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의혹’ <단독보도> 그 후…

2017.12.26 11:26:57 호수 1146호

“위법·부당한 사실들 발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가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재임 기간 소속 보훈단체의 주요 비위행위를 묵인·방조하는 등 보훈처 수장으로서의 직무를 유기한 혐의다. <일요시사>는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박 전 처장 직무유기 혐의의 앞과 뒤를 취재했다.
 



보훈처는 자체 감사를 실시한 뒤 박 전 처장 재임 당시 제기된 5대 비위 의혹을 밝혔다. ▲‘호국보훈 교육자료집’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 DVD 제작·배포 ▲나라사랑재단 횡령·배임 ▲나라사랑공제회 출연금 수수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고엽제전우회) ▲상이군경회 비리 등이다. 

관제데모?

보훈처는 “국회 국정감사와 자체 감사 등을 통해 과거 보훈처 업무 중 상당히 많은 사안들이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처리돼 온 사실들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덕섭 보훈처 차장은 각종 비위 의혹과 관련해 지난 19일 사과했다.

이어 보훈처는 박 전 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보훈단체의 비위행위를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했다는 것이다. 감사에서 불법적 정치활동 및 수익사업 등이 드러난 고엽제전우회도 함께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보훈처 내 관련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보훈처에 따르면 고엽제전우회는 지난 2015년부터 안보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본래의 설립목적과 관계없는 정치활동에 참여해왔다. 대표적으로 ▲종북척결 ▲세월호 특조위원장 사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등이 그것이다.


특히 고엽제전우회가 지난 2014년 8월 실시한 ‘이석기 내란음모 혐의 무죄 선고’ 반발 집회의 경우 관제데모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었다.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 1월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이 고엽제전우회를 동원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해당 집회를 열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고엽제전우회 회원 1000여명은 며칠간 대법원 앞에서 확성기 등을 동원해 “종북 세력 확산을 막아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이를 방조했다”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보훈처 자체 감사 후 수사 의뢰
직무유기 혐의 등 5대 비위 지적

그 외 고엽제전우회 등 관련단체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일명 태극기 집회)’에 동원됐다는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임혜자 당시 부대변인은 지난 2월11일 논평서 “탄핵반대 집회에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등 보수우익단체들이 모인 애국단체총협의회 등을 총동원해 대규모 관제데모로 끌고 가려는 추악한 여론조작 시도를 국민은 이미 잘 알고 있다”며 “태극기를 아무리 열심히 흔든다고 거짓이 진실을 덮을 순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일요시사>는 임 부대변인 논평 한 달 뒤인 지난 3월 보훈단체 관계자를 통해 관제데모 의혹에 한발 다가갈 수 있었다. 

보훈단체 관계자는 당시 보훈처가 탄핵 반대 집회를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을 전하며 “1월 초 박승춘 (당시) 보훈처장과 20여개 보훈단체장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 자리서 현 시국(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보훈단체 내 안보협의회 측 사람이 탄핵 반대 집회에 사람을 동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견을 내놨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박 전 처장이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묵인·방조하고 있었다고 귀띔했다. 당시 보훈처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보훈단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탄핵반대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우리가 못 가게 강제할 순 없다”는 입장이었다.

탄반집회 지원은?
알고도 눈 감았나?

이번 국정감사(이하 국감)서 보훈단체의 관제데모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훈처의 고엽제전우회 등 보훈단체 기부금 관리가 불투명하다”며 “3년간 5억이 넘는 거액이 ‘기업인’이라는 항목으로 보훈처에 입금됐고 보훈단체 기부금은 탄핵반대 집회가 빈번했던 지난해 연말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해영 의원은 “2014년부터 3년간 고엽제전우회에 들어온 후원금 17억8000만원 가운데 90%가 2016년에 들어왔다”며 “심지어 휴일인 12월25일에도 많은 후원금이 몰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지적을 받은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은 자금출처를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피 처장 체제의 보훈처는 이번에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 박 전 처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며 약속을 이행했다.

검찰은 보훈처로부터 박 전 처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뒤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1일 대검찰청 관계자는 “아직 보훈처로부터 수사와 관련한 보고서가 대검으로 오진 않았다”면서도 “대검으로 넘어오면 수사의뢰된 사건의 내용을 검토한 뒤 배당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처장이 보훈단체 비위행위를 어느 정도까지 인지했느냐 여부가 검찰 수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박 전 처장에 대한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보훈처의 이번 박 전 처장 수사의뢰를 정치 보복이라 규정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20일 논평에서 “(문재인정권은) 박승춘 본인의 비위도 아닌 직무유기를 했다는 이유로 그가 일했던 부처까지 동원해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자신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지난 정권의 사람들을 무조건 ‘적폐’라 규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는 법원, 검찰, 감사원, 인권위, 각종 급조된 개혁위원회를 총 동원해 궤멸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정치보복?

반면 민주당은 박 전 처장 고발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제윤경 대변인은 같은날 논평에서 “보수정권 9년 집권기간 동안 국정원, 군에 이어 보훈처 및 관련단체까지 동원해 정치개입을 일삼았다”며 “박 전 처장의 비위행위를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았을 보훈처가 스스로 문제를 파헤치고 전임 기관장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의뢰는 일견 당연한 수순이다. 보훈처의 자기반성을 높이 산다”고 평가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승춘 또 다른 의혹은?

직무유기 외에도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정치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재임기간 중이던 지난 2011년 1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민주화운동을 종북 활동으로 표현한 안보교육용 DVD 동영상 1000개 세트를 제작, 소속 보훈단체 등에 배포했다는 의혹이다.

더군다나 해당 DVD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체제의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제작된 사실이 최근 국정원 개혁위원회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편향된 안보교육을 통한 정치 개입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박 전 처장은 이명박·박근혜정부 6년3개월간 재임한 역대 최장수 보훈처장이다. 앞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가족 및 관련 단체 등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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