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 사람 속

2018.01.29 09:33:37 호수 1151호

박완서 저 / 문학동네 / 1만4500원

2018년 1월22일은 고 박완서 작가의 7주기가 되는 날이다. 지난 2011년, 한국 문단의 가장 아름답고도 찬란한 보석은 별이 되었다. 
1931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조국의 광복과 한국전쟁, 남북 분단, 4·19, IMF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격랑을 몸소 견뎌내고 2011년 영면에 들기까지 단편소설, 장편소설, 동화, 산문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수많은 걸작을 쏟아낸 작가 박완서. ‘한국문학의 어머니’로 불리던 작가의 애칭으로 말미암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는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사람은 가도 사랑은 영원한가’라는 작가의 한 에세이의 제목을 빌려 말하자면, 작가는 우리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그 사랑이 영원할 것임을 예감하게 한다. 작가의 목소리를, 가장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듣기에 산문(에세이)만큼 좋은 형식은 없으리라. 
박완서 작가는 산문이라는 장르를 ‘일상의 예술’의 경지까지 이끌어낸 일급 에세이스트이기도 했다. 그건 어쩌면 삶과 글이 일치하는 생을 살아낸 한 작가의 당연한 결과물이기도 할 것이다. 때로는 어머니처럼 부드럽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때로는 엄한 어른처럼 냉철하고 비판적으로 우리 사회를 해부하는 작가의 산문은 특유의 생생하게 흘러넘치는 디테일과 가감 없고 소탈한 문장으로 하여금 독자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갈 것이다. 또한 슬픔을 말할 때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절망을 이야기할 때에도 희망을 등지지 않는 진솔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는 우리의 가슴이 따뜻함을 넘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케 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이번에 출간되는 박완서 산문집 8권 <한 길 사람 속>은 1995년에 발간된 동명의 산문집을 재편집한 것이다. 외환 위기 이전, 건국 이래 최대의 호황기를 보내던 1990년대 초중반의 짧았던 좋은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묶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고, 해외여행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퍼스널 컴퓨터가 각 가정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시기. 작가는 이 자유롭고도 휘황한 시절에 보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소회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한 길 사람 속>은 점점 더 다양해지는 한편 파편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버텨내온 어른으로서 걱정 어린 말과 응원을 새 세대에게 건넨다. 
또한 이번 산문집의 큰 축은 ‘여행’이기도 하다. 유럽 대륙과 아프리카 대륙, 중국땅을 두루 굽어보며 체험한 문학 기행 속에는 옛 세대만이 느끼고 말해줄 수 있는 시대의 아픔과 스펙터클이 가득하다. 
박완서 작가가 다져온 문학 세계를 짐작해볼 수 있는 독서 이력, 일상을 살아가던 한순간 계시처럼 쏟아지는 생의 아름다움과 예찬이 담박한 문장 속에 오롯하게 담겨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