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가려진 왕회장 제약사 미등기 총수 백태

2018.01.19 15:41:48 호수 1150호

돈만 챙기고 법적 책임은 일꾼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 오너 일가의 미등기 임원 논란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권리는 누리고 싶고 의무는 피하려는 얄팍한 꼼수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그래도 변할 의지는 안 보인다. 제약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따가운 눈총을 받는 업체들을 확인했다.
 



2013년부터 미등기 임원에 대한 연봉공개 의무와 관련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효됐다. 개정안은 5억원 이상의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인별 보수에 대한 공시의무를 명문화했다. 고액 연봉을 받는 기업 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부담스러워”
연봉 공개 때문?

그러나 기대감이 사라지는 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기업들이 올린 사업보고서에서 총수들의 연봉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예측과는 반대로 대거 기업 오너 일가 경영인들이 미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려 자신의 연봉을 감췄다. 

이 같은 기조는 재계 상위 그룹부터 중견그룹까지 퍼져있다.

지난해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연도 2016년 1월부터 12월 사이 1878개 전체 상장사 임원 1만1706명 중 보수가 공시된 임원은 총 694명으로 전체 임원의 5.3%에 불과했다. 


전체 사내이사 6375명 대비로는 보수가 공개된 임원은 10.89% 수준이다.

제약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인 2013년까지 등기임원이었으나 이후 등기임원에 물러났다. 

그러나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녹십자의 등기이사(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제외)는 4명이 있는데 1인당 평균 2억9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이들 가운데 개별 보수 공개 대상인 연봉 5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는 없었다.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 창업주의 5남으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경영대학원서 석사학위를, 휴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회사 생활은 1988년 한일시멘트서 이사로 시작했다. 1991년부터는 녹십자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긴 후 전 녹십자 회장이자 형인 허영섭 회장이 작고하면서 2009년 회장 직에 올랐다.

그는 녹십자를 1조원대 회사로 키웠다. 녹십자의 2016년 기준 매출액은 1조331억원 규모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93억원, 629억원 수준이다. 

그는 녹십자 지분 11만7173주를 가지고 있다. 지분율은 1% 수준이지만 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이자 녹십자 지분 50.06%를 가지고 있는 녹십자홀딩스를 통해 녹십자를 지배한다. 녹십자홀딩스는 허 회장의 우호지분이 43.46% 달한다.

날선 비판에
미동도 없어

한미약품의 임성기 회장도 미등기 임원이다. 임 회장은 2014년 1분기까지 등기임원으로 있다가 같은 해 2분기부터는 미등기임원이 됐다. 이에 따라 2013년 임 회장의 연봉이 공개됐다. 

그의 당시 연봉은 8억4600만원이었다. 하지만 회장직은 계속 유지한 채 현재까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2014년 1분기 당시 등기임원은 총 5명이었는데 이들의 누적 보수 총액은 6억20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보수액으로 환산하면 1억2000만원 수준이다. 한미약품도 녹십자와 마찬가지로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는 없다. 

임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미약품은 2016년 연결 기준 매출액 8827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302억원 수준. 전년에는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기도 하며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지분 5만7857주를 전 직원에게 증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도 했다. 1100억원 규모로 전 직원에게 증여하기까지 1년8개월이 걸렸다.

일동홀딩스 윤원영 회장도 임원 등기를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연결 기준 7951억원의 매출을 이끌었다. 현재 일동홀딩스의 지분 6.42%를 가지고 있다. 

윤 회장의 아들인 윤웅섭씨가 9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씨엠제이씨가 지분률 8.34%로 최대주주 자격을 가지고 있고 윤 회장이 뒤이어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윤 회장도 다른 많은 총수들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전인 2012년까지 임원등기를 했다가 이듬해 미등기임원으로 전환했다. 그가 등기임원에 포함돼있던 2012년에는 총 5명이 등기임원이었는데 이들에게 총 16억7230만원의 보수가 지급됐다가 이듬해 15억7280만원으로 줄었다. 

2013년 이후 5억원 넘는 등기임원이 없다.

제일파마홀딩스 한승수 회장 역시 미등기임원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2016년 기준 6172억원 매출을 시현했다. 영업이익 93억원, 당기순이익 78억원 수준이다. 

제일파마홀딩스는 지난해 제일약품 등을 주력 계열사로 하고 제일헬스사이언스, 제일앤파트너스 등 4개 사업부분으로 구성된 지주사 체제를 갖췄다. 현재 지주사인 제일파마폴딩스는 오너 3세 승계 작업이 한창이다. 


한상철 사장이 제일파마홀딩스 대표이사직에 오르면서 승계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는 등기임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실적 부진에도 
꼬박꼬박 배당

제일파마홀딩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한 회장이 27.3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 신분이다. 

이어 한응수씨가 6.91%, 한 사장이 4.66%, 한 회장의 부인 이주혜씨가 2.40% 등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2016년 기준 제일파마홀딩스의 등기이사는 총 4명이다. 이들의 보수의 총 합은 10억6842만원이다.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6000만원 수준이다.
 

신풍제약 역시 오너 일가인 장원준 사장이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장 사장은 신풍제약의 지분 5.12%를 가지고 있다. 그의 어머니 오정자씨는 11.95%의 지분율로 집계됐다. 

신풍제약의 최대주주는 지분 42.75%를 가지고 있는 송암사다.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송암사는 장 사장이 최대주주로 돼있다. 현재 전문경영인 유제만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향후 장 사장이 회사를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장 사장은 2004년 3월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따라서 그의 연봉도 확인이 불가능하다.

2016년 기준 등기이사는 2명이다. 보수총액은 3억3791만원이다.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6895만원 수준이다. 최근 3개년 신풍제약의 실적은 부진했다. 

매출액을 살펴보면 2014년 2095억원, 2015년 1854억원, 2016년 1822억원 등으로 실적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역시 미등기 임원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2017년 9월30일 사업보고서 기준 임원 및 직원의 현황은 강신호 명예회장과 강정석 회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연봉 확인이 불가하다. 

2016년 기준 총 5명의 등기이사가 있는데 이들은 총 9억6600만원을 보수로 챙겼다. 1인당 평균보수액은 1억9300만원 수준으로 동아쏘시오홀딩스의 1년 매출은 7261억원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759억원, 1756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강 회장의 경영자로서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자회사 동아에스티 경영과 관련 2017년 8월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그러나 강 회장은 현재까지도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업종 불문하고 미등기임원이 문제가 되자 관련법이 개정됐다. 개정안은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으며 회사 보수 상위 5위 이내에 들면 급여 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또 일반 직원도 연봉 5억원 이상에 상위 5위 안에 들면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은 올해 공시하는 사업보고서부터다. 이에 따라 그동안 숨겨왔던 총수들의 연봉 내역에 대해 눈길이 쏠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정안 시행
올해 다를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총수들이 회사 실적과 관계없이 연봉을 챙겨가는 경우가 상당했다”며 “관련법 개정안에 따라 이들의 연봉이 공개되면 상식밖에 연봉 책정은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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