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골프계 이슈(9~12월)

2017.12.26 09:52:43 호수 1146호

올해 필드에선 무슨 일이?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닭띠 기대주 골퍼는 누가 있는가?’ 등 새해에 대한 기대로 2017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 와 있다. 올 한 해도 골프계는 다사다난했고 골프의 대중적 인기도 날로 더해갔다. 1월부터 12월까지 골프계에 일어났던 핫한 이슈들을 월별로 모았다.



9~12월에는 흥미로운 소식이 안팎에서 들려왔다. 괴짜 골퍼의 골프 여정, 국내 첫 PGA투어의 성공적 개최, 한국 낭자들의 LPGA 점령, KLPGA를 점령한 이정은 등이 눈에 띄는 월별 이슈다. 

[9월] 골프 괴짜 대장정

애덤 롤스턴은 지난 6월29일 몽골 서부 후이퉁 근처 베이스캠프에서 티샷한 후 여분의 골프공과 옷, 물 등이 가득 든 120㎏ 카트를 들고 캐디 론 루틀랜드과 함께 골프 대장정을 시작했다. 여정은 지난 9월16일 몽골 유일의 골프장인 울란바토르에 있는 마운틴보그드 골프클럽 18번홀 마지막 2m짜리 퍼트를 성공과 함께 종료됐다. 80일간 2011㎞를 걸어 무려 2만93타 만에 끝낸 장기 라운드였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거리 골프 라운드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 출신 전 럭비 선수 롤스턴은 옛 동료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루틀랜드와 함께 이 특이한 도전을 계획했다. 과거 루틀랜드가 아프리카에서 2만6000㎞를 자전거로 누비는 모험을 한 것에 착안해 롤스턴이 ‘세계 최장 홀’ 골프 라운드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장애물과 사람들이 별로 없고 세계 최대 페어웨이를 가진 몽골을 도전 장소로 정했다.

대장정 골프 여정 동안 카트가 진흙에 빠지기도 하고 힘겨운 오르막길과 종아리까지 물에 잠기는 하천, 뜨거운 사막, 얼음이 덮인 곳도 통과해야 했다. 중간에 떠돌이 개가 합류해 1500㎞를 동행하기도 했다. 


당초 82일 동안 1850㎞를 걷는 코스로 전망했으나 예상치 못한 난코스가 계속 이어지면서 6093오버파로 라운드를 마치게 됐다. 롤스턴은 “불가능하다부터 할 일이 그렇게 없느냐까지 온갖 소리를 다 들었다”며 도전 자체는 물론 부정적 시선과도 싸워야 했던 80일 간의 힘겨운 여정을 회고했다.

[10월] 국내 첫 PGA투어

국내서 처음 개최되는 PGA투어 대회로 관심을 모았던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시작 전부터 북핵문제 등 정치·외교적인 변수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저스틴 토머스와 제이스 데이 등 PGA 간판스타 톱스타들이 참가해 3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을 흥분시켰고 대회를 위해 만전을 기한 대회 주최 측의 준비와 진행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괴짜 골퍼의 특별한 도전
국내서도 PGA 바람이 분다

2017~18시즌 PGA투어 세 번째 대회였던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총상금만 925만달러(약 105억원)로 메이저 대회와 WGC,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도를 빼고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더 CJ컵@나인브릿지가 열린 제주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멋진 샷을 보기 위한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장당 10만원인 입장권은 1만장 이상 팔렸고, 대회 첫날부터 4000명 넘는 갤러리들이 입장해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정규투어 대회이자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만큼 많은 골프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제주의 바람을 뚫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세계랭킹 4위의 저스틴 토머스(미국)였다. 토머스는 “첫날 9언더파를 쳤는데 사흘 동안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도 우승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람은 내게 아주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고 이 대회에서 PGA 통산 7승째를 기록했다. 

2017 PGA는 저스틴 토머스를 빼고 논할 수 없는 한 해였다. 26살 저스틴 토머스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PGA투어 2016-2017시즌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11월] 눈부신 낭자들

한국 여자 프로골프 선수들은 올해 LPGA투어 33개 대회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며 여자골프 세계 최강임을 재확인했다. 15승은 2015년에 이어 한국 선수들의 LPGA투어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이다. 

4개 대회를 더 남겨둔 지난 10월 지은희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스윙잉 스커츠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한국 시즌 15번째 우승을 거두면서 시즌 최다승 경신 기대감이 무르익었지만 이후 우승을 추가하지 못해 신기록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LPGA는 여전히 한국 천하
박성현 빈자리 채운 이정은

지난해에는 8명의 선수가 15승을 거뒀던 반면 올해에 11명의 선수가 정상에 올라 더욱 넓어진 선수 인프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진출 데뷔 첫 회인 올해 박성현은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을 포함해 2승을 올려 신인왕과 상금왕, 올해의 선수까지 공동 수상하는 등 ‘남다른 박성현’이라는 수식어를 실감케 했다. 김인경도 브리티시 여자오픈 등 3승을 거두며 부활했다. LPGA에서 올 시즌 3승을 거둔 이는 김인경과 펑샨샨(중국)뿐이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유소연도 2승을 거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로 복귀한 장하나(25)는 2월 ISPS 한다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이후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양희영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박인비가 우승하면서 한국 선수의 3개 대회 연속 우승을 일궜다. 

이미림은 지난 3월 KIA 클래식에서 우승컵을 들었고, 김세영은 5월 로레나 오초아 매치 플레이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미향은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7월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마라톤 클래식 김인경, 스코틀랜드오픈 이미향, 브리티시오픈 김인경, 캐나다오픈 박성현 등 5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연달아 우승하는 신기록도 나왔다. 종전 기록은 4개 대회 연속이었다. 

10월에는 LPGA투어에 데뷔하지도 않은 고진영(22)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LPGA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지은희가 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두면서 한국 선수 시즌 15승째를 장식했다.

이렇게 15승을 합작한 한국 골퍼들은 올해 LPGA투어에서 상금으로만 1642만641달러(약 180억523만원)를 챙겼다. 이는 33개 대회에 걸린 총상금 6550만달러 중 25.1%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 여자 골퍼들의 총 상금은 1526만956달러였다. 

[12월] 6관왕 이정은

시즌 초 박성현이 미국 무대로 떠나면서 한국 무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KLPGA 최초로 시즌 6관왕을 차지한 이정은이 있어서 신났다. 실력뿐 아니라 훈훈한 스토리들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이정은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2015년 8월 프로에 입문한 이정은은 데뷔 첫해 우승 없이 2016년 신인왕을 수상했고 2017년 4월 초에 열린 올 시즌 개막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7월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9월OK저축은행 박세리 INVITATIONAL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4승을 거둬 다승왕에 올랐고 대상, 상금왕, 평균 타수 1위 등 굵직한 타이틀 모두를 휩쓸었다.


효녀 골퍼로 유명한 이정은은 첫 우승 후 항상 동행하다 이날 대회장에 오지 못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정은 프로가 네 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의 지체장애인된 아버지는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에도 딸을 뒷바라지했고 이정은은 주변의 도움으로 프로골퍼의 꿈을 키웠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씨는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꼬박꼬박 경기장에 나왔고 불편한 몸으로 장애인용 승용차를 타고 외동딸을 골프장까지 바래다주는 등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다. 고생하며 키운 딸은 뒤늦게 골프를 배웠지만, 유망주로 성장했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2015년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준회원부터 정규투어 입성까지 한 번에 이뤄냈다. 지난해 데뷔해서는 28경기에 출전해 7차례 톱10에 진입하는 등 상금랭킹 24위(2억5765만1211원)를 기록하며 생애 단 한 번뿐인 신인상을 차지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