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투자’ 한국GM의 의도

2018.01.25 09:13:05 호수 1150호

공장 폐쇄 안 할테니 돈 내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GM이 한국 정부에 신차 배정을 조건으로 천문학적 투자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회생을 위해 정부가 나서달라는 것이다. 한국GM 측은 즉각 부정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GM은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4년 3332억원의 순손실을 시작으로 2015년 9930억원, 2016년 6315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3년간 2조원의 누적 적자를 쌓았다. 이달 말에는 만기 도래하는 본사 차입금 10억달러(약 1조619억원)를 상환해야 한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9월엔 사상 최초로 쌍용차에 밀려 내수 4위에 그쳤을 만큼 경영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폐쇄까지 불사

군산공장의 가동률은 20% 안팎이다. 근무시간 조정 등으로 지난달 말 공장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가 재가동했지만 가동률이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GM의 모회사인 제네럴모터즈(GM)는 군산공장 폐쇄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군산공장의 주요 생산 차량이었던 올란도를 대체할 차량인 에퀴녹스를 국내 생산이 아닌 전량 수입·판매키로 결정했다. 군산공장서 생산하는 크루즈의 주요 부품 10년 치를 올 3월까지 생산해 러시아 물류창고로 보낼 것을 지시한 상황이다. 

한국GM 안팎에선 “철수 소문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천 부평공장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장가동률 기준으로 부평 엔진공장은 30%, 부평 2공장 역시 50%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부평공장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65명을 해고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여기에 GM 산하 오펠을 인수한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이 지난해 한국서 생산하던 오펠 물량을 유럽서 생산해 유럽지역 가동률을 높인다는 회생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GM의 입지는 더욱 축소된 모습이다. 
 

또 연간 수십만대를 반조립 상태로 수출하는 인천항 KD센터가 오는 4월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방한한 배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은 지난주 백운규 산업부장관과 KDB산업은행 관계자, 청와대 관계자 등을 각각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앵글 사장은 한국GM 등 해외 사업장을 총괄 관리하고 있어 차량 생산물량 배정 부족에 시달리는 한국GM 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GM 회생 방안과 관련한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고 지난 13일 출국했다. 

자본잠식 위기…멈춰선 공장
본사 임원 정부 인사와 면담 소문

일각에서는 앵글 사장이 정부 금융 관계자를 잇달아 만난 자리서 한국 정부가 한국GM 회생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자본잠식 상태인 한국GM을 회생시키기 위해선 추가 생산에 따른 공장 증설, 차입금 상환 등 투자가 필요한데 이를 정부서 일부 부담해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앵글 사장은 노조와의 간담회서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 철수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으며, 군산공장은 현재로선 정부의 도움 없이는 해결책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한국 정부의 도움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서 GM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을 시 군산공장 폐쇄를 넘어 한국 철수까지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GM이 차입금 상환 대가로 연간 20만대 수출물량 신규 배정을 제시했을 거라는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GM 내에서 글로벌 라인업에 대한 논의가 다음달부터 시작되는데 한국 정부가 거액 투자 등에 나설 경우 북미시장에 판매할 새로운 개발 차량을 한국GM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GM이 자금 지원을 요청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섣불리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국GM은 인천, 군산, 창원, 보령 등 공장 4곳이 있는 대규모 업체인 데다 쌍용차 사태서 볼 수 있듯이 지역경제에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규 차량 개발 비용이 30억달러에 달해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국GM에 물량을 맡기기도 쉽지 않다. 연간 20만대 이상 생산 가능한 군산공장의 경우 올해 배정된 물량이 2만대에 불과한데 앵글 사장의 제안이 실현될 경우 군산공장을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무슨 이유로?

하지만 한국지엠 측은 조건부 투자를 요구했다는 지적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한국GM 측은 앵글 사장이 한국 정부 관계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선을 그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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