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이율곡의 적폐청산

2017.12.06 11:31:18 호수 1143호

조선 제14대 왕인 선조와 율곡 이이(李珥) 사이에 대화내용으로 이이의 ‘석담일기(石潭日記)’에 실려 있다. 때는 선조 14년으로 율곡의 나이 46세였던 1581년 9월에 일이다.



『임금에게 아뢰기를 “근일에 여러 신하들에게 의견도 물으시고 말도 구하셨으나 어떤 계책을 써서 폐단을 구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으니, 이렇게 되면 한갓 형식만 되었을 뿐, 어찌 천변(天變, 하늘에서 생기는 자연의 큰 변동)에 응하겠습니까?” 했다.

임금이 이르기를 “어찌하면 가히 천변에 응하게 되겠소?” 하니 이이가 답해 아뢰기를 “만일 전하께서 선입견을 가지지 마시고 대신과 시무(時務)를 아는 사람으로 더불어 시폐를 구제할 방책을 상의하시되, 개혁(改革)만을 주로 하지도 마시고 보수(保守)만을 주로 하지도 마시며 조종의 좋은 법으로서 폐기된 것은 회복하시고, 근래의 규례로서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개혁하여 제거해 나라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살릴 새 정책이 있으면 강구하시고 실행하소서.

이같이 광구(匡救, 잘못된 것을 바로잡음)할 방책을 부지런히 구하시어 날마다 하는 일이 있으시면, 인심을 점점 고칠 수 있고 세도를 점점 돌이킬 수 있으며 하늘의 노여움을 가히 풀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다만 공구(恐懼, 몹시 두려워 삼감)·수성(修省, 마음을 가다듬어 반성함)한다는 이름만 있고 실상이 없으면 장차 위로 어찌 천심에 답하겠으며, 아래로 백성의 원망을 위로하겠습니까” 했으나 임금은 즐겨 따르지 않았다.』

율곡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시폐를 구제할 방책’으로 적폐청산과 맥을 함께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세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는 개혁이니 보수 따위 말장난에 휘둘리지 말고, 두 번째는 법과 규례를 올바르게 하고, 세 번째는 백성들의 안위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으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선조는 율곡의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곱게 물러설 율곡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심각하게 변해가고 있는 국제정세를 간파하고 선조의 면전에서 십만양병설(十萬養兵說)을 주청한다.

결국 이 일로 율곡은 탄핵을 받아 조정서 물러나고 그 이듬해에 생을 마감한다. 율곡의 간곡한 주청을 무시한 선조는 임진란을 맞이해 왜(일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백성들의 몫으로 전가된다.

이제 혁신이란 이름으로 재포장된 문재인정권의 적폐 청산에 대해 언급해보자. 그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바로 직전 그의 대담집인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말이 아닌 글로 남긴 부분을 실례로 들어본다.

“담배는 서민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인데 박근혜정권이 뺏어가 버렸다, 한꺼번에 인상한 것은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로 국민건강을 빙자한 세수 늘리기로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담배 값은 내려야 한다.”

문 대통령의 글을 상세하게 살피면 율곡이 선조에게 주청했던 내용과 흡사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율곡서 선조로 돌변한다. 언제 그런 일 있었느냐는 듯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 문재인정권의 적폐 청산이 제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천만에다. 마치 그를 입증하듯 최근 검찰을 앞세운 문재인정권의 적폐 청산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이는 사필귀정으로, 부디 율곡의 충정을 헤아리기 바란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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