그 의미를 확장시킨다.

신 작가는 1998년 이화여대 조형예술학부에서 1년을 공부한 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이후 2012년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서 순수예술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대기 상태와 조건에 따라
변하는 스프레이로 표현

이후 2009년부터 현재까지 14회의 그룹전, 2회의 개인전을 진행했다. 

2009년 ‘Wonderful Pictures’ ‘Now/Here’ ‘Summer, Thursday, Library’ ‘SILKY NAVY SKIN’ ‘Report&Recall’ 등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과 개인전을 통해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해왔다.
 

2016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와 지난해 강원문화재단 분홍공장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활동했다. 2014년 사이아트스페이스의 New Discourse 선정 작가, 2015년 갤러리 AG 신진작가 지원에 선정되는 등 실력이 입증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기억을 포착


소피스 갤러리 관계자는 “관람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신현정 작가의 실험적이고 섬세한 회화와 설치작업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고정된 의미의 회화 이미지를 벗어나 주변 환경에서 일어나는 섬세한 변화를 예리하게 감지하는 그만의 회화세계에 주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이번 전시서 신 작가의 신작이 처음 공개돼 기대가 크다”며 “작가의 감각적 경험의 결과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신현정은?]

▲학력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원, 순수예술 석사(2010-2012)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애니메이션 학사(1999-2003)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1년(1998-1999)

▲개인전

‘대기를 상대하는’ 소피스 갤러리, 서울(2018)
‘점선면과 날씨’ 갤러리 AG, 서울(2015)
‘Double Bar’ 대학로 예술극장 Stage 3X3 윈도우 갤러리, 서울(2015)

▲수상 경력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2017)
안국약품 갤러리AG 신진작가지원 선정(2015)
New Discourse 선정 작가(최우수상), 사이아트스페이스(2014)
예술인 창작 디딤돌 사업 지원금, 한국 예술인 복지재단(2013)
KCCUK 주영한국문화원 공모 선정(2012)
Shortlist for Acme Chadwell Award, 런던(2012)
Alumni Scholarship Award, School of Visual Arts, 뉴욕(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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