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마약거래 ‘실상’

2017.12.18 11:47:57 호수 1145호

하다하다 가상화폐로 뽕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마약 유통경로가 다양화되면서 우리나라는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유엔(UN)이 정한 마약청정국 기준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이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선 국내 기준으로 마약사범의 수가 연간 1만2000명 이하여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이 기준을 이미 넘어섰다.
 



최근 5년간 향정신성의약품과 대마 등 마약류를 불법 취급하거나 사용하다 적발된 마약사범이 크게 늘어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검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 9255명이던 마약사범은 지난해 1만4214명까지 증가했다. 유엔서 정한 마약청정국 기준(1만2000명)은 이미 초과한 셈이다. 올해도 6월까지 7554명이 적발되는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마약 범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온 마약 중 81%는 국제우편(61%)과 특송화물(20%) 등을 통해 반입됐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해외직구로 집에서도 손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적발 실적 현황을 보면 2012년 91건, 2013년 139건, 2014년 228건 등 해마다 증가했다. 2014년에는 197건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해 240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올해 7월 기준으로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반입 적발 실적은 182건에 달한다.
 


이 과정서 필로폰의 주원료인 메트암페타민, 대마, 합성대마 등이 국내로 반입됐다. 세부적으로는 메트암페타민 93.8%, 대마 0.16%, 합성대마 0.03% 순이다. 

이 의원은 “해마다 국내에 불법 유입되는 마약 적발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해 교묘하게 은닉하는 등 범죄 수법 또한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NS·인터넷 발달로 수법 다양화
다크웹·채팅앱 넘어 점조직까지

마약거래 방법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과 SNS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점점 더 적발하기 어려운 거래 방법이 속속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중 하나가 다크 웹(Dark Web)서의 거래다.

다크 웹은 인터넷을 사용하지만 접속을 위해서는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하는 웹을 가리킨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접속자나 서버를 확인할 수 없어 사이버상 범죄에 자주 활용된다. 당초 다크 웹이라는 용어 자체가 지난 2013년 미국 FBI가 온라인 마약거래 웹사이트 ‘실크로드’를 적발해 폐쇄하는 과정서 알려졌다.

미국 다크 웹 모니터링 기관인 다크아울이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발견한 다크 웹은 6만2000여개에 달한다. 이들을 조사한 결과 위조(18%), 해킹(7%), 불법 신용카드 정보 공유(5%)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선 다크 웹을 통해 마약 거래와 아동 포르노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사범 현황에 따르면 다크 웹을 통한 마약거래 사범이 지난해 처음 적발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다크 웹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은 올해 9월 기준 총 155명에 이른다.

경찰은 다크 웹을 이용한 마약사범이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사이트의 특성상 정확한 실태 파악이나 수사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크 웹 자체가 분산된 익명의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어 서버 확인이 어려운 것은 물론 암호화된 통신을 통해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 추적이 난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사이트가 폐쇄되더라도 금방 또 다른 계정으로 옮겨갈 수 있어 문제가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채팅앱을 통한 마약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인 남모씨는 지난 9월 즉석만남 채팅앱을 통해 같이 필로폰을 투약할 여성을 물색하다가 검거됐다. 남씨의 사례처럼 채팅앱은 마약범죄의 온상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그 수가 불고 있다. 

한때 성매매 통로로 이용되던 채팅앱이 마약 유통 경로로 탈바꿈한 셈이다.

경찰은 지난 10월 랜덤채팅앱과 SNS 등을 통해 필로폰을 판매하고 투약한 마약사범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검거된 마약사범들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해외 SNS 채팅앱 등을 이용해 구매자들과 접촉한 후 조건만남이나 고속버스 수화물 등을 이용한 배송 방법으로 필로폰을 판매하고 이를 호텔 등지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추적 불가능?
충분히 가능

경찰에 따르면 필로폰 판매자들은 우편함이나 공중화장실 등에 미리 숨겨둔 마약을 구매자가 직접 찾아가게 하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 거래를 한 것이 확인됐다. 구매자들은 인터넷에 마약 관련 검색어를 입력하고 검색된 마약 판매상의 SNS 아이디 등으로 접촉해 판매자가 지정한 방식 등에 따라 돈을 먼저 송금했다.

판매자들은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 추적이 되지 않는 메신저를 이용해 ‘얼음’ ‘작대기’ ‘아이스’ 등의 은어를 이용해 대화했다. 당시 경찰은 국내에 성행 중인 채팅앱이 210여개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SNS의 발달은 점조직 형태의 거래 방법까지 양산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판매자는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SNS에 올린 뒤 연락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았다. 이후 매수자들에게 마약을 숨긴 장소의 사진을 보내 직접 찾아가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마약은 공중화장실 변기 뒤쪽 틈새나 계단 기둥 밑, 소화기 받침대 밑, 창문 사이 등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겼다.

판매자는 SNS를 통해 마약 밀반입자와 계좌관리자, 배달자 등을 모집해 철저한 역할 분담을 지시했다. SNS를 통해서만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매수자나 투약자가 검거돼도 판매자나 배달자를 잡기 힘든 구조다. 

경찰 입장에선 실시간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또 마약거래의 신종 결제 수단으로 가상화폐가 등장하면서 경찰의 고충은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수원지검에 따르면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있는 필로폰 판매 조직 총책은 올해 7월 판매자로 위장한 검찰 수사관에게 판매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수사 어떻게?

비트코인은 최근 광풍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개인정보 없이 차명으로 구매가 가능하고 기존 은행 거래에 비해 송금이나 현금화 절차가 간편하다.

검찰은 비트코인이 아직 사회적으로 보편화하지 않아 드러난 거래 건수 자체는 적지만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기존 차명계좌나 대포통장처럼 비트코인 거래도 추적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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