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 성추행 사건과 수상한 대응 전말

2018.01.29 11:24:36 호수 1151호

사고 저질러도 나가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카카오서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고위임원과 부하 직원 사이에 일어난 사건은 행위 당사자의 퇴사로 징계 없이 종결됐다. 최근 일부 기업은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을 솜방망이 징계로 처리해 피해자를 두 번 울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카카오는 고위임원이 퇴사 의사를 밝히자 징계 절차 자체를 중단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직 내 성추행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3명(34.1%)이 ‘실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건은 회식 술자리(37.7%)서 가장 많이 일어났고 회사 사무실(29.5%)이 뒤를 이었다.

회식자리서
신체접촉 많아

피해자들은 ‘신체 일부에 대한 부적절한 접촉’(45.2%), ‘성적인 농담이나 조롱’(30.3%) 등의 성추행을 당했다. 상대는 52.7%가 과장·대리·부장 등 ‘회사 상사’, 12.7%가 ‘고위급 임원’이었다. 

전체 피해자의 60% 이상이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상대에게 피해를 입었다.

사건 발생 이후 ‘어쩔 수 없이 그냥 넘겼다’(39.3%), ‘조직 유관자들에게는 말 못하고 주변 지인에게 얘기하며 험담했다’(31.6%) 등 소극적으로 대처한 피해자가 70%에 이르렀다. 


그들은 ‘괜히 문제를 크게 만들기 싫어서’(33.8%), ‘오히려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될까봐’(20%), ‘상대가 상사 혹은 선배여서 안 좋은 이미지가 될까봐’(14%) 등의 이유로 홀로 묻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조직 내 성추행 사건은 직급이 높은 상사가 부하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르면서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피해자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끙끙거린다.

사단법인 한국 여성의 전화는 특정 기업의 성폭력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화요논평을 통해 “직장 내 성폭력은 고용관계상 불이익, 인사상의 불이익 등에 대한 두려움으로 드러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술자리서 얼굴에 손대고
사무실서 어깨·손 만져

이어 “피해자의 증언을 의심하고 성폭력 사건 자체를 부정하며 문제제기를 물의로 판단해 비난이나 징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이는 피해자의 입을 막아 또 다른 성폭력이 발생하는데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장 내 성폭력 예방교육이 의무화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사이에도 무수한 직장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수많은 피해자들은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회사를 그만두거나 그만두게 됐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은 큰 틀에서 이 같은 ‘공식’을 따르고 있다. 차이라면 피해자가 회사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카카오 내부서 공론화된 성추행 사건은 고위임원 A씨와 같은 부서의 여성 크루(카카오 임직원을 지칭하는 말)인 피해자 B씨 사이서 일어났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 언어폭력, 성적 수치심 유발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입어도
소극적 대처


술자리서 B씨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입을 맞춘다거나 사무실서 어깨나 손 등을 만지는 식이었다. 성적 취향이나 타인의 성행위에 대해 언급하고 B씨에게 동의를 구하는 발언도 했다. A씨의 행위는 횟수나 유형 등에 있어 그 수위가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지난해 말 해당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 카카오는 성추행 등 성적인 괴롭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 같은 행위가 조직장과 부하 직원처럼 직급이 낮은 크루가 거부 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상황서 벌어졌을 경우 사안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보다
조직이 우선

문제는 카카오가 크루들 사이의 성적 괴롭힘을 절대 불허한다는 원칙을 밝힌 것에 비해 해당 사건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점이다. 실제 성추행 당사자인 A씨는 그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자진 퇴사 방식으로 카카오를 떠났다.

A씨는 내부 조사에서 자신의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러자 카카오는 조사 등 징계 절차를 중지했다. 카카오는 A씨와 B씨 사이에 일어난 성적 괴롭힘이 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하면서도 징계가 실행되기 전 퇴사하는 경우 사안을 공개하지 않고 징계 절차를 중단한다는 내부 원칙을 고수했다.

그 이유로 A씨가 퇴사하면서 그가 저지른 행위에 대한 구체적 인정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크루들 사이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카카오 내부에선 “그럼 온갖 일을 다 저질러도 퇴사하면 끝이냐” “위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조용히 처리하려는 것 같다” 등의 비판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개인이 그만두겠다고 말하면 이를 막을 수 없고, 회사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1개월이면 퇴사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건 당사자의 협조 없이 한 달 안에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고위 임원, 여직원에 부적절한 접촉
징계 없이 퇴사로 흐지부지 마무리

다시 말해 카카오 크루 가운데 한 사람이 윤리 기준을 어긴 사건의 당사자라 할지라도 퇴사 의사를 밝힌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일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사실 관계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니 징계 또한 실행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카카오는 그동안 퇴사를 결정한 크루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를 중단해왔다.

하지만 A씨의 경우 그가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20여일이 지나서야 실제 퇴사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 사이 카카오는 A씨에 대한 조사는 물론 직위 해제 등 인사 조치도 진행하지 않았다.

카카오의 조치는 A씨가 고위임원을 맡고 있던 만큼 후임자 물색 등 조직 안정을 위해 퇴사까지 시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피해자 보호보다 조직의 안정을 우선시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카카오는 피해자 B씨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사안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회사의 대외 이미지 하락 등 예상 피해를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피해자보다는 회사를 먼저 생각했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피해자 B씨는 회사의 대응에 또 한 번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B씨는 사건이 공론화된 초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을 인정하면서도 A씨가 퇴사 의사를 밝힌 이후 과정에 대해서는 미흡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대응에
피해자 상처

또 면담 과정서 회사는 A씨가 자진해서 나가든 해고를 당하든 크게 다를 바 없고 A씨는 퇴사로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건네 B씨에게 내상을 입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A씨는 이미 퇴사했다”며 “퇴사 이유는 개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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