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드존슨 접대 강요 의혹

2018.01.16 11:27:20 호수 1149호

본사 갑질에 숨죽이는 대리점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다국적 의료기기업체가 병원 간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라고 판매 대리점을 압박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또 회사 측이 대리점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빌려 쓴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의료계의 갑을 관계가 다시금 조명 받는 분위기다.
 



지난 1일부터 국내 제약회사들은 ‘선샤인액트’를 시행하면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선샤인액트란 제약사와 의료기기제조업체가 의료인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경우 해당 내역을 보고서로 일일이 작성해 보고하고,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관습처럼 뿌리 내린 리베이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또 다른 불씨의 단초가 되고 있다.

등골 빼먹나

지난 5일 YTN에 따르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컬의 한 판매대리점은 본사가 병원 간호사들에 대한 접대를 강요했다며 본사를 의료법 위반혐의로 고발했다. 

한국존슨앤존슨메디칼은 글로벌 제약회사 존슨앤존슨의 자회사로 수술용 실, 심장병 진단 수술 기구, 정형외과 수술 용품, 혈당 측정기와 시험지, 성형수술 보형물, 코수술 용품, 의료장비 소독제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대리점 측은 한국존슨앤드존슨이 2008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병원 간호사들에게 접대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리점은 거래처 병원 간호사 실내화 수백만원 어치를 구매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았 것으로 나타났다.


본사 측에서 대리점 법인카드를 빌려 해외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대학병원 간호사들의 숙박비, 식사비용 등으로 700여만원을 사용한 것도 드러났다. 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미국서 열린 간호사 학술대회와 시기 및 장소가 일치한다. 

대형 의료기기업체가 판매대리점을 상대로 공공연하게 갑질을 자행한 셈이다.

간호사에게 금품 제공 압박
학술대회참가 부대비용 전가

심지어 간호사들의 단체 회식비 수십만원을 대신 지불하거나 회사 측 요구로 대학병원 수간호사 2명의 계좌로 수백만원을 보내기도 했다. 대리점 측은 병원에 납품하는 소독약 제품 결정에 간호사들의 입김이 작용하도록 본사가 자신들을 로비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대리점을 내세워 리베이트를 저지르던 관행이 부각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행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공정경쟁규약에 따르면 ‘사업자가 국내외 본사 또는 지사 또는 그 관계사, 판매업자 등에게 금품류를 제공하면서 이를 의료기관 등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사업자가 의료기관 등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금품류를 직접 제공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돼있다.
 

사업자가 판매업자 등이나 마케팅 대행사가 의료기관 등 또는 보건의료인에게 제공하는 것임을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사업자가 판매업자 등이나 마케팅 대행사에게 그 금품류를 제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학술대회 지원 역시 기관·단체가 협회에서 정한 양식상에 학술대회 명, 학술대회 개요, 지원요청금액 등을 기재하고 구체적인 학술대회 계획서, 소요 예산안 등 부속서류를 첨부해 협회에 지원요청을 해야 한다. 

협회는 학술대회계획의 적정성을 검토해 그 검토 결과에 따라 공지를 통해 지원을 희망하는 사업자를 모집하고 모집결과를 해당 기관·단체 및 지원 사업자에게 통지하면 그 내용에 따라 해당 학술대회를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큰 병원이면 의료기기 구매는 별도 부서를 거치지만 작은 병원일수록 간호사가 구매에 개입하는 여지가 커진다”며 “간호사들이 특정 제품을 선호한다고 이야기하면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뿌리 깊은 리베이트 관행
본격 수사 착수한 검찰

검찰은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하고 최근 고발인을 불러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티칼 입장서 보자면 이번 사건은 인공고관절(ASR) 불성실 리콜 논란에 이은 악재나 마찬가지다.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ASR 리콜과 관련해 초기 회수 사실을 제대로 공표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존슨앤드존슨 미국 본사는 ASR이 체내에서 부식되고, 주변 뼈를 녹이는 부작용이 생기고 이식 환자들의 혈액서 발암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져 2010년 제품의 자발적 회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이 사실을 환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환자 대부분이 리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연이은 악재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뒤늦게 보상안을 마련한 상태다. 2006년 10월부터 2010년 8월 사이 ASR을 이식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비용 등에 대한 보상을 실시하며, 기존에 정해둔 보상 기간인 2017년 8월24일 이후에도 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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