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척살’ 홍준표 로드맵

2017.12.26 11:21:50 호수 1146호

아니라고 하지만…친홍으로 헤쳐모여!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승리의 9부능선을 넘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당무감사를 실시,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현직 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다수가 포함돼있었다. 이제 남은 건 당 지도부 장악 및 친홍 성향의 인사 영입이다. <일요시사>는 홍준표 체제의 다음 발걸음을 쫓았다.
 



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직 혁신을 단행했다. 전국 253곳 중 호남을 제외한 214곳에 대한 당무감사였다. 그 결과 60여명의 당협위원장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현역 의원 중에는 서청원·유기준·배덕광·엄용수 의원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원외에서는 권영세 전 주중대사, 김희정 전 여성부 장관 등이 지목됐다. 범친박계 전현직 의원들이 주를 이룬다.

대폭 물갈이

홍준표 대표는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 청산’과 ‘부실 당협위원장 교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전당대회부터 직·간접적으로 친박 청산을 예고한 그는 친홍(친 홍준표)계인 김성태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동력으로 당협위원장 교체까지 밀어붙였다. 

이로써 친박계는 사실상 붕괴 위기에 놓였다. 비록 재심 기간이 남아있지만 굳건해진 홍 대표 체제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크게 일고 있다. 서청원 의원 측은 명단이 발표된 당일 “서 의원이 ‘허허 고얀 짓이네. 못된 것만 배웠구만’이라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유기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의 폭주를 견제해 온 나와 같은 인사를 희생양 삼아 마음에 안 드는 인사들을 몰아내려는 당내 정치보복이 시작됐다”며 “당력을 모아 대여투쟁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홍 대표의) 사당화를 위해 내부의 정적 제거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명단에 오른 류여해 최고위원은 “당무감사 내용과 탈락기준에 문제가 있었고 지극히 정치적 목적으로 나를 희생시키려는 목적이 다분하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는 최근까지 자신의 SNS에 홍 대표를 비난하는 글 30여개 이상을 올리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당 윤리위원회는 류 최고위원의 돌출 행동 및 홍 대표를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이 ‘품위유지’ 규정에 위배된다고 보고 류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고려 중이다.

홍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진화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협위원장으로서의 역량이나 능력을 객관적인 수치로 개량화한 것이지 (그 과정에) 어떤 정치적인 고려도 없었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당무감사 결과를 높고 자리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야기가 있겠지만, 감사의 기본적인 문제를 오해하진 않았으면 한다”며 “당에 흠집을 내거나 옳지 않은 언사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홍 대표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친박-친홍이 힘의 균형을 맞추고 있던 당 지도부가 친홍으로 전면 교체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홍 대표가 취임한 이후 두 계파는 당 지도부 내에서 약 5개월간 동거를 이어왔다. 취임 초기 홍 대표를 제외한 기존 8명의 지도부 인사 중 정우택 전 원내대표와 김광림 전 정책위의장,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 등 절반에 해당하는 4명이 범친박 성향으로 분류됐었다.

당협위원장 교체 명단에 친박 다수
지도부 장악→친홍 영입 ‘화룡정점’

그러나 최근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정우택→김성태(원내대표), 김광림→함진규(정책위의장)로 교체되면서 친박 인사는 김태흠·이재만 최고위원만 남게 됐다. 여기에 이재만 최고위원의 대구시장 출마설이 제기되면서 친홍 체제로의 전환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이들과 더불어 류여해 최고위원의 경우 사실상 최고위원직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홍 대표가 선출직 최고위원 3명의 후보를 직접 선발해 공석을 메울 것이란 예상이 당 안팎에서 들여온다.


곧 출범할 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가 홍 대표 체제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조강특위는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 새 당협위원장을 인선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대오를 정비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지방에서는 벌써부터 친홍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원내·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대거 탈락한 부산지역에서 이러한 경향이 심하다. 공석이 된 지역구를 중심으로 홍 대표 측으로의 집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중 부산 정가서 중심축으로 거론하는 인물은 바로 이종혁 최고위원과 장제원 수석대변인이다. 이 최고위원은 홍 대표가 경남도지사로 있을 때 경남도 정무특별보좌관을 맡아 홍 대표와 인연이 깊다. 

최근 SNS를 통해 서병수 부산시장의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서 부산시장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다.

장 대변인은 바른정당서 복당한 후 홍 대표의 신임을 받는 대표적 인물이다. 홍 대표가 장 대변인의 친형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을 부산시장 후보감으로 염두에 두고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부산 정가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들 두 사람 주변으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이 부산지역 정가의 전언이다.

홍 대표는 당협위원장 교체를 시작으로 한 일련의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당협위원장 추가 선임이나 공천은 공당의 시스템에 의해 계량화된 수치와 정무적 판단으로 선정하는 것이지 친홍을 자처하는 특정인이 선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일부 지방신문들을 보면 친홍을 빙자한 일부 인사들이 공천 줄 세우기를 한다고들 보도하고 있는데 그런 사람들과 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쏠림 현상


과연 궁지에 몰린 친박은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구심점을 잃어 버렸으며, 당 지도부를 내줘 상황을 역전시킬 힘을 잃었다. 한때 세상 무서운 줄 몰랐던 친박의 시대는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점입가경’ 홍-류 썰전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인 류여해 최고위원 간 충돌이 극에 달하고 있다. 홍 대표는 최근 자신의 SNS에 “주막집 주모의 푸념 같은 것을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전했다. 류 최고위원을 ‘주막집 주모’로 칭한 것이다.

그러자 류 최고위원도 SNS에 “당원들이 뽑은 2등 최고위원인 나를 여자라는 이유로 주모라니 낮술 드셨느냐”며 “여성비하·남성우월주의에 빠진 ‘홍마초’, 지금도 돼지발정제 갖고 다니시는 건 아니죠”라고 쏘아붙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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